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腦를 열어라, 뇌 속 욕망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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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5.02 03:14 / 수정 : 2009.05.02 11:08

뇌 과학과 마케팅이 만났다 '신경마케팅의 大家' 호이젤 박사

인간은 과연 극도로 합리적인가?

이 질문은 경제학과 경영학에 걸쳐 더없이 중요하다. 그 대답이 '예스'라면? 즉 '인간이 아인슈타인처럼 사고(思考)하고 IBM 컴퓨터처럼 기억하며, 간디처럼 의지력을 발휘한다면?' 일은 간단하다.

그런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에게 선택을 맡기면 시장은 행복한 최적점을 찾아 균형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CEO들도 마케팅 전문가에게 비싼 연봉을 줄 필요가 없다. 싸고 품질 좋은 물건만 만들어 공급하면, 극도로 현명한 소비자들이 알아서 구매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아인슈타인+컴퓨터+간디'의 행동 주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경제학과 마케팅 연구는 심리학의 수혈(輸血)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있다. 사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최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도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연구 흐름의 대표적 산물이 행동경제학(Beh avioral Economics)이다. 2002년에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Kahneman) 교수가 행동경제학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그 맹위를 떨쳤다.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박사가 한 강연회에서 뇌 과학과 마케팅을 결합한 자신의‘신경마케팅’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카도 라이프치히 제공
행동경제학적 접근을 마케팅과 구매욕 분석에 중점을 두고 더 치열하게 발전시킨 것이 신경마케팅 이론이다(최정규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신경마케팅(Neuromarketing)이란 뇌 과학과 마케팅을 결합한 신종 학문으로, 소비자의 구매와 소비 행태를 뇌(腦) 과학과 신경심리학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세계 주요 기업들이 경제위기에 따른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마케팅 기법의 '대안(代案)'으로 주목받고 있는 최첨단 이론이기도 하다.

독일의 한스-게오르크 호이젤(Hans-Georg Hausel) 박사는 이 신경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대가이다. 그의 이론의 핵심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은 거의 언제나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감정적으로 내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뇌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개념을 토대로 2004년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원제: Brain View)'라는 책을 발간, 마케팅 이론서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독일 뮌헨에 있는 사무실에서 호이젤 박사를 최근 만났다. 그는 기자가 "한국의 포털사이트 서평(書評) 코너에서 당신 책이 한국 독자들로부터 10점 만점에 9.46점이나 받았다"고 전해주자, "정말인가요?"하고 여러 번 되묻더니, 한껏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카도 라이프치히 제공

―당신이 책에서 지적했던 기존 마케팅 개념의 오류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아주시겠습니까?

"첫번째로 폐기해야 할 개념은 소비자를 '이성적 존재'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제 연구에 따르면, 모든 소비자는 감정에 지배되는 존재입니다. 둘째, 모든 소비자를 성향이 같은 단일 개체로 보는 것입니다. 소비자는 매우 다양한 감정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마케팅 리서치를 한다면서 소비자 마음속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있더군요."

―뇌(腦)가 같은 양의 근육보다 22배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따라서 뇌는 되도록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사람의 두뇌 활동은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정글에서 호랑이와 맞닥뜨렸다고 칩시다. 그 사람이 과연 호랑이 가죽의 노란색과 검은색 줄무늬와 다른 특징들을 반영해서 '호랑이'라는 종합 판단을 내린 다음, 어떻게 대응할지 다시 판단을 할까요? 아닙니다. 실제 인간은 호랑이를 보는 즉시 뇌의 공포감 기제가 작동해 돌아서 도망가지요. 우리 뇌는 진화 과정에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자동 모드'로 저장합니다.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는 것이 유기체에 이익이 되니까요. 소비자들의 막연한 예감, 직관에 따른 구매 결정 등은 모두 뇌의 자동 모드와 깊이 관련이 있습니다."

―브랜드(brand)가 고객의 뇌 사용을 줄여준다고 보시지요?

"그렇습니다. 뇌에는 브랜드에 관한 2개의 메커니즘이 존재합니다. 첫째,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대할 때는 따로 생각할 필요 없이 '자동 모드'로 전환되는 메커니즘입니다. 둘째,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감정에 관한 메커니즘입니다. 예를 들어, 새 상품을 봤을 땐 뇌의 학습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眼窩前頭皮質)이 활성화되지만, 폴크스바겐처럼 오래된 브랜드는 뇌의 깊숙한 부분, 즉 편도(扁桃)라는 뇌 부위에 저장됩니다.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려면 뇌의 깊숙한 부분인 감정 영역에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그래픽 참조>

―여성과 남성의 뇌는 어떻게 다릅니까? 마케팅도 달라져야 하나요?

"남성과 여성의 뇌는 호르몬과 해부학적 측면에서 300여가지나 차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여성의 뇌는 더 많은 에스트로겐을 갖고 있고, 이는 상호 교감적 사고, 직관적 사고, 감정적 느낌을 증가시켜 더 감정적인 삶을 살게 합니다. 그래서 여성은 건강 제품이나 소설, 예술품 등 환상을 자극하는 상품에 잘 반응합니다.

반면 남성의 뇌는 테스토스테론의 지배를 더 많이 받으므로 지배적, 분석적인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그래서 스포츠, 포르셰(스포츠카), 컴퓨터와 같은 제품에 관심을 갖게 만듭니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남성은 사각형 모양의 직선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를 선호하는 반면, 여성은 부드럽고 따뜻한 형태를 좋아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생수업체 푀스라우어는 용기를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바꾸는 것만으로 여성 고객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