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4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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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 대해부 ③ 공무원 수 무엇이 문제

2004년 정부 예·결산서 살펴보니
인건비, 예산보다 4713억 더 써

대부분의 조직은 필요한 인력을 철저히 예측해 미리 예산을 짠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는 더욱더 그래야 한다. 하지만 정부 각 부처는 그때그때 계획에 없는 인력을 늘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꼭 필요한 인력이 충원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인건비 초과 지출'이다.

2004년 정부 예산서에 적힌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는 15조6888억원. 전체 예산(약 186조원)의 8.4% 수준이다. 이 자체도 작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결산서를 보면 정부가 실제 지출한 돈은 16조1601억원이다. 정한 돈보다 4713억원을 더 쓴 셈이다. 인건비로 더 쓴 만큼 복지 등 긴요한 사안의 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결산서상의 공무원 인건비를 비교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 금액이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1년 1659억원, 2002년 2808억원, 2003년 3731억원, 2004년 4713억원으로 커졌다. 공무원 정원을 억제했던 김영삼 정부(1993~97년) 시절에는 예.결산 사상 예산 이상으로 인건비를 쓴 적이 없다. 93년에는 2100억원의 인건비 예산이 절약되기도 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동건 교수는 "갑자기 조직을 만들고 일을 벌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초과 지출이 자꾸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03~2004년 이라크 파병으로 429억원을 쓰게 됐으며 군 병력 감축 계획이 예정대로 되지 않아 3400억원을 더 쓰게 됐다고 설명한다.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한 지출은 인건비 초과 지출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공무원 봉급 조정을 위해 쓴 예비비 3800억원도 국회 승인을 받았으니 초과 지출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공무원의 증원과 관련된 초과 지출은 1270억원(2003~2004년)이라는 게 정부 측 해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1270억원도 결코 작지 않은 금액 아니냐"고 지적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인건비 초과 지출액이 늘어난 데는 예기치 못한 증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무원 수가 늘어나면 인건비만 커지는 게 아니다. 공무원에게 퇴직 때까지 지급될 직급보조비나 공무원연금.건강보험금에 대한 정부 부담금도 늘려야 한다. 중앙정부 공무원 외에 지방정부 공무원이나 산하기관 종사자를 더할 경우 예.결산서의 인건비 적자폭은 더 늘어날 것이다.

◆ 공무원 수 늘면 규제도 늘어='코팅한 안경렌즈'는 그냥 '안경렌즈'와 다른 품목일까. 대전의 K회사는 지난 8년 동안 중국에서 안경렌즈를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코팅한 뒤 다른 나라에 팔았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관련 당국이 갑자기 불법이라며 문제를 삼고 나섰다. 수입 신고한 품목을 그대로 팔지 않고 다른 품목으로 변형해 팔았으니 의료기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법은 의료기구의 국내 판매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수출에 이 법을 적용하려 한 것. 무리한 규제는 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정부도 최근 이 부분에 대한 규제를 풀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초반부터 규제 개혁에 시동을 걸어 많은 규제를 풀어왔다. 현 정부도 기존의 규제개혁위원회 외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추진회의, 국무총리가 맡고 있는 규제개혁장관회의, 규제개혁기획단까지 만들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규제 총수는 과거보다 늘었다. 2000년 7129건이던 정부 규제는 올 3월 말 현재 8040건이다. 현 정부 들어 늘어난 것만 해도 1000여 건. 그간 300여 개를 없앴지만 새로 만든 규제가 더 많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주선 박사는 최근 규제학회 토론회에서 "현 정부가 일을 많이 하는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어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이재웅(경제학과) 교수는 "통.폐합이 거론되는 조직일수록 규제를 없애기보다 오히려 만들어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며 "새로 생긴 부서는 상당수 규제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취재=강민석.김은하.강승민 기자, 박정은(서울대 영문과 4년) 인턴기자

◆ 사진=변선구 기자
2006.04.15 04:5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