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200점 만점에 310점 불과…사회통념 깨
서울대 리더십센터 공공리더십지수(PLI) 발표
대학교수와 언론인 등 지식인은 리더십 지수가 낮아 공직을 맡기에 가장 부적합한 집단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공직엔 지식인이 적합하다'는 사회적 통념을 깨는 연구결과여서 주목된다.
20일 서울대 리더십센터가 개발한 '공공 리더십 지수'(Public Leadership IndexㆍPLI)에 따르면 연구 대상으로 선택된 지식인 집단의 리더십 지수는 1천200점 만점에 310.70점에 그쳤다.
이는 전직 장ㆍ차관과 국장급 공무원 등 전·현직 고위 관료의 리더십 지수(384.30점)보다 무려 73.60점이나 낮은 것이다.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지식인 리더십은 정치인, 최고경영자(CEO),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등 타 집단에 비해서도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목별로 보면 지식인은 상황과 전후 사정에 맞춰 판단하는 능력인 '상황맥락 지능'과 창조ㆍ혁신 역량 등이 뛰어나지만 인내심과 표현력, 공공성 등은 낮았다.
특히 원활한 조직 운영에 필수적인 타인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활동의 기회를 주는 '위임' 지표는 10점 만점에 2점대 초반으로 크게 뒤졌다.
연구진은 "지식인에 대한 조사결과는 냉혹하다. 이들은 일부 지표에서 타 집단보다 뛰어났지만 전체 PLI값이 최하위인 것은 물론 인내와 표현력, 위임, 공공성 등 핵심 지표에서 뒤졌다"고 밝혔다.
반면 관료들은 다양성, 상상력, 변화관리능력 등은 부족했지만 위기상황에 동요하지 않는 초연함과 용기, 정책수립 능력, 미래지향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센터 상임고문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지식인은 사실상 공직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집단으로 밝혀졌다. 샘플수는 적지만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저명한 인물만 골라 조사했기에 충분한 대표성을 확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센터는 22일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창립 1주년 기념식에서 정치인, CEO, NGO 활동가의 공공 리더십 지수를 포함한 연구 결과를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대 재학생 70명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한 결과 이공계열 학생의 리더십은 300.31점으로 인문사회계열(266.98)보다 33.33점 높았다.
이공계는 의사소통 능력과 자신감, 설득ㆍ협상력 등이 뛰어나지만 희생정신 등이 부족한 반면 인문사회계열은 도덕성과 조직적응력, 정책수립 능력이 높지만 전문지식과 변화관리 능력이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김 명예교수는 "이번 개발한 PLI는 인물의 자질과 능력, 성향을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측정한다"며 "이것이 '어떤 이는 안 된다'는 네거티브 리스트에 여전히 크게 의존하는 국내 인재등용 시스템 혁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공공 리더십 지수(PLI)란 [연합]
2009.10.20 08:34 입력
특정 인물의 공직 적합성 평가
"당신은 공직에 얼마나 어울리는 인물입니까?"20일 서울대 리더십센터가 발표한 '공공 리더십 지수'(Public Leadership IndexㆍPLI)는 특정 인물의 공직 적합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도구다.
PLI는 리더로서 기본 소양과 조직활동 역량, 비전 제시력 등 3개 부문에 걸친 31개 지표로 구성돼 있으며 각 지표는 평균 4개씩의 질문으로 측정된다.
전체 문항수는 120개며 모든 문제를 푼 뒤엔 이를 바탕으로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해 최종 결과를 낸다.
각 문항은 얼핏 보면 아무렇게나 던지는 질문 같지만 실제로는 피측정자의 다양한 자질과 능력, 성향을 조명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짜여 있다.
예컨대 "삼국지와 수호지 중 어느 것을 더 좋아하느냐"는 질문에서 '삼국지'는 전략적인 조직경영, '수호지'는 직관적인 단독행동을 뜻한다.
또 셰익스피어 희곡 '오셀로'에서 좋아하는 등장인물로 흑인 장군인 오셀로를 꼽은 이는 도덕성을 중시하는 면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오셀로를 속여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살해하게 한 부하 이아고를 꼽은 이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부조리나 역설적 상황에 대한 태도를 살피기 위해 어느 경우에도 모순이 발생하는 '러셀의 역설' 등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묻기도 한다.
센터가 이런 지수를 개발한 것은 경력, 업적, 과거행적에만 기초한 현행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당 직위에 적합한 리더로서의 적성과 역량보다 결격 사유가 있는지에만 초점을 두는 탓에 정작 임용 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리더십센터 소장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인사에서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까닭은 인적자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잘못된 탓이다. 어느 정도 전문성과 경륜만 있으면 공직을 맡아도 된다는 생각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바른 지도자를 뽑으려면 네거티브 리스트에 의존하기보다는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리더로서의 자질과 조건을 밝혀야 하며, 새 지수는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터는 PLI를 성격유형분석지표(MBTI)처럼 공신력 있고 대중적인 지수로 키워나가기 위해 내년까지 현재 120개인 질문지를 500개까지 늘리고, 분야ㆍ업종별로 다양한 리더십 훈련 모듈을 개발해 운영할 방침이다.
김 명예교수는 "PLI로 자질ㆍ능력ㆍ성향 등을 검증하고 부족한 점을 집중 훈련시킨다면 언젠가 이 나라의 공직 후보자군의 격이 몇 단계나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