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외국 관료들 앞에서까지… "한국 재벌은 사회적 병리 현상"

조선일보
  • 김지섭 기자
  • 입력 2019.03.12 03:30

    국제 워크숍 강연문 사전 배포 "10대 재벌 자산 GDP의 80%… 직접 고용 인원은 3.5% 불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해외 경쟁 당국 관계자들 앞에서 한국 재벌의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공정위는 12일 오전(현지 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리는 국제 경쟁 정책 워크숍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발표할 강연문을 행사 하루 전날인 11일 배포했다.

    사전 배포한 강연문에서 김 위원장은 "재벌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리더를 중심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벌의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의 문제로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지배 구조의 후진성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한국 30대 재벌 집단의 자산 총액이 한국 전체 GDP(국내총생산)보다 많다"며 "상위 10대 재벌 자산 총액은 GDP의 80%에 이르는데 이들에 직접 고용된 인원은 94만명(전체의 3.5%)에 불과할 만큼 재벌의 성장이 경제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재벌들은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을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재벌의 경제력 남용을 규율하지 못하면 경제 전체의 역동성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反)재벌론자 중에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지적할 때 김 위원장처럼 기업 자산과 국가 GDP를 비교해 설명하는 이가 종종 있지만, 기업이 성공해 거대·국제화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 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있다.

    김 위원장은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 출자 구조에 대해서도 평소 소신대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재벌 3세는 위험에 도전해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사익 추구 행위를 통한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해 경제의 역동성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선진국은 시장 메커니즘 및 상법·회사법 등의 내·외부 감시 장치가 실효적으로 작동해 이러한 사익 추구 행위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으나, 한국의 시장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