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연구하는 사람들
글수 62
연주자에 권한 줬더니… 모두가 지휘자처럼 열정 내뿜더라
★수평적 조직문화의 힘
32명 단원들 동등한 관계… 결론 날 때까지 '끝장토론'
도출된 결정엔 진정 공감… 자발적 헌신으로 '보답'
카네기홀 20년 넘게 공연… 전문성·실력 공인받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 강마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연주단원들을 장악하려 한다. 하지만 독선에 가까운 지휘 방식에 연주자들은 반발하고, 오케스트라는 결국 파국 위기를 맞기도 한다.
물론 드라마 속 극단적 이야기지만 강마에 같은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존재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한데 만일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말 지휘자 없이도 오케스트라는 잘 돌아갈까?
미국 뉴욕에 있는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Orpheus Chamber Orchestra·이하 오르페우스)는 구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 이런 생각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그것도 무려 39년째. 이 오케스트라에선 지휘자가 없는 대신 단원 모두가 토론을 통해 연주곡을 정하고 해석한다. 집단적이고 수평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다. 기업으로 치면 마치 CEO 없이 직원들 협의를 통해 회사를 경영하는 격이다. 오르페우스는 그럼에도 미국 카네기홀에서 20년 이상 연속으로 공연하는 등 전문성과 실력을 높이 인정받고 있다.
■모든 연주자가 협의를 통해 연주 방향을 결정
지난 15일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인근 허드슨 강가.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사무실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드는 교회 건물 11층에 있었다. 오르페우스의 살림을 맡고 있는 경영 부문 대표 짐 브레드슨(Jim Bredeson)은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 오르페우스의 본거지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기자를 맞았다.
사무실에서는 10명 정도의 경영 부문 직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벽에는 오르페우스의 연주 모습을 담은 사진이 가득했다. 2008년 한국 공연 때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사진도 보였다.
32명의 단원(연주자)들은 대부분 별도의 직업(교수 혹은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연이 있을 때만 별도의 연습장을 빌려 함께 연주를 한다. 짐 브레드슨 대표는 "오늘 이곳은 조용하지만 실제 연습 장면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과연 오르페우스의 연습 장면 동영상을 보니, 엄숙한 분위기일 것이란 통념과는 180도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선 좀 더 템포를 빨리 잡자고."(바이올린 연주자)
"이 파트에선 웅장한 느낌이 필요해."(비올라 연주자)
"자자, 그럼 이 마디부터 다시 시작합시다."(또 다른 바이올린 연주자)…
연주자 대부분이 한마디씩 하는 시끌벅적한 모습은 마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한다. 원곡의 연주 방향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한 명의 지휘자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연주자들은 묵묵히 따라가는 일반 오케스트라의 연습 장면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르페우스는 32명의 단원이 만장일치로 곡을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명의 시니어 연주자들이 먼저 모여 전체 방향을 논의하기도 하지만, 그러더라도 반드시 나중에 전체 단원들과 의견 교류의 시간을 갖는다. 1972년 출범한 이래 매년 적게는 20차례, 많게는 40회 갖는 공연을 거의 이런 식으로 소화한다.
그렇다고 단원들이 어설픈 사람들도 아니다. 줄리어드스쿨이나 맨해튼음악스쿨 같은 유명 음악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거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저지 오케스트라 같은 유명 오케스트라의 고정 단원으로 활동 중인 유명 연주자들이 상당수다. 한마디로 잘나가는 연주자들이 모여 '지휘자 없는 악단'이란 새로운 실험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원 모두가 정상급 연주자들이다 보니, 리허설과 연주회 스케줄 조정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도 발생한다. 집단 의사 결정이다 보니 연습 시간도 일반 오케스트라보다 훨씬 더 필요하다. 곡의 해석을 놓고 토론을 할 때 연주단원들의 경력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동등한 발언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할 경우 지휘자가 있는 오케스트라에선 리허설에 대략 8시간이 소요되지만, 오르페우스는 12~16시간 정도는 투입해야 한다고 브레드슨 대표는 말했다. 어떤 곡은 일반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의 3배가 걸리기도 한다.
■즐기는 연주가 되려면 상호 대등한 관계가 필요
이 오케스트라는 1972년 음대를 졸업한 몇 명의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소규모 연주단을 구성한 것이 모체이다. 줄리안 파이퍼(Julian Fifer·첼리스트) 등 창업자들이 지휘자 없는 연주단을 결성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상업적 공연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자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연주자 누구나가 즐길 수 있으려면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상호 대등한 관계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지휘자를 두지 않고 집단 의사 결정 방식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둘째, 취미 목적의 음악 모임이었기 때문에 다른 지휘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이 특이한 오케스트라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그 운영 방식에 매력을 느낀 연주자들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고, 단원들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처음에는 지인들 중심의 현악기 멤버로만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관악기 연주자, 그리고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참가하기 시작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외부 공연이 크게 늘어나게 됐고, 나중에는 이들을 경제적으로 후원하는 개인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단원 선발 과정에도 집단 의사 결정의 철학은 그대로 반영된다. 새로운 단원을 뽑을 때 반드시 모든 단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오케스트라 정원 34명 가운데 2명 자리가 비어 있는 것도, 단원들 간에 아직 의견일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브레드슨 대표는 밝혔다.
