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핵의학(核醫學)을 전공하는 레지던트 천인국(33)씨는 물리학도 출신이다. 서울대 졸업 후 가천의대 의전원에 입학해 의학을 배웠다. 이른바 의전원 출신 의사다. 그가 전공하는 핵의학은 몰리브덴·테크네튬 등 동위원소의 핵반응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을 이용해 각종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야다. 의학과 물리학·화학이 만나서 이뤄내는 첨단의학으로, 천씨 이력이 제격인 곳이다.
그는 배움의 시작이 물리학인지라 의전원 학생 때부터 물리학과 의학의 퓨전에 줄곧 관심을 가졌다. 그의 졸업 논문도 '탄소(C) 동위원소를 이용한 심장 근육의 대사량 측정'에 관한 것이었다. 심근경색증이 왔을 때 어느 부위의 심장 근육이 타격을 받았는지 정확히 알아보자는 연구였다. 통상적인 의대생 수준에서 이뤄지는 학술 연구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이 연구로 의료신문 '청년의사'가 수여하는 젊은 슈바이처 학술상을 받았다. 주로 '교수 논문'이 실리는 대한핵의학회지에 '학생 논문'이 실리는 영예도 얻었다. 핵의학 전문의가 되고 나서 물리학을 활용한 의학 연구에 정진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포부이다. 그에게는 융합 연구를 같이할 물리학계 인적 네트워크가 큰 재산이다. 천씨 사례는 소수일 수 있다. 하지만 의전원에는 언젠가 자신의 기초 전공을 의학에 접목시켜 새로운 방식의 융합 연구 꿈을 키우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이 없어지게 됐다.
요즘 전 세계 생명과학계는 학제 간 이합집산으로 부산하다. IT는 바이오에 접속돼 몸에서 나오는 질병 신호를 외부로 전달하는 생체 이식형 기구 개발에 나서고, 나노(nano)기술은 의학에 붙어 인공 폐와 간 등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겼던 인조 장기를 만든다. 분자생물학은 의료와 교접돼 주사기로 줄기세포를 몸에 넣어 난치병을 고치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을 낳았고, 유전학은 개인마다 다른 질병 유전자를 밝혀내 환자 맞춤형 진료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두고, 대한민국 41개 의대가 모두 고교 졸업생으로만 채워지는 '순혈 의대'로 돌아간다면 '퓨전 인재'는 어디서 나오겠는가. 그동안 정부 지원으로 완전한 형태의 의전원을 운영해온 대학마저 이제 와 고교 성적 우수 학생 유치에 매달리는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가 말이다. 장차 융합형 생명과학 전사(戰士)들은 대거 필요하다. 기존 의대들도 고졸 신입생 정원을 줄이고 편입을 통해 다양한 학문 전공자를 더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의전원 도입 취지 자체가 실패로 끝난 건 절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