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뇌를 읽는 남자… "사이코패스도 치료할 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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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14 03:09 / 수정 : 2009.02.1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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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박사가 생쥐를 손에 들고 있다. 생쥐는 꼬리를 잡으면 꼼짝하지 못하고 앞이나 좌우를 볼 뿐이다. 이 생쥐의 뇌 세계를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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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식의 하드보일드] '腦연구 세계최고 권위자' 신희섭 KIST 신경과학센터장
"우울증 치료, 뇌에 전극 꽂고 다닐 날도"
간질·운동마비 유전자 세계 첫 발견

인간의 뇌(腦)는 태어날 때 400g, 성인이 돼도 1400g 정도다. 뇌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영락없이 접시 위에 놓인 순두부 꼴이다. 그 부서질 것 같은 공간 속 회로(回路)에 모든 게 담겨있는데도 인간은 자기 뇌를 읽는 대신 밖으로만 눈을 돌려왔다.

신희섭(申喜燮·59)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장은 이 우주(宇宙)만큼이나 광대한 뇌 분야의 탐사자 가운데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국내 과학자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06년 정부가 선정한 '제1호 국가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2001년 간질과 운동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냈다. 2003년에는 통증을 억제하는 유전자인 'T형 칼슘채널'을 찾아내기도 했다. 과학도들이 그런 신 박사에게 '가장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자'라는 찬사를 보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KIST 신경과학센터는 SF소설에 나올 법한 이런 꿈같은 연구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얼마나 멋진 곳일까 하는 행복한 상상은 그러나 9일 오후 끝나고 말았다. 동물실험실의 문을 여는 순간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악취가 쏟아졌고 그 안에 생쥐 떼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신희섭 박사가 생쥐를 손에 들고 있다. 생쥐는 꼬리를 잡으면 꼼짝하지 못하고 앞이나 좌우를 볼 뿐이다. 이 생쥐의 뇌 세계를 알아내는 것은 인간의 뇌 세계를 파악하기 위한 열쇠를 마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끝없이 놓인 소형 사육 틀(cage)에서 사는 생쥐들은 하나같이 '왕관(王冠)'이라 불리는 플라스틱 통을 머리에 달고 있었다. 그 안에는 전선(電線)가닥이 얽혀있다. 전선은 전극(電極)으로 연결되고 전극은 다시 생쥐의 뇌(腦)에 파묻혀 있었다.

인간과 생쥐는 유전자가 99% 비슷하다고 한다. KIST 신경과학센터가 생쥐에게 상상 가능한 모든 실험을 해 그 뇌의 세계를 읽어낼 수 있다면 다음은 인간 차례다. 언젠가 인간의 뇌를 해독할 수 있다면 꿈같은 세상이 실제가 될 것이다.

―뇌의 세계를 파악하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요?

"사람이 애정과 공포,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질병으로 인한 통증도 사라지지요.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배가돼 입시지옥(入試地獄)과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뇌와 우주는 규모에서 극과 극이지만 우주의 철리(哲理)를 푸는 열쇠가 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연구를 하는 데 왜 생쥐가 쓰입니까?

"인간을 상대로 한 실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같은 포유류여야 하는데 몇 가지 조건이 있지요. 새끼를 많이 낳아야 하고 세대가 짧을수록 좋습니다. 생쥐는 1년에도 4~5대까지 내려갈 만큼 번식력이 우수합니다."

―생쥐의 성격이 가지가지라는데 진짜 폭력적인 생쥐가 있습니까?

