200여년 아이비리그 사상 첫 아시아인 총장 오르다
美 다트머스大 총장 선출된 김용 박사
빈민지역서 결핵·에이즈 등 질병 퇴치 헌신
2006년엔 '세계서 영향력 있는 100인' 선정
뉴욕=박종세 특파원 jspar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www.chosun.com/js/news/btn_cont.js"></SCRIPT>
Url 복사하기
스크랩하기
블로그담기


▲ 미국 아이비리그(동부 명문대학) 최초의 아시아인 총장에 뽑힌 김용(미국명 Jim Yong Kim) 다트머스대 신임 총장. 그는“세상을 바꾸는 젊은이들을 키워내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블룸버그뉴스 제공

미국 아이비리그(동부 명문 대학) 총장에 한국인이 뽑혔다.

200여년이 넘는 아이비리그 역사에서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인이 대학을 대표하는 총장에 선출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다트머스대학 재단이사회는 2일(현지시각) 김용(50·미국명 Jim Yong Kim)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을 제17대 총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다트머스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브라운·코넬·펜실베이니아·프린스턴과 함께 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아이비리그)로 꼽힌다. 미국 최초의 공과대학과 비즈니스스쿨을 세운 240년 역사의 대학이다.

김 신임 총장은 조선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세브란스병원에서 태어나 다섯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내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총장이 됐다"며 "이 영광을 고국의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 신임 총장은 중남미와 러시아 등의 빈민지역에서 결핵 치료를 위한 신규모델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고, 200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아 저소득 국가에서 에이즈 치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오는 7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김 신임 총장은 이날 다트머스대에서 열린 신임 총장 소개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혼자 무엇을 하는 것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나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조언하는 일을 맡았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과 같은 학생들은 교수들로부터, 그리고 학생 서로 간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세계로 나아가 세계를 보다 밝고, 생산적이고, 인도적이고 정의롭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6월부터 400여 명의 후보자를 놓고 총장 선임 작업을 진행해 온 다트머스대 에드 핼드먼(Haldeman) 재단 이사장은 "김 신임 총장은 다트머스대의 사명 중 핵심인 배움과 혁신, 봉사와 관련해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밝혔다.

'첫 아시아인 아이비리그 총장'이라는 역사를 새로 쓴 김 신임 총장은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출중한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결핵, 말라리아, 에이즈 등의 질병 퇴치를 열정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끌어온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2006년 타임지), '미국의 최고 지도자 25명'(2005년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 등에 뽑히고, '천재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상(2003년)을 수상했다. 김 신임 총장은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과의사인 부인 임연숙씨와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그는 성공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 속담에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를 잘 고르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좋은 부모님을 만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신임 총장의 부친 김낙희(별세)씨는 6·25전쟁 당시 17살의 나이로 혈혈단신 북한에서 피란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아이오와대학에서 치의학 분야에서 활동했다. 모친 김옥숙씨는 경기여고 수석졸업생으로 역시 아이오와대학에서 한국 철학 퇴계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땄다. 김 신임 총장은 "실무적인 직업을 가진 부친과 큰 사상을 연구하는 모친을 둔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주 머스커틴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고교시절 총학생회장으로 활약했고, 학교 미식축구팀에서 쿼터백을 맡기도 했다. 브라운대를 졸업한 김 신임 총장은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신임 총장에게 '만약 부모가 평범하지만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우선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해야 하며, 자기가 옳다고 믿는 바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에게 다트머스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트머스는 입학 사정을 할 때 지원자의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질이 우수한 학생이면 선발해 자격이 되면 미국인이든 외국학생이든 장학금을 지급한다. 한국의 부유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는 총장으로서 이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다."

 

입력 : 2009.03.04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