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계, '감성(感情)'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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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1.03 23:05

"이성·합리성만으로는 사회현상 이해에 한계
다양한 '감정 연구' 필요"

"최근 촛불집회가 발생하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추모 물결이 일어났을 때 사회학자들은 당혹했다. 서구의 최신 사회이론들을 동원해도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과학은 인간을 이성과 합리성의 존재로 전제하고 이론을 전개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사회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 사회학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연구소(소장 김복수) 주최로 6일 오후 2시 서울 중앙고 내 인문학박물관에서 열리는 《감정 연구의 새로운 지평》 학술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인 박형신 고려대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거시적 감정사회학을 위하여〉라는 논문에서 "감정이 인간의 삶과 사회현상 구석구석에서 지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학은 사회적 삶을 합리성으로 축소시켜 이해함으로써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다"며 "한 개인의 미시적 수준의 감정이 집합적인 거시적 수준의 과정 및 결과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이해하는 거시사회학적 감정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감정사회학의 시각을 통해 외모지상주의, 출산율 저하, 교육열 등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의 배후에 자리하고 있는 감정들을 포착함으로써 현상들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감정사회학은 관용·화해·사랑·호혜·베풂·나눔 등으로 표현되는 심미적·감정적 차원의 민주주의를 제기함으로써 정치발전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학계에서 '감정 사회학'은 1989년 김경동 서울대 교수가 〈감정의 사회학: 서설적 고찰〉이란 논문을 통해 시론적으로 제기한 적이 있지만 주요한 방법론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07년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감정사회학의 시각에서 분석한 바 있다. 신 교수는 "광주항쟁 당시의 선언문·성명서·호소문 등을 분석한 결과 텍스트의 절대다수가 초월적인 감정 공동체의 현존을 자명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다"며 "불의에 의해 죽임을 당한 자들을 앞에 놓고 자신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해 갖게 되는 부끄러움과 죄책감 같은 내향적·부정적 도덕감정이 적대자 집단에 대한 외향적·부정적 도덕감정과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경제와 사회》 2007년 봄호).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또 〈감정과 도움행동〉(전신현 한국디지털대 교수), 〈멜랑콜리와 모더니티〉(김홍중 대구대 교수) 등의 논문을 통해 '감정 사회학'이 기반하는 이론적 근거를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