"뇌에서 폭력을 관장하는 부분을 자극하면 폭력적으로 변하지요. 자기 집에 다른 생쥐를 넣으면 공격해요. 침입자를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공격하는가, 그냥 가볍게 하는가 깨무는가, 몇 번을 깨무는가를 보면 폭력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암놈이 들어오면 꿈쩍도 하지 않지요."
생쥐의 머리에 씌워진‘왕관’. 비록 플라스틱 통이지만 그 안에 무한한 과학의 염원이 담겨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고양이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생쥐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생쥐는 태어날 때부터 고양이를 겁내게 돼 있어요. 과거 축적된 기억이 유전자를 통해 전해집니다. 그래서 고양이 오줌 냄새만 맡아도 도망치는 겁니다. 그런데 그 기억회로에 변화를 주면 고양이를 멀뚱멀뚱 쳐다보게 되거나 그쪽으로 다가가게 됩니다."

―그러면 물려 죽잖아요?

"죽지요."

―똑똑한 생쥐도 있다는데 같은 분량을 빨리 학습할 수 있고 기억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면 모든 학생들이 다 천재가 되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

"정상 생쥐보다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남다른 생쥐가 있어요. 부작용이 있기는 합니다. 뇌졸중을 일으켜 죽은 머리 좋은 생쥐들의 뇌를 해부해보면 정상 생쥐보다 뇌혈관의 세포가 훨씬 넓게 죽어있어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라는 소설을 보면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하면 상상할 수 없는 쾌락을 맛볼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요?

"뇌에서 신경세포가 작동할 때 전기가 나옵니다. 전기는 측정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전기를 특정 부위에 흘려주니 생쥐들이 너무나 기뻐하는 겁니다. 인간도 그럴 수 있어요. 베르베르의 소설은 이미 알려진 지식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신희섭 신경과학센터장의 사무실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 뇌와 관련된 키워드들이 있다. 신 박사가 손을 짚은 부분은“아이가 아파할 때 어머니도 같이 아픔을 느낀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최근 세상을 놀라게 한 연쇄 살인마 강호순의 폭력성도 없앨 수 있다는 말도 되겠네요.

"그런 범죄자를 '사이코패스'라고 합니다. 전 세계 인구의 1%나 된다고 합니다. 사이코패스는 같은 현상을 보고 정상인과 다른 감정을 갖습니다. 사이코패스는 공포영화를 볼 때 공포를 느끼지 못합니다. 뇌 어느 부위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사이코패스가 되는가를 알면 이론적으로는 그 증상을 고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뇌 과학이 고도로 발전할 미래에는 모든 인간이 머리에 최소 한개 이상의 전극을 꽂고 다닐 수도 있겠네요.

"뇌에 전극을 꽂는 게 우스운 광경일 것 같지만 우울증의 예를 보면 약을 먹는 것보다 전극을 꽂고 다니는 게 훨씬 더 나을지 모릅니다. 우울증은 약물로 치료합니다만 약물로 효과가 없다면 전극이라도 뇌에 심는 게 낫지요."

―사람들이 남이 꽂은 전극을 쳐다보고 '저 친구, 정신이상이구나' '저 사람은 변태구나'하고 알아차릴 수도 있겠군요.

"그럴 수 있습니다."

―과학도서를 보면 뇌가 클수록 머리가 좋다는데 그건 사실입니까?

"양서류보다는 조류, 조류보다는 포유류의 뇌가 크죠. 머리가 좋다는 것은 뇌 용량과 커넥션(연결)의 수준에 좌우됩니다. 뇌는 회로(回路)와 비슷한 것이니까요."

―뇌에 대해서는 잘못 전해지는 이야기도 많지요?

"흔히 머리 나쁜 사람을 '새 대가리' '닭 대가리'라 하는데 아주 잘못된 겁니다. 새의 뇌는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닙니다. 닭 대가리라는 말은 머리가 잘린 닭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나온 말인데 그건 닭의 머리가 나쁜 게 아닙니다. 뇌가 없을 때에 대비한 몸의 자율능력이 강한 것이지요."

―코끼리는 인간보다 뇌가 큰데 왜 머리가 나쁩니까?

"문 부장, 아까 제가 커넥션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코끼리의 뇌는 크기는 하지만 회로가 단순합니다."

