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감사 D급 39명 … 20명이 MB와 정치 인연

[중앙일보] 입력 2012.02.22 01:43 / 수정 2012.02.22 01:46

MB 정부 인사 대해부 ③ 286개 공공기관에선
MB 정부 629명 전수 조사

공공기관 중 공기업의 감사는 이른바 ‘노른자위’ 자리다. 업무부담도 크지 않은 데다 세간의 주목도 덜 받기 때문이다. 본지 탐사팀이 현 정권 출범 후 임명된 27개 공기업 감사 47명을 조사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적 연결고리(한나라당(현 새누리당)-대선캠프-인수위-서울시)를 최소한 하나 이상 가진 감사는 38명으로 그 비율은 80.9%에 달했다.

 본지가 2006년 보도한 ‘대한민국 공기업’ 기사를 보면 정치권 출신 공기업 감사의 비율은 김영삼 정부 37%, 김대중 정부 38%였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2006년 8월까지 임명된 공기업 감사 38명 중 20명인 52.6%가 정치인 감사였다. 김영삼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14년간 30개 공기업에 재직한 감사를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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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평가에서도 저조한 성적=“나도 낙하산이지만 솔직히 같은 감사라는 게 창피할 정도였다.” 한 대형 공기업 감사 A씨가 최근 사석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자회사 감사로 임명된 이들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 참석했는데 역량이 부족한 이들이 태반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에 대한 이해도 없고 감사 업무를 위한 기본 지식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 많아 한숨만 나왔다”고 말했다.

 정치권 출신 공공기관장·감사들은 정부 업무평가에서 성적이 대체로 저조했다. 2008~2010년 3년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와 ‘상임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 결과에 따르면 미흡(D등급) 이하 점수를 받은 기관장과 상임감사 39명 중 20명(51.2%)이 MB와 정치적 연결고리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영남-현대그룹 등 MB와 학연·지연·직연으로 얽힌 ‘인연의 고리’까지 추가하면 29명(74.4%)에 달한다.

 낙하산 인사 중에는 2년 연속 낙제점을 받은 기관장도 있다. 이 대통령의 대선 외곽조직이었던 선진연대 출신 임동오 전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2009년과 2010년 두 번 연속으로 미흡 평가를 받아 해임 건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중부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해임을 면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이었던 신방웅 전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은 2009년 평가에서 96개 평가 대상 기관장 중 꼴찌인 ‘아주 미흡’ 평가를 받았고 이후 자진 사퇴했다.

 ◆역량 부족해도 연임, 총선 다가오면 사임=정치권 출신 기관장들은 역량이 부족해도 연임을 하기도 한다.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은 ‘2010년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에서 미흡(D등급)으로 평가돼 기관장 경고를 받았다. 또 임직원들이 평일에 단체로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수차례 감사원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해 7월 3년 임기를 마친 조 사장을 연임시켰다. 수도권 매립지 문제와 지역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적임자라는 이유에서다. 조 사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직능정책본부장을 맡았었다.

 낙하산 기관장들은 총선·지방선거 등이 다가오면 미련 없이 직을 버리기도 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이르기까지 농수산물유통공사(하영제), 코레일(허준영), 한국전기안전공사(임인배), 대한석탄공사(이강후) 등 굵직굵직한 공공기관장들이 줄줄이 임기 중에 사표를 썼다.

한경대 이원희(행정학) 교수는 “공공기관장이나 감사가 되면 나눠줄 수 있는 이권도 많고 업무추진비로 지역구와 인맥 관리도 가능해 경력 관리에 유용하다”며 “ 세금으로 정치인의 경력 관리를 해주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김경희·노진호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
◆ 도움 주신 분=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회학), 김정민 KAIST 연구원, 박기호 서울대 교수(지리학), 권혜진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