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성장동력은 미래위원회” 마리아 티우라 위원장(1)
미래학자에게 듣는다(8)

휴대폰 하나로 세상을 호령하고 있는 핀란드의 노키아는 통나무를 베어 팔아 장사하던 목재상에 불과했다. 아일랜드는 이렇다 할 자원 하나 없어 젊은이들은 돈 벌기 위해 틈만 나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밀항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들은 IT 강국으로, 또 강소국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미래를 위해 전략을 짠 정부의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로봇의 탄생, 나노기술의 등장, 생명과학의 탄생은 제3의 물결을 예견한 앨빈 토플러와 같은 미래학자들의 예측이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과 미래학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의미에서 ‘미래학자에게 듣는다’ 코너를 마련했다. 세 번째로 핀란드 의회의 미래위원회 마리아 티우라(Maija Tiura)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註]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핀란드

▲ 티우라 위원장은 핀란드의 저력은 미래위원회의 미래예측연구 활동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
핀란드는 살기에 가장 쾌적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나라다. 지난 10월 5일 경제월간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리더스 다이제스트(Leader’s Digest)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됐다.

높은 대기의 질과 수질, 그리고 낮은 유아 질병 발병률, 수질 오염 및 자연재해에 대한 철저한 보호책 등으로 조사대상 141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기와 물이 오염되지 않아 깨끗해서 좋고 질병도 별로 없다. 그리고 빽빽한 산림에도 불구하고 자연보호, 기후변화 정책에는 따를 자가 없다.

핀란드에 이어 아이슬란드가 2위에 올랐고 이어서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순으로 나타났다. 최대 경제대국 미국 23위, 영국 25위였고 중국은 84위에 그쳤다. 반면 우리나라는 35번째로 꼽혔다. 미국의 환경 경제학자 매튜 칸이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세계 각국 및 주요 대도시의 식수 질, 온실가스 배출량, 교육 및 소득 수준 등을 분석해 지표로 활용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 핀란드.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까지에는 단순한 부(富)의 논리를 넘어선 설명이 필요하다.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고, 많이 팔아서 돈을 많이 벌면 되지 않느냐? 하는 평범한 이론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가 없다. 그리고 이제는 GNP나 경제성장지표만으로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질을 평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미래를 내다 본 안목이 있었기 때문”

핀란드가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기까지에는 미래를 내다본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해온 국가적 미래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래 프로젝트의 중심에 핀란드의 미래정책기구인 핀란드 미래위원회(The Committee for the Future)가 있다.

통나무 목재상에 불과했던 노키아가 세상을 호령하는 IT기업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창업주의 피나는 노력 끝에 얻은 산물이 아니다. 노키아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미래위원회의 안목과 정책이 있었고 미래위원회의 미래예측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서울 성북동 주한 핀란드 대사관저에서 본지와 회견하고 있는 티우라 위원장.  ⓒ
“핀란드 미래위원회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미래위원회의 정책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래위원회의 정책에 따라 핀란드 정부가 성공을 거두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을 겁니다. 미래전략은 정부정책에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핀란드 미래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마리아 티우라 위원장이 본지와의 회견에서 들려준 첫 이야기다.

정부든, 기업이든 간에 미래정책과 관련 핀란드 미래위원회의 역할은 세계적인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티우라 위원장은 “미래는 이제 개인의 단순한 꿈이나 소망이 아니라 개인 모두를 책임지고 있는 국가정책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하면서 “국가의 미래정책이 성공해야 개인의 미래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핀란드 정부정책을 리드하는 곳이 미래위원회”

핀란드 정부 정책의 대부분을 리드하고 있는 핀란드 미래위원회는 핀란드만의 독특한 기관이다. 대통령이나 정부정책을 이끌어 나가는 정부부처의 자문기관이 아니다. 정책을 세우고 입안하는 의회에 속해 있다. 핀란드 의회에는 16개의 상임위원회(standing committee)가 있다. 미래위원회는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격으로 보면 모든 위원회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의회가 정책을 수립하고 입안하는 데 있어서 미래위원회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래위원회가 제시한 미래정책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정부는 그 정책에 따라 움직인다. 핀란드 미래위원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의 미래전략 자문기구는 명칭만 다를 뿐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이들 기관은 대통령 직속이나 정부부처에 속해 자문역으로 끝마친다. 다시 말해서 정책집행기관의 자문역이다. 그러나 핀란드 미래위원회는 정책입안 기관인 의회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입법기관인 국회에 속해 있다는 이야기다.

