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 | 제 456 호 |


공무원 100만 시대, 대안으로 떠오른 ‘공유정부’

1201

최근 경제 분야 새 트렌드는 단연 ‘공유경제(sharing economy)’다. 과거 소비 형태가 돈을 내고 ‘내’가 가져가야 했다면, 이제는 누군가로부터 필요할 때 잠시 빌려 ‘함께’ 쓰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우버(Uber) 택시·에어비앤비(Airbnb)가 대표적 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20세기 자본주의론 개성을 만족시켜 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곤궁한 청년층은 무엇인가를 갖기엔 돈이 없다. 빌려 쓸 수밖에 없다. “어차피 끝나는 삶인데 뭘 그렇게 집착해, 쓰다 버리면 되는 거지”라는 소유·독점에서 점유·사용으로 발상의 전환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업체 매솔루션은 2014년 공유경제 세계시장 규모가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10년 뒤 2025년엔 33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소유의 종말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202

그런데 ‘공유’가 꼭 경제 분야에만 해당될까. 혹시 정부 역할도 정부만 독점하는 게 아니라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한 게 ‘공유정부(sharing government)’의 개념이다.

김광웅(74)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창하고 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의 기능이 서로 겹치는 영역은 과감히 민간에 넘겨야 한다”며 “차기 대선 주자는 공유정부를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도 연구되거나 발표된 적이 없는 ‘공유정부론’을 김 교수는 내년 1월 서울행정학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관피아 척결한다며 ‘안전처’ 신설
-왜 ‘공유정부’인가.
“과거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말까지 행정 개혁, 행정 쇄신, 정부 조직 개편 등 이런저런 행정위원회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노태우 정부 때는 ‘2차관제’를 신설했고, YS 정부 때는 기존 내각을 통합하는 ‘대(大)부처주의’를 채택했다. 나름 정부를 개혁한다고 기존 부서를 떼었다 붙이고, 뒤집고 흔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현재도 공무원 100만 시대다. 산하기관·공공기관 등 준공무원까지 합하면 수는 훨씬 늘어난다. 아무리 줄이고 없앤다고 해도 물귀신처럼 되살아나는 게 관료요, 관료주의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아예 특정 영역 자체를 정부에서 떼내야 한다.”

-관료주의가 문제인가.
“세월호 때를 생각해보라.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며 서슬이 퍼렇었지만 달라졌는가. 해경을 없앴지만 간판만 내렸을 뿐 실제 역할은 그대로다. 오히려 ‘국민안전처’라는 신생 부서만 만들어졌다. 메르스 사태 때도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방안이 나왔다. 그게 관료주의다. 문제가 터지면 그걸 해결해야 한다는 빌미로 제2, 제3의 부서가 생기고, 급을 높이고, 승진을 하면서 더 비대해진다.”

-그래서 민간에 넘기자는 것인가.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정부에 들어가면, 공무원이 되면 획일화 된다. 관료는 그저 규격화된 규정을 따르고, 미리 정해놓은 목표에 달성하는 것에만 매달린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지 않던가. 그걸 제어할 관심이 없다. 문제 해결하느라 드는 위험보단 안 하고 욕 안 먹는 게 승진하는 데엔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부도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 특히 고위 공직자는 신분 보장을 해줘선 안 된다.”

-구체적인 ‘공유정부’ 방안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 목표 중 하나가 문화융성이다. 그걸 꼭 정부가 해야 하나. 최근 불고 있는 K-푸드 열풍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덕이라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K팝 역시 비슷하다. 정부가 관여 안 하고 민간이 하는 걸 그대로 놔두면 대부분 더 잘된다. 마찬가지로 ‘문화융성위원회’도 정부가 관장하기보다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같은 국내의 대표적 메세나 기업이 맡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과거 문화예술진흥원을 민간 주도의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름만 바꾸고 윗선만 바꾸었지 문화예술위원회도 아래에서 실질적인 일을 하는 이들은 모두 관료다. ‘공유정부’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협업의 수준을 넘어 민간의 독자적 활동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민간이 할 수 있는 건 확실히 넘기고 정부는 아예 손을 떼야 한다.”

차기 대선 공약에 ‘공유 정부’ 나와야
-‘공유정부’의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내년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사업 예산이 11조원이다. 정부는 그걸 쪼개고 나누기 바쁘다. 대부분의 정부 보조금 사업이 비슷하다. 성과를 내는 것보다 비판받지 않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R&D 사업을 삼성전자가 주도한다면 어떨까. 진정한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탄생하지 않겠는가. KT가 대학을 건립하면 서울대보다 나은 세계 초일류 대학을 만들지 않을까. 관광 분야 역시 ‘무슨 방문의 해’라며 촌스러운 구호를 외치기보다 전문 여행사가 프로그램을 짜면 고객 만족도가 훨씬 높을 것이다.”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까.
“무조건 기업에만 넘기자는 게 아니다. 시민단체도 있으며 자원봉사자도 가능하다. 전제는 정부는 무능하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만 하는 일, 즉 외교·안보·치안 등을 제외한 분야는 시민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규제 하나 없애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공공성 훼손도 우려된다.
“정부가 공공성을 지키고 있다는 건 착시다. 관료 집단은 상당 부분 이익집단화돼 있다. 이리저리 얽혀 있기에 규제를 못 없애는 것이다. 복지부동, 부처 이기주의, 자리 장사 등 관료주의 폐해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지체 없이 칼을 대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갑’이라는 인식을 털어내야 한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보모 정부(nany government)’도 시대착오다. 정부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차기 대선 주자가 ‘공유정부’를 공약으로 내세운다면 국민의 큰 공감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광웅 정부 조직을 연구해온 행정학자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1992~94년),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1999~2002년)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관료제 연구』 『국가의 미래』 『서울대 리더십 강의』 등이 있다.

 

최민우 기자 choi.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