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6면]   입력 2014.12.09 00:23 / 수정 2014.12.09 00:53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장
기업인 출신 이근면 처장에게 조언
"공무원한테 욕먹을 각오로 하라"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시간이 걸려도 근본적인 개혁 목표를 정하고, 재임 중에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것을 구분하라”고 조언했다. [중앙포토]


“정부가 오래전부터 혁신을 외쳐왔지만 아직도 공무원 개개인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구분한 직무분석 조차 안 돼 있다. 이것 하나만 해놓고 나와도 미생(未生)을 면하고 완생(完生)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73) 명지전문대 총장은 행정 혁신 분야의 원로로서 이근면(62) 인사혁신처장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김 총장은 1999년부터 3년간 위원장 재임 기간에 개방형 직위 신설, 고시제도 개혁 등 과감한 혁신을 추진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정부가 인사와 정부 혁신을 위해 민간 부문에서 영입한 ‘구원투수’라는 점이다. 김 총장이 ‘민간인 출신 1호’라면 이 처장은 ‘기업인 출신 1호’다.

 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공무원에게 맡겨놓으면 안 되겠다 싶어 기업인(삼성) 출신을 앉힌 것”이라면서 이런 발탁 배경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을 지낸 김 총장은 관료제 비판부터 했다.

그는 “칼 마르크스가 관료들의 정보 독점 행태를 비판했다”며 “실제로 공무원들은 위·아래·옆에조차 정보를 보여주지 않고 필요할 때 조금씩 흘리는 습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앉아서 공무원들이 올리는 보고서만 보고 결재하면 허상만 보게 되고 공무원 조직에 동화되거나 말려들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이 처장에게 충고했다. 그러면서 “국장·과장 구분없이 계급장 떼고 수시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혁신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 인사를 할 때는 기업에서 하듯 똑같이 하면 100전 100패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 사회는 기업 경영하듯 자로만 잴 수 없고 국민 신뢰와 정치적 고려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실력없고 자리도 없어 빙빙 도는 ‘인공위성 공무원’을 정리할 수 있으면 그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 처장이 부임하기도 전에 만들어진 인사혁신처의 조직도를 꺼내 보인 김 총장은 “인사혁신은 기존 조직을 탈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조직도가 15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이 완전히 관료조직으로 짜였다”면서 “타부처와 민간 인재를 대거 발탁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공무원 계급을 유지하면서 정부를 혁신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6·7·8·9급으로 층층시하인 하위직을 7급으로 합쳐 직급을 단순화해야 일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총장이 위원장 시절에는 ‘임기(3년)가 정해진 장관급’이었는데 이 처장은 ‘임기가 명시 안 된 차관급’이란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 총장은 “대기업은 오너가 힘을 실어주면 일이 착착 추진되지만 정부는 대통령이 있어도 장관의 힘이 보통이 아니고 개혁에 강하게 저항하고 견제한다”며 "위원장 재임 기간에 청와대 수석의 인사 간섭에 맞서 전화통을 내던지며 싸웠고 3년간 5명의 수석이 갈렸다”고 일화를 공개했다.

 김 총장은 “공무원에게 칭찬받을 생각은 하지 말고 언제든지 사표 쓸 각오로 배수진을 치고 욕먹겠다는 자세로 일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역대 정권이 인사에 실패한 것은 정부 부처가 아닌 청와대가 정부출연기관장 인사까지 도맡아 했기 때문”이라며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청와대 인사위원회부터 해체해야 인사혁신처가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