신 박사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일라이릴리, 로슈 같은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과학자다. 그가 2003년 발견한 세계최초의 통증(痛症)억제 유전자인 'T형 칼슘 채널'로 신약(新藥)을 만들 경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치료제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10억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신 박사의 연구는 암·디스크·만성통증에도 유효할 수 있어 '블록버스터급(級)'을 뛰어넘는 '멀티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를 신약개발로 연결시킬 능력이 있는 국내 제약사는 없다고 한다.

―통증억제 유전자는 어떻게 발견한 겁니까?

"신약표적(新藥標的·Drug target)연구라는 게 있어요. 약물개발을 목표로 하는 연구라는 뜻입니다. 통증억제 유전자 같은 게 그런 범주에 속하는 것이지요."

―언제쯤 통증억제 신약이 나올까요?

"저희는 전(前) 임상, 임상 1상까지만 하고 이후 임상은 제약회사에서 맡습니다. 상당히 진행되고 있지만 정확한 시기를 집어 말할 수는 없어요."

―외국 거대 제약사들이 관심이 많다는데 국내 제약사는 능력이 안 되는 겁니까?

"신약개발이 대단히 위험도가 높은 투자입니다. 다 만들었다가도 꽝이 나면 수백억원이 날아갑니다. 능력 없는 제약회사는 잘못하면 무너질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안타깝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제약회사가 없지요."

―뇌의 세계를 완전히 정복하는 걸 10이라고 한다면 신 박사가 있는 지점은 몇쯤 될까요?

"히말라야 산맥에 오르는 걸로 비유하면 네팔공항쯤 도착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제가 제일 먼저 네팔공항에 내린 건 아니고 선도적인 연구자들의 수준이 그 정도라는 겁니다. 이 넓은 지구에서 네팔공항에 도착한 것도 대단한 거지요."

―뇌의 세계가 다 파악되면 좋은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현상도 나타나지 않겠습니까? 일례로 공포가 없는 특수부대원들이 살상(殺傷)을 일삼는다는 것 같은.

"아인슈타인의 연구가 원자폭탄 개발로 이어진 것처럼 어두운 면도 예측할 수 있지요. 게다가 뇌 연구는 영혼(靈魂)의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영혼이라뇨?

"뇌 세포가 파괴되면 성격도 달라지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잖아요. 그런 사람의 영혼이 변했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럼 영혼이 뇌에 있다는 말인가요.

"신경과학자들은 그렇게 보지만 아직까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종교가 뭡니까?

"불교에 관심이 많지요. 신자(信者)라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요. 뇌는 결국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것인데 그게 바로 불교의 화두(話頭) 아닌가요."

―해마다 연말이 되면 노벨상 시즌이지요. 신 박사를 두고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10명 중 한 명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언제쯤 노벨상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까?

"그 이야기를 하면 우스운 사람이 되고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올 거라고 봅니다. 우리처럼 어디에 한번 미치면 열정적인 국민이 없지요. 환경만 만들어주면 성과가 나올 겁니다."

―그렇지만 이공계(理工系) 기피현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이공계가 인문계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 아닌데 왜 이공계를 기피하는지 모르겠어요. 삼성그룹 같은 곳도 특허료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 원천기술을 만들겠다고 하잖아요. 원천기술이 뭡니까? 기초과학이죠. 우리의 기초과학 연구환경이 외국보다 낮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열악하지는 않습니다. 교육비가 외국보다 많이 들지만 그건 인문계도 마찬가지잖아요."

신 박사는 원래 의사가 됐어야 했다. 서울대의대에 입학할 때만 해도 그는 의사가 인간에게 도움도 되고 연구도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졸업 무렵 그의 '뇌'에 변화가 생겼다. 아무래도 한쪽 길로 치우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초의학 연구로 방향을 돌렸다.

미국에 유학 가서는 유전학(코넬대·슬로안-케터링 암 센터), 생물학(MIT 화이트헤드연구소)을 하다 1991년 포항공대에 영입되면서 비로소 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필생의 꿈이었던 뇌의 세계를 탐사하기 위해 기초의학의 각 분야를 섭렵하는 머나먼 우회로를 걸어온 것이다.

