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7.12 17:24:57 | 최종수정 2015.07.12 20:48:22


파행을 거듭하는 정부를 살릴 길은 공유정부밖에 없다. 정부 부처끼리는 물론 정부와 민간이 자원과 기회 등을 공유해 공존의 시대에 부응하자는 뜻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정부의 무능 독선 독주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선박관리, 질병관리 제대로 못하면서 정부 관리들은 지배·지시·계도에만 몰두했다.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법과 행정 시행령·규칙 간의 간극이 큰데도 정부는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했다. 간극은 교육부 누리과정에서 교육청에 떠넘기기, 농식품부의 직불금 대폭 삭감 등등 온 부처가 법 위에 군림하는 실정이다.

문제해결 능력 없는 행정부 관리들은 소속부처와 자리가 자기 소유인 양 착각하며 주인행세하기에 바쁘다. 관료주의는 정부만 아니라 사회 각 기관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다. 정부는 소유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접근과 사용의 시대`로 가고 있는 줄 모른다.

헤겔의 말대로 공직 자리는 내 것이 아니다. 자연인이 잠시 자리에 앉았다 떠날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 관리들은 마르크스가 제일 싫어하던 정보를 독점한다. 조각정보로 정보장사도 하며 국민을 괴롭힌다. 정보장사의 전형적인 예로 어느 부처 할 것 없이 관리들이 기업 사학 단체 등의 에이전트 또는 장학생이 되어 입찰, 단속, 감사 때 정보를 누출한다. 상층부에도 조각정보만 전달되기는 마찬가지다. 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좋은 정보만 올린다. 장관은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면서 정책을 결정한다. 정보의 흐름은 혈류와 같은 것인데 막히면 그 조직이 건강하겠는가.

이런 국가는 풍전등화 같다. 21세기 정부는 공유경제가 소유의 욕망을 억제하고 잉여자원을 활용해 약자의 부를 늘려가듯이 `공유정부`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양심적이고 진취적 기업이 고유의 기술을 공개하고 소비자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내듯이 공유정부는 관료의 계급의식부터 접고 정부 자원을 독점하지 말고 국민과 나누어 효과 있게 쓰는 정부다. 각 부처가 갖고 있는 정보자원도 빅 데이터의 규모, 형태, 속도 등의 속성에 맞추고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해 융합정책 수립에 기여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변신해 자리나 자원을 국민에게 선뜻 내 주느냐이다. 우버 택시처럼 정부를 대신해 모범적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공유가 대안이긴 하지만 부는 컴퓨터나 로봇 등을 소유한 거대 기업에만 돌아가고 나머지 약자는 `부스러기 나눠먹기 경제(share-the scraps economy)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미국 전 노동부 장관 R 라이시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닐슨의 전 세계 조사에 따르면 68%가 시간, 물건, 서비스를 공유하고 싶다고 하는 추세를 거역하지 못한다.

공유정부로 가는 길을 몇 가지 예시하면 첫째, 경쟁력이 있는 대안이면 민간에 넘긴다. 시민사회가 정부보다 잘하는 것이 많다. 둘째, 같은 맥락에서 중앙정부 사업을 지방정부가 맡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셋째, 관리비용이 더 드는 기금, 보조금 사업을 민간의 자율에 맡겨 효율을 극대화한다. 연구교육훈련, 복지, 문화, 관광, 교통 등이 대표적 예다. 대신 그만큼 세금을 덜 거두어야 한다. 보조금으로 미끼질 하는 것부터 없애라는 말이다. 세금 낭비의 주체인 정부를 객체화하는 거다. 넷째, 정부는 항상 잘하고 있다는 홍보 그만하라. 힘드니 도와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라. 다섯째, 국립·국영·국가대표 등과 같은 딱지 떼어 국가기획 획일주의적 발상에서 탈피하라. 지배양식인 민주주의의 적은 생산양식인 공산주의가 아니라 관료주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반민주주의적 정부가 탈바꿈해야 할 이유다.

정부는 능력에 부치는 무거운 짐을 덜기 위해 거버넌스의 차원을 훨씬 넘어 시민사회와 역할을 분담하면 국가와 국민이 공존하고 공생한다.

[김광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