“미래전략기구가 의회에 있는 곳은 오직 핀란드”

“핀란드의 미래위원회가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것은 의회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기능면에서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으며 그 분야에 대한 정책을 입안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입안된 정책은 정부의 정책수립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 휴대폰 하나로 세상을 호령하고 있는 노키아. 노키아는 핀란드 미래위원회의 걸작품이다.  ⓒ
비단 과학기술이나 기업이 추구하는 새로운 분야만이 아닙니다. 사회적인 문제, 특히 교육을 비롯해 질병, 사회복지, 범죄, 청소년문제 등에서도 그에 대한 대책연구를 진지하게 수행합니다. 개인의 삶의 질과 사회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또 그것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핀란드 의회에 미래위원회가 생기게 된 것은 핀란드의 미래정책의 필요성에 당파를 떠나 모든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핀란드 의회는 다당제로 유명하다. 주류를 이루고 있는 보수당이나 녹색당을 비롯해 사회당 등 수십 개의 정당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을 떠나 미래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기 때문에 미래위원회가 탄생할 수 있었다.

“미래위원회가 생기게 된 것은 기존의 의회정책체계만으로는 미래를 예측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래예측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거죠. 사실 미래예측과 그에 따라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전담기구가 필요합니다. 미래연구는 중요한 국가시책이어야 합니다.

“미래전략에 대해서는 여야(與野)가 한목소리”

정부는 미래위원회의 작업을 기초로 집권기간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미래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을 비롯해 과학기술, 기업경쟁력을 포함해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대책방안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 대책방안들의 대부분이 미래위원회가 미래예측을 통해 일구어낸 작품들입니다.”

미래위원회는 총리실(핀란드는 의원내각제) 정부 각 부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즉 미래예측연구를 통해 얻은 종합적인 정보를 제시하며 이 정보는 정책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핀란드는 항상 연정을 하기 때문에 정부와의 대화는 필수적이다.

“미래는 우리에게 대단히 소중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아름다운 사회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며 그에 따른 미래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정부의 역할이 더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가의 정책이 개인의 행복과 더더욱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연구는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행복과 더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놓아야 우리의 후손들도 아름다운 미래 속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위해서는 미래를 공부해야 합니다.”

▲ 청정 자연은 핀란드의 중요한 자산이다. 미래위원회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가운데 하나다.  ⓒ
티우라 위원장은 핀란드의 중요한 국가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우먼파워다. 그러나 그녀가 주장하는 미래는 거창하지 않다. 소박한 아름다움과 행복에 있다. 사실 그렇다. 제일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미래연구는 더욱더 필요하다.

미래연구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위한 것”

일명 ‘다보스 포럼’, ‘UN 경제’로 통하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2005-2006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1위가 핀란드다. 그것도 3년 연속이다.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 경쟁력 1위. 꿈의 나라이며 희망의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나라가 됐다. 이러한 역할의 주인공이 핀란드의 미래위원회라는 데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핀란드의 미래위원회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래예측이 얼마나 중요하고 미래전략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미래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모델이다.

(사)유엔미래포럼의 박영숙 대표의 이야기를 빌려 보자. “이제 제발 경상도, 전라도 하면서 싸우지 말자. 이제 제발 빨갱이니, 남이니 북이니 하면서 싸우지 말자. 그리고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제발 외국에 입양시키지 말고 우리가 키우자. 미래를 걱정하고 모자랄 판에 쓸데 없는 곳에 힘을 낭비하지 말자. 미래공부도 많이 하고 전담기구도 만들어서 잘 살아보자.”

티우라 위원장과 장시간 인터뷰 끝에 필자가 얻은 결론이 바로 이렇다. 땅덩어리가 좁은 곳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핀란드처럼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 있는가? 핀란드도 땅덩어리가 그렇게 크지 않다. 인구도 5백만에 불과하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10.09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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