―의사가 한쪽 길로 치우친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4학년 때 조울증 환자를 본 적이 있어요. 기분이 상승할 때는 한없이 재미있어 하다가 하강할 때면 자살을 택하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소아과에서 머리가 수박 만한 어린이를 본 적도 있어요. 결핵성 뇌막염 때문인데 물이 차면 사망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이 보람은 있지만 즐겁지는 않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의사가 됐다면 어떤 전공을 했을까요?

"정신과에는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국내 정신과의 수준이 낮았지요."

―의사가 되었다면 지금보다 많은 돈을 벌었을 텐데 후회되지는 않나요?

"직업은 즐거움의 원천(source)이어야 합니다. 즐거움 없이 오랜 세월 일할 수는 없지요."

―미국 최고 대학의 교수 자리를 던지고 국내로 돌아왔을 때 큰 화제가 됐지요.

"뇌를 연구하고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마침 포항공대 김호길 총장(작고)으로부터 제의가 왔어요. 사람들은 흔히 미국 대학의 연구 환경이 국내보다 낫다고 하는데 포항공대의 수준은 미국 못지않습니다."

―포항공대 대신 KIST를 택한 일도 세상은 의외라고 생각했지요.

"뇌 과학은 종합학문입니다. 아무래도 공동연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포항은 그런 기반이 약했어요. 서울에 자주 왔다갔다했는데 그럴 바에는 서울로 옮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남들은 신 박사의 인생을 역주행(逆走行)으로 볼 것 같은데요.

"저는 역주행으로 생각한 적이 없는데요. 목표를 향해 달려온 것뿐입니다."

―뇌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서울대 해부학과에 성기준 교수라는 분이 있었어요. 포르말린에 담가놓은 사람의 뇌를 놓고 하는 그분의 신경해부학 강의를 재미있게 들었어요. 뇌에 RAS라는 영역이 있는데 성 교수는 강의 중 혼잣말로 'RAS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질 못해'라고 중얼거리는 겁니다. 무아지경에서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성철스님의 '백일법문'이라는 책에서도 영향을 받았지요."

―어떤 내용이었는데요?

"그 책을 유전학의 관점에서 보니 전부 뇌에 관한 이야기인 거예요.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경로를 거쳐 행동하는지, 잘못된 행동은 어떻게 차단할 수 있는지를 밝혀주는 게 과학자의 임무라는 걸 깨닫게 된 겁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유학 당시 유전학·생물학을 공부한 게 지금 뇌 연구에 도움이 됐지요.

"대학 선배의 권유가 있었지만 유전학을 꼭 공부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뇌 연구를 하고 싶은데 계속 다른 길을 걸었다는 느낌이 안 드나요?

"MIT에 간 것은 제 논문을 본 볼티모어 박사가 연락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노벨상 수상자인데 MIT 화이트헤드(Whitehead)연구소에 자리를 마련해줬지요. 처음에 유학을 떠날 때는 2년을 작정하고 간 것인데 포항공대로 오기까지 13년이 걸렸어요."

―집안에서 매우 서운해하지 않았습니까?

"어머니가 처음에는 아주 의아해했어요. 왜 의사가 안 되려는지 이해를 못했지요. 끝까지 반대하지는 않았지만요."

―지금 KIST의 뇌신경센터는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학생 연구원 다 합치면 60명 가까이 되는데요, 규모보다는 교수급이 몇 명이냐가 중요합니다."

―세계의 라이벌 연구기관들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미국이나 유럽에는 규모가 큰 곳이 많지요. 우리처럼 실험대상을 생쥐로 하자, 연구의 중심을 유전자와 행동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집중하자고 정한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뇌 박사답게 신 박사는 어린 시절 경기도 의왕에서 천재로 불렸다. 초·중학교에서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고 경기고에 입학했다. 서울대의대에 들어가서도 가난한 천재들에게만 입소 기회가 주어지는 정영사(正英舍)에서 공부했다.

