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를 죽인 MBA 출신 엘리트들

케빈 하세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 제102호 | 20090221 입력 <IFRAME marginWidth=0 marginHeight=0 src="http://sunday.joins.com/article/findReporterIDnew.asp?reporter=/Article/@reporter" frameBorder=0 width=0 scrolling=no height=0> </IFRAME>
미국 월스트리트는 200여 년 동안 온갖 풍파를 이겨냈다. 전쟁을 이겨냈고 대공황과 은행 파산, 테러 공격도 견뎠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상 죽은 상태다.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숨졌으면 의사는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마찬가지로 월스트리트가 직전에 보인 증상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는 전혀 다른 곳이 돼버렸다. 인재 구성이 질적으로 변했다.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 수재들은 의사나 엔지니어가 되려고 했다. 월스트리트에 몰려들지 않았다. 이곳의 인적 구성은 미국만큼이나 다양했다. 그 다양성이 월스트리트가 온갖 풍파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2000년 전후 수재들은 하나 같이 투자은행가를 지망했다. 동부 명문대학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월스트리트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월스트리트는 죽은 상태나 다름없다. 둘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 월스트리트 메이저 금융회사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그들은 대부분 MBA 학위를 가진 인물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5년 현재 금융회사 임직원 가운데 50%가 MBA 학위를 갖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세계 정상 투자은행인 골드먼 삭스는 2007년 MBA 학위를 받은 직원 300명을 채용했다.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은 각각 160명과 235명 정도를 받아들였다. 이들이 잘못해 투자은행들이 파산했고 거대 은행들이 흔들리고 있다.

도대체 MBA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기에 그랬을까. 오하이오주립대학 연구팀이 MBA 학위를 받은 1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들 가운데 대부분이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상 금융회사의 자산을 운용하는 실험을 해본 결과 의사결정이 즉흥적이고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자기 확신이 낳은 부작용인 셈이다.

이런 사람들이 유동성 풍년 시절에 어떤 게임을 벌였는지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버드 MBA 학위를 가진 존 테인 전 메릴린치 회장이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엄청난 역량을 지닌 인물이라고 확신했다. 메릴린치가 위험한 머니 게임 때문에 사실상 파산한 상태인데도 엄청난 보너스를 챙겼다. 또 자신의 집무실을 꾸미는 데 회사 돈을 물 쓰듯 했다.

MBA 출신들이 드물었던 시절의 월스트리트는 조심스러웠다. 비현실적인 가정과 과거 데이터만을 입력해 넣은 환상적인 투자 모델을 맹신하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듯이 투자 결정을 내렸다. 이는 고대 로마 사람들이 다리를 놓을 때 보였던 조심성과 비슷하다. 그들은 요즘 MBA 출신들이 맹신하는 컴퓨터가 뭔지도 몰랐다. 다리를 놓는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으로 튼튼하게 다리를 놓기만 했다. 그 덕분에 고대 로마인들의 다리는 대부분 현재까지 튼튼하다.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은 MBA 출신이 주류를 형성하는 바람에 그들의 시각에 매몰됐다. 그들의 언어와 기법, 투자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금융회사는 더 많은 MBA 출신을 받아들였고 그들의 패러다임은 더 강화됐다. 그 결과 금융회사들이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끝내 무너졌다. 그리고 월스트리트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