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4.08.07 17:15:59 | 최종수정 2014.08.07 20:12:27


[매경의 창] 정부는 개혁의 도플갱어부터 봐라 


100명 학부모 중 91명이 이런 공무원으로는 국가 대개조가 불가능하거나 당장은 어렵다고 답한다. 국가를 개혁하려면 다른 이유도 많지만 정부 개혁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 두 가지만 든다.

하나는 조직에서 위가 아래를 너무 모른다는 것, 둘은 설계논증이라고 말하는 지적 설계의 오류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진정한 자신(도플갱어ㆍdoppleganger)이 무엇인지, 뭐를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위는 그렇다 치고 철저한 계급의식으로 무장해 철의 둥지(iron cage)에 안주하는 아래 계급이 조직과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린다. 물론 위에서 범하는 정책 실패가 큰 손실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작기로는 위는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것이 큰 문제다. 국회의원들은 그래도 선거 때 밑바닥을 훑으니 민심의 애환을 어느 정도는 안다.

그러나 정부의 고위층은 코르사주 달고 행사장에서 폼은 잡아도 시장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물론 조직의 하부구조 잔혹사를 알 리 만무하다. 위에서 받는 보고는 허위투성이고 또 좋은 것만 보고하지 질책 당할 내용은 감추거나 미룬다.

정부는 보조금을 미끼 삼아 낚시질을 즐기고 있지 정부가 몰래 방류하는 오물로 바닷속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더 크게는 정부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고 정의의 편에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래에서 늘 일어나는 이런 일이 국민을 슬프게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방장관더러 "장관, 자식도 없소"라며 윤 일병 사건을 질타한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장교나 사병의 일상사를 알 리 만무하다. 정치인으로서의 충정 어린 언사인 줄은 알겠지만, 김 대표의 질타는 세월호 참사를 대통령더러 책임지라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나라 일 매사를 정부가 책임질 수는 없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질타는 정부가 무소불위로 마치 온갖 일을 다 해내겠다고 큰소리쳐 왔던 업보일 뿐이다. 정부는 전지전능하지 않다.

두 번째의 설계논증 이야기는 더 심각하다. 기구를 설계해 신설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가안전처를 만들면 나라에서 일어나는 온갖 재난이 미연에 방지되고 사고 수습도 잘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부족한 앎의 소치다. 정부는 완벽하게 조성된 시스템이 붕괴되는 이유를 상호작용적 복잡성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미국(스리마일), 소련(체르노빌), 일본(후쿠시마) 등지의 방사능 누출사고가 부품, 절차, 운영자 등 여러 요소의 사소한 독립적 장애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라는 것을 알 만도 한데 이런 시스템 자체의 불안을 국가기구 신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대단히 비과학적이다. 아무리 완벽한 안전장치를 장착해도 시스템만 더 복잡해져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찰스 페로는 `사고가 오히려 정상(normal accident)`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저 책상머리에 앉아 규정만 읊고 규제하고 통제하며 책임만 피하면 된다는 자세로 학부모, 기업인, 하부기관 관계자들의 고충을 아랑곳하지 않으니 정부가 개혁의 대상이면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다윈이 말하는 자연선택을 역행하고 있다.

정부는 도킨스가 `눈먼 시계공`에서 말하듯 설계로 짜맞출 생각만 하지 말고 창조적인 과정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자신의 숨겨진 진심이자 또 다른 욕망인 도플갱어부터 제대로 살펴 자신의 부족함과 착각을 현장(실재)에서 부딪치며 확인했으면 한다. 일이 터질 때마다 책임자를 경질해도 조직은 예와 달라지지 않는다. 이주영 장관처럼 현장에서 국민과 한몸, 한마음이 될 때 그나마 정부는 개혁의 일단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초대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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