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神 부정(우주 탄생은 신의 작품 아니다)' 발언, 종교논쟁 불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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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9.06 03:02

AP연합뉴스

英 캔터베리 대주교… "빅뱅 발생은 설명 못해"
'만들어진 神' 쓴 도킨스…
"신의 존재 논란에 대한 결정적 한방될 것"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Hawking·68) 박사가 세계적인 종교 논쟁을 촉발했다. 호킹 박사는 9일 출간될 새 책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우주의 대폭발)은 신(神)이 아니라 중력의 자연법칙에 의해 저절로 생긴 현상이라고 주장,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각을 내비쳤다. 이 주장에 대해 수많은 종교인이 비난에 나섰고, 이에 맞서 비(非) 종교인들이 호킹 박사 지지에 나서면서 양측 간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Williams·60)캔터베리 대주교는 "과학자들은 빅뱅이 어떻게 무(無·nothing)의 상태에서 발생했는지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옥스퍼드 대학 수학과 교수 존 레녹스도 영국 데일리메일 기고문을 통해 "무신론자들은 항상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려고 안달한다. 나는 과학자로서 오묘한 자연과학 법칙을 알면 알수록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다"고 반박했다.

반면, 저서 '만들어진 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Dawkins·69)는 영국 더타임스에 "생물학계가 다윈의 진화론 이후 신을 생물학의 영역에서 몰아낸 반면 물리학계는 모호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호킹이 물리학계의 신의 존재 논란을 결말지을 '결정적 한 방(coup de grace)'을 시도하고 나섰다"며 호킹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과학전문방송 디스커버리 프로듀서인 이반 오닐 박사(천체물리학)도 "호킹 박사의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주 창조를 이끈 빅뱅이 순수 물리법칙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창조론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며 성원을 보냈다.

지구촌 일반시민도 논쟁에 대거 가세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주말판 북(Book) 섹션에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으로 호킹 박사의 이론을 소개하자, 이 기사는 하루 만에 무려 1000여개의 각국 독자 댓글이 붙어 댓글 리스트 1위 기사로 올라섰다. 일부 독자들은 호킹 박사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종교이슈를 악용하고 있다", "신은 호킹 박사 같은 추한 존재(장애인임을 빗댄 표현)를 만들지 않았다"라는 극단적인 댓글들도 등장했다.

논리적으로 호킹 박사를 비판하는 글들도 있었다. "중력이 우주탄생 이전부터 존재했다면 그 힘은 누가 만들었는지 설명해야 하지 않나?", "원자는 무수히 작은 단위로 쪼갤 순 있지만, 더 큰 단위로 재결합하는 과정은 현대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호킹 박사를 옹호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는 약과 어둠을 밝혀주는 전구 등 실생활에 유용한 도구를 만들어준 것은 과학의 힘이었지 종교는 아니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인류 역사상 종교전쟁 때문에 죽은 사람만 수천만명에 이른다. 이런 것도 신의 뜻이냐"라는 호킹 박사 옹호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호킹에게 神이란…

호킹은 지금까지 저서와 강연에서 '신'이란 단어를 자주 쓰면서도, 통상적 시각으로 본다면 자신은 종교인이 아니라고 밝혀왔다. 그의 전 부인(1991년 이혼) 제인 호킹은 1999년 출판한 회고록에서 "호킹의 무신론과 나의 기독교적 신념이 강하게 충돌했다"며, 호킹이 무신론자라고 주장했다. 호킹은 9일 발간될 책 '위대한 설계'에서도 "나는 '신'이란 단어를 단지 수사적(rhetorical) 표현으로 사용할 뿐이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