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발전 '코리아 모델' 국제회의서 첫 조명] "수출·농촌·교육 동반성장이 한국경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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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02 00:05

한국의 발전모델을 재조명하는 국제학술회의가 6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의 윌라드 호텔에서 개최됐다. '한국발전모델의 재조명 : 이슈, 쟁점, 그리고 교훈' 이라는 제목의 이 회의는 6·25 전쟁의 잿더미에서 오는 11월 G20 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성장한 한국의 발전과정을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등 여러 각도에서 분석했다. 특히 이 회의는 한국 경제발전 모델의 특징,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관계 재조명, 한국발전 모델의 외국 적용 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한국경제학회(회장 안국신)와 한국정치학회(회장 정윤재)가 미국 아시아재단의 한미연구소(소장 스캇 스나이더)와 공동주관했다.

한국경제 성장의 비결·특징

다른 개도국들보다 앞서 수출정책 채택한게 결정적…
박정희 대통령 리더십, 美지원·日기술도 큰 역할

김준경 KDI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 경제 발전의 핵심단어로 '동반성장(shared growth)'을 꼽았다. 한국에서 농지개혁·교육개혁·숙련공 양성정책·녹색혁명·새마을운동이 동반성장 전략하에 추진됐기에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농지개혁으로 수출주도 산업화 전략을 추진하는 데 대한 사회적 저항이 제거됐으며 교육개혁으로 국민들은 교육받고 기술을 배워 열심히 일하면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6월 30일 열린 ‘한국발전모델의 재조명’ 국제학술회의에서 청중들이 학자들의 발표를 듣고 있다. 이 회의에 참석한 국내외 학자들은 한국의 발전경험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했다. /워싱턴=임희순 프리랜서
김 교수는 한국 경제성장의 비결을 세 가지로 꼽았다. ▲인도의 모델에 따라 내부지향적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웠다가 1964년에 이를 수출지향적인 전략으로 수정하고, ▲정부가 '채찍과 당근 접근법'에 따라 지원과 성과를 연계시킨 성과 위주의 경제운영을 하며, ▲수출진흥회의와 경제정세보고회가 매달 개최될 정도로 정부와 민간이 긴밀한 협력을 했다는 점이 비결이란 것이다. 김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할 때까지 정부 차원의 수출 관련 회의를 약 300회가량 주재할 정도로 총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제민 연세대 교수는 다른 개발도상국들보다 먼저 수출지향적 발전전략을 채택한 것이 한국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시장경제에 일찍 노출시킴으로써 경쟁력을 중시하게 만들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뒤늦게 수출지향 전략으로 전환한 국가들의 경우 개도국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에 따라 성공 가능성도 작고 혜택도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1979년 이후 개방과 자유화 그리고 기술개발능력의 강조가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을 증대시키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무엇보다도 개방과 자유화로 정책기조를 전환한 것이 한국경제의 업그레이드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미 하워드대의 곽승영 교수는 이영선 한림대 교수와 공동 연구한 논문을 통해 한국 발전의 요소로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 세계경제의 팽창과 자유무역, 한국민의 교육열과 실용기술, 정부의 경제개방정책을 꼽았다. 곽 교수는 "한국 국민들은 가발이 뭔지도 몰랐을 때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엿장수'를 통해서 머리카락을 모아 만든 가발을 세계에 수출했다. 이를 통해 수출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했다.

빅터 차(Cha)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은 한국 발전 모델의 생성을 한국 내부적 원인보다는 국제적인 환경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 모델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모델로 냉전적인 환경이 한국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며 "냉전으로 미국의 지원과 일본의 기술·자본의 유입이 이뤄졌으며 이것이 민주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한국 모델은 매우 드라마틱해서 다른 나라들이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 페테슨 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Noland) 연구원은 "한국형 모델의 성공을 전통적으로 설명하는 요소는 문화, 지정학적 위치, 기관, 정책, 리더십인데 북한을 보면 문화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이라크가 바로 한국의 발전 경험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임혁백 교수는 최유정 박사와 함께 연구한 논문을 통해 한국이 민주화 이후에도 경제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근거로 '민주정부 무능론'을 비판하며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함께 갈 수 있음을 한국 경제가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 발전모델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곽 교수는 최근에 한국경제가 치열한 해외경쟁, 일자리 창출 실패, 소득격차의 증대, 개방 수준의 미흡으로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준경 교수는 "15년 전만 해도 성장이 먼저 된 후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국민들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선(先) 성장, 후(後) 분배' 이론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양자가 조화된 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