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인연고리 1개 늘면 재기용 확률 43% 높아져

[중앙일보] 입력 2012.02.21 01:39 / 수정 2012.02.21 01:58

고위직 2회 이상 101명 보니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후임으로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임명했다. 학자 출신인 이 수석은 2007년 말 대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위원을 거쳐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선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후 최근 정무수석에 임명되기 직전까지 하이닉스반도체 사외이사, 동양증권 감사를 지냈다.

 이달곤 수석의 인사는 한 사람이 여러 요직에 등용되고,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의 감사로 자리를 옮기는 인사의 전형적 예다. 이 수석은 최근 정무수석에 임명됐기 때문에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탐사팀의 분석 대상에는 빠졌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2회 이상 고위직을 거친 인사 101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떤 배경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올랐는지 알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네 차례나 중용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외에 세 차례 중용된 사람들 중에는 대통령과 인연의 고리가 많은 사람이 더 자주 보인다. 대표적인 인물이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다. 그는 ‘고소영의 핵심, 경제정책 실패’ 등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 장관-대통령 경제특보(국가경쟁력 강화위원장 겸임)를 거쳐 산은금융까지 왔다. 부산·경남(PK) 출신(합천)인 그는 소망교회-서울시(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대선캠프(정책조정실장)-인수위(경제1분과위 간사)로 이어지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국무총리실 국무차장-지식경제부 2차관까지 세 차례 요직에 올랐다. 박영준은 인연의 끈이 MB 측근 중 가장 두텁다. 경북 칠곡 출신이며 고려대를 나와 서울시-한나라당-대선캠프-인수위로 이어지는 MB와의 인연을 갖고 있다. 사회관계망분석(SNA) 기법으로 조사해 보면, 이 대통령과 인생 공통점이 하나 더 증가했을 때 고위직에 다시 오를 확률이 43% 증가한다. 강 회장과 박 전 차관 외에도 요직을 세 차례 지낸 사람은 101명 중 22명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전 문화특보도 20일 예술의전당 이사장에 임명된 것을 포함하면 역시 세 차례다. 이 대통령과 인연이 닿은 인사들이 주로 핵심 요직을 돌고 돌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서울대 김광웅 명예교수는 “한 사람이 여러 요직을 거친다는 것은 정권 내부에 쓸 인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측근·편중 인사 중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게 바로 이런 인사”라고 말했다.

 2007년 11월 당시 중앙인사위원회가 내놓은 ‘고위 공직자의 정치적 임명에 관한 비교 연구’라는 제목의 정책연구 보고서도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보여준다. 당시 보고서 요약문에는 “본 연구는 고위 공직자의 ‘정치적 임명’에 관한 논란에서 그 초점을 올바르게 함으로써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의 부정적 효과를 방지하고 ‘임명의 합리성’을 높일 수 있는 생산적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수행되었다”고 돼 있다. 이 연구 보고서의 제출자는 바로 이달곤 정무수석이다. 그는 당시 한국행정학회장이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현 정부 들어 여러 자리를 거친 건 사실이지만 평생 학자로 살아온 사람을 정치인으로 모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반도체 사외이사와 동양증권 감사를 지낸 것도 개인적 인연으로 간 것일 뿐 소위 낙하산이란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행정학자가 기업의 감사를 하는 것에 어색할 일이 없고, 학부 때 전자공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반도체 회사의 사외이사를 할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김경희·노진호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

◆ 도움주신 분=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회학), 김정민 KAIST 연구원, 박기호 서울대 교수(지리학), 권혜진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