탄탄한 고정 팬 덕에 오르페우스는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적자를 보지 않고 넘길 수 있었다. 공연 횟수는 줄었지만, 후원금은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남 못지않은 성과를 내는 비결은 뭘까. 짐 브레드슨 대표는 두 가지 포인트를 지적했다.
첫째, 자발성이다. 연주자 모두가 토론 과정에 직접 참가한 데 따른 만족감과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연주할 때 남다른 자발적 열정을 보인다는 점이다. 브레드슨 대표는 "수평적 의사결정구조를 적용해 본 결과 우리는 구성원들에게 일방적 지시 대신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줄수록 구성원들의 조직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흔히 CEO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에서 조직원들이 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는 설명이다.
둘째,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충분히 토론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그 결론에 모두가 진심으로 공감하게 된다는 점이다.
브레드슨 대표는 "단원들의 오랜 토론 과정은 기계적인 결론 도출 과정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식까지 하나로 결합시키는 과정(group conscious building)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어떤 연주자가 어떤 방식을 제안하면 또 다른 연주자가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제3의 연주자가 또 다른 안을 얘기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그 속에서 구성원 모두가 거부감 없이 공감하게 되는 어떤 결론에 자연스레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지휘자가 기계적으로 던져준 방향이 아닌, 서로 노력해 찾아낸 공감대이기 때문에 그만큼 도출된 결론에 동화되려는 구성원들의 노력도 한층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자연히 결과물인 공연의 수준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관객 만족도의 제고와 단원들의 자긍심 고조라는 선순환을 낳는다는 것.
오르페우스는 새로운 시도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공연장 방식 대신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음악을 전하는 방법도 준비하고 있다. 2012년에는 중국, 2013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공연 일정을 벌써 잡는 등 새로운 시장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물론 오르페우스의 독특한 운영 시스템은 소규모 집단, 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집단에서나 가능할지 모른다. 조직 규모가 크고, 이질적인 집단들이 섞인 조직에도 집단 의사 결정 방식이 잘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수평적이고 집단적인 의사 결정 방식으로도 조직의 역량을 충분히 끌어내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으로 가장 수직적인 리더십을 요구했던 오케스트라에서조차 그러할진대 기업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리더의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수직적 계층 구조를 금과옥조로 삼아온 조직이라면 오르페우스의 연주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의 힘
32명 단원들 동등한 관계… 결론 날 때까지 '끝장토론'
도출된 결정엔 진정 공감… 자발적 헌신으로 '보답'
카네기홀 20년 넘게 공연… 전문성·실력 공인받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 강마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연주단원들을 장악하려 한다. 하지만 독선에 가까운 지휘 방식에 연주자들은 반발하고, 오케스트라는 결국 파국 위기를 맞기도 한다.
물론 드라마 속 극단적 이야기지만 강마에 같은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존재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한데 만일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말 지휘자 없이도 오케스트라는 잘 돌아갈까?
미국 뉴욕에 있는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Orpheus Chamber Orchestra·이하 오르페우스)는 구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 이런 생각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그것도 무려 39년째. 이 오케스트라에선 지휘자가 없는 대신 단원 모두가 토론을 통해 연주곡을 정하고 해석한다. 집단적이고 수평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다. 기업으로 치면 마치 CEO 없이 직원들 협의를 통해 회사를 경영하는 격이다. 오르페우스는 그럼에도 미국 카네기홀에서 20년 이상 연속으로 공연하는 등 전문성과 실력을 높이 인정받고 있다.
■모든 연주자가 협의를 통해 연주 방향을 결정
지난 15일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인근 허드슨 강가.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사무실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드는 교회 건물 11층에 있었다. 오르페우스의 살림을 맡고 있는 경영 부문 대표 짐 브레드슨(Jim Bredeson)은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 오르페우스의 본거지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기자를 맞았다.
사무실에서는 10명 정도의 경영 부문 직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벽에는 오르페우스의 연주 모습을 담은 사진이 가득했다. 2008년 한국 공연 때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사진도 보였다.
32명의 단원(연주자)들은 대부분 별도의 직업(교수 혹은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연이 있을 때만 별도의 연습장을 빌려 함께 연주를 한다. 짐 브레드슨 대표는 "오늘 이곳은 조용하지만 실제 연습 장면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과연 오르페우스의 연습 장면 동영상을 보니, 엄숙한 분위기일 것이란 통념과는 180도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선 좀 더 템포를 빨리 잡자고."(바이올린 연주자)
"이 파트에선 웅장한 느낌이 필요해."(비올라 연주자)
"자자, 그럼 이 마디부터 다시 시작합시다."(또 다른 바이올린 연주자)…
연주자 대부분이 한마디씩 하는 시끌벅적한 모습은 마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한다. 원곡의 연주 방향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한 명의 지휘자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연주자들은 묵묵히 따라가는 일반 오케스트라의 연습 장면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르페우스는 32명의 단원이 만장일치로 곡을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명의 시니어 연주자들이 먼저 모여 전체 방향을 논의하기도 하지만, 그러더라도 반드시 나중에 전체 단원들과 의견 교류의 시간을 갖는다. 1972년 출범한 이래 매년 적게는 20차례, 많게는 40회 갖는 공연을 거의 이런 식으로 소화한다.
