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6.07 17:49:59 | 최종수정 2015.06.07 21:11:49



정부는 메르스의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를 없애면 건강이 회복되는 줄 안다.

몸에 들어오는 나쁜 균을 막아야 하지만, 바이러스 퇴치보다 면역체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대 의학은 상당 기간 암 세포가 비타민C를 좋아하고, 항산화제가 몸에 좋은 것만은 아니고, 몸에는 자연 치유력이 있다는 것 등을 모른 채 질병과 싸웠다. 오랫동안 무엇이 암을 일으키고 왜 종양이 발생하는지 몰랐다가 건강과 질병 패러다임에 의문을 품고 암은 시스템의 문제로 수술로 해결할 수 없는 뿌리 깊은 신체 기능장애(면역체계 불균형)인 것을 알게 되었다.

2012년 초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에서 10주간 베스트셀러였던 D B 아구스의 `질병의 종말`에 나오는 내용이다.

부정부패(바이러스)를 척결하기 위해 검사 출신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돼 국회 청문회가 시작됐다. 후보자는 `나라 기본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후보 지명 때 말했다. 면역체계를 바로잡겠다는 뜻이겠다.

총리는 행정 각부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독려하는 것이 주 임무다. 사회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은 지난한 일일뿐더러 총리가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려면 공동체의 공생에 기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환부 도려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 또한 암 치료로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총리의 사회인식, 국정철학, 정향 등이 기초 이론과 상식에 어긋나면 사회에 불협화만 증폭된다.

근 20년 전 1996년 봄 하와이에서 국제 부정부패 회의가 열린 적이 있다. 필자가 한국 부패 문제를 거론하니까 참석자 중 북한 문제 전문가로 잘 알려진 브루스 커밍스가 한국은 ROTC(Republic of Total Corruption)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 부패지수는 세계 43위인 반면 나미비아 르완다 가나 등 몇 국가가 50위 수준에 있고, 나머지 아프리카 국가들은 100~174위에 자리하고 있다.

어느 대선 때 한 지인이 후보로 거론되니까 건설업자가 다가와 `그 사람 돈이 필요할 텐데…`라고 말했다. 다리를 놔 달라는 뜻이다. 대선을 치르고 나면 기업인 정치인 관리들이 줄줄이 구속된다. 대통령 주변에 있었던 어느 고위 인사는 대통령은 당선축하금을 받아 대선 자금을 댄 기업인 빚부터 갚아야 한다고 했다. 대선 후 1~2년 내로 이들 기업 열 중 여섯은 이권을 따내지 못해 망하기 때문이란다. 요즘 회자되는 어느 기업처럼.

정부, 기업, 정치의 부패고리는 마약 재배와 밀매를 하는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같다. 다른 나라보다 좀 낫다곤 하지만 이들 삼각관계를 뿌리 뽑지 못해 지금도 부패는 공사 할 것 없이 끝 간 데 없다.

어느 사립학교를 보니까 일부 보직자 교수와 직원, 법인 할 것 없이 돈 빼먹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 같다. 용역업체와 복수학위 브로커 간 수십억 부당 계약, 교비 횡령, 수천만 원 강사료, 그리고 법인의 불법과 탈법 등 온갖 횡포들, 어렵사리 등록금 마련해 내는 학생들만 불쌍하다.

칸트의 말대로 `가족, 학교, 회사 혹은 국가, 사람들은 모두 다르지만 도덕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양의 탈을 쓴 위선 덩어리들이 설치니 나라가 이 지경이 된다. 정부가 시퍼런 칼을 들이대도 무너진 이 나라 면역체계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는 국정 운영 철학과 인재 활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바란다. 모든 게 기초와 기본이 문제이고 본질을 어떻게 천착해 내느냐에 달려 있지, 칼날 예리하게 간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총리 후보자는 삼각의 꼭짓점인 정부부터 암을 없애고 공직기강을 잡아야지 사회에 대놓고 하는 그런 언사는 권위주의 속내만 드러내는 꼴이 된다.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