정영사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정'자와 고 육영수(陸英修) 여사의 '영'자를 따 만든 시설이었다. 신 박사는 정영사 5기다. 정영사 출신들의 모임인 정영회는 1년에 2회 만난다고 한다. 684명에 달하는 정영사 출신들은 사실상 한국을 지배하는 두뇌집단이다.

국가 1호 과학자로 신 박사가 선정된 데 이어 2호 국가과학자가 된 유룡 카이스트 교수도 정영사 출신이다. 정영사 출신들은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장관, 박병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정·관·재·교육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초·중학교 시절 전 과목에서 100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왕초등학교와 수원중학에서는 그랬는데 경기고에 와서는 뚝 떨어진 적도 있어요. 당시 경기고는 지금의 서울과학고와 대원외고를 합쳐놓은 수준이었지요."

―원래 머리가 좋은 집안입니까?

"아버지는 6·25때 사병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했습니다. 어머니는 올해 84세인데 초등학교만 나왔어요. 청상(靑孀)으로 시부모, 시조부모를 모두 모셨어요. 젊어서부터 고생을 많이 하신 탓인지 언제나 가슴이 답답하다고 해 미국에서 소화제를 많이 보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팔팔하세요."

―뇌 전문가니 자녀교육에도 도움이 됐겠죠.

"아내(이건화)가 거의 맡았지요. 큰딸은 이대 의대를 나와 신경과 레지던트를 하고 있고 둘째딸은 이대 국제학부를 나와 서울시청에서 일합니다."

―그러지 말고 비법 좀 말해보시죠.

"능력을 타고나도 열심히 하는 사람 못 따라간다는 말이 있지요.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게 즐기며 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말이 그런 것이지요.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뇌 연구를 하다 보면 뇌에 어떤 것이 좋은지도 알겠습니다. 먹는 건 어떤 게 좋고 운동은 어떤 게 좋습니까.

"뇌에 영향을 주는 것은 운동이나 음식, 약물입니다. 운동은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요가를 하고 헬스클럽에서 조깅도 합니다. 저는 야채, 해산물, 생선 같은 걸 좋아합니다. 보신탕도 즐겼는데 췌장에 염증이 생긴 후부터 육류를 멀리하라고 해 끊었습니다."

―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소의 골(骨)을 먹나요?

"뇌는 안 먹는 게 좋죠. 그거 굉장히 위험한 거예요. 광우병도 뇌에서 자라는 거니까, 쇠고기 뇌 근처에는 가지도 마세요."

―술과 담배는 어떻습니까?

"술 담배가 약(藥)이 될 때가 있기는 합니다만, 신경세포가 제일 약한 게 알코올입니다. 술을 마시면 신경세포가 상당히 많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담배 안의 니코틴은 뇌에 들어가면 나쁜 작용을 많이 합니다."

―그럼 술 담배는 쳐다보지도 않았나요?

"속이 껄끄러워 그만 뒀지만 담배는 대학 졸업 후에도 피웠죠. 술은 2002년 월드컵 때까지 마셨어요. 상당히 폭주(暴酒)하는 스타일로 폭탄주 4~5잔이 기본이었고 그 이상 마신 적도 있어요. 췌장염 때문에 술을 끊었는데 신경세포를 살리기 위해 췌장염에 걸렸는지도 몰라요."

―소의 골 이야기가 나와서 묻습니다만, 광우병 사태 당시 '광우병 논란 과학에 맡기자'라는 글을 언론에 썼지요.

"저는 사실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거의 안 먹습니다. 설렁탕을 먹을 때도 고기를 빼고 먹지요. 그렇다고 미국산 쇠고기라서 안 먹는 건 아닙니다. 저는 지금도 당시 사태가 과학 이슈가 아니라 정치 이슈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국가과학자 1호이자 뇌신경연구의 선두주자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교수를 만났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