- ▲ 오르페우스 단원들은 연습 때는 동등한 관계에서 치열하게 토론하지만, 공연 때는 하나로 조화돼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 오르페우스 제공
하지만 단원 모두가 정상급 연주자들이다 보니, 리허설과 연주회 스케줄 조정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도 발생한다. 집단 의사 결정이다 보니 연습 시간도 일반 오케스트라보다 훨씬 더 필요하다. 곡의 해석을 놓고 토론을 할 때 연주단원들의 경력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동등한 발언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할 경우 지휘자가 있는 오케스트라에선 리허설에 대략 8시간이 소요되지만, 오르페우스는 12~16시간 정도는 투입해야 한다고 브레드슨 대표는 말했다. 어떤 곡은 일반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의 3배가 걸리기도 한다.
■즐기는 연주가 되려면 상호 대등한 관계가 필요
이 오케스트라는 1972년 음대를 졸업한 몇 명의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소규모 연주단을 구성한 것이 모체이다. 줄리안 파이퍼(Julian Fifer·첼리스트) 등 창업자들이 지휘자 없는 연주단을 결성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상업적 공연이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자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연주자 누구나가 즐길 수 있으려면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상호 대등한 관계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지휘자를 두지 않고 집단 의사 결정 방식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둘째, 취미 목적의 음악 모임이었기 때문에 다른 지휘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이 특이한 오케스트라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그 운영 방식에 매력을 느낀 연주자들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고, 단원들이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처음에는 지인들 중심의 현악기 멤버로만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관악기 연주자, 그리고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참가하기 시작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외부 공연이 크게 늘어나게 됐고, 나중에는 이들을 경제적으로 후원하는 개인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단원 선발 과정에도 집단 의사 결정의 철학은 그대로 반영된다. 새로운 단원을 뽑을 때 반드시 모든 단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오케스트라 정원 34명 가운데 2명 자리가 비어 있는 것도, 단원들 간에 아직 의견일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브레드슨 대표는 밝혔다.
탄탄한 고정 팬 덕에 오르페우스는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적자를 보지 않고 넘길 수 있었다. 공연 횟수는 줄었지만, 후원금은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 ▲ 짐 브레드슨 대표. / 오르페우스 제공
남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남 못지않은 성과를 내는 비결은 뭘까. 짐 브레드슨 대표는 두 가지 포인트를 지적했다.
첫째, 자발성이다. 연주자 모두가 토론 과정에 직접 참가한 데 따른 만족감과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연주할 때 남다른 자발적 열정을 보인다는 점이다. 브레드슨 대표는 "수평적 의사결정구조를 적용해 본 결과 우리는 구성원들에게 일방적 지시 대신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줄수록 구성원들의 조직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흔히 CEO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에서 조직원들이 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는 설명이다.
둘째,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충분히 토론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그 결론에 모두가 진심으로 공감하게 된다는 점이다.
브레드슨 대표는 "단원들의 오랜 토론 과정은 기계적인 결론 도출 과정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식까지 하나로 결합시키는 과정(group conscious building)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어떤 연주자가 어떤 방식을 제안하면 또 다른 연주자가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제3의 연주자가 또 다른 안을 얘기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그 속에서 구성원 모두가 거부감 없이 공감하게 되는 어떤 결론에 자연스레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지휘자가 기계적으로 던져준 방향이 아닌, 서로 노력해 찾아낸 공감대이기 때문에 그만큼 도출된 결론에 동화되려는 구성원들의 노력도 한층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자연히 결과물인 공연의 수준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관객 만족도의 제고와 단원들의 자긍심 고조라는 선순환을 낳는다는 것.
오르페우스는 새로운 시도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공연장 방식 대신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음악을 전하는 방법도 준비하고 있다. 2012년에는 중국, 2013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공연 일정을 벌써 잡는 등 새로운 시장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물론 오르페우스의 독특한 운영 시스템은 소규모 집단, 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집단에서나 가능할지 모른다. 조직 규모가 크고, 이질적인 집단들이 섞인 조직에도 집단 의사 결정 방식이 잘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수평적이고 집단적인 의사 결정 방식으로도 조직의 역량을 충분히 끌어내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으로 가장 수직적인 리더십을 요구했던 오케스트라에서조차 그러할진대 기업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리더의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수직적 계층 구조를 금과옥조로 삼아온 조직이라면 오르페우스의 연주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