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영의 시시각각] 국력 경쟁에서도 이기려면 [중앙일보]

2010.03.09 00:33 입력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전 국민이 국가대표’가 되는 체험을 했다. 국민 하나하나가 마치 자신이 국가대표로 출전한 것처럼 성원했다. 그 결과 우리는 치열한 순위 다툼에서 5위를 했다. 국력도 5대 강국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10등에도 못 끼는데 무슨 5등이냐”는 핀잔이 나올 법하지만 우리가 포괄적 국력 종합 랭킹이 10등 안에 든다는 결과가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이 개발해 2006년 발표한 ‘종합국력(CNP)’ 랭킹에 따르면 한국은 9위다. 군사력을 특히 중시하는 복합국력지수(CINC)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2001년에 세계 8대 강국이었다.

우리는 일단 순위상의 목표나 수치화된 목표를 설정하면 초과 달성한다. 국력 경쟁도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팀’이 있고 순위가 있는 경쟁이다. 국력 다툼에선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국가대표팀’이다. 온 국민, 국민 한 명 한 명이 그야말로 국가대표다. 따라서 우리는 ‘국력 국가대표’로서 각종 국제적인 국력 랭킹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뛰어넘어야 할 영국·프랑스·독일·일본에 비해 우리는 어느 정도일까. 선전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글로벌경쟁력보고서 순위(2009~2010)는 독일이 7위, 일본이 8위, 영국이 13위, 프랑스가 16위, 한국은 19위였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집계하는 인간개발지수(HDI) 순위도 양호하다. 지난해의 경우 프랑스(8위), 일본(10위), 영국(21), 독일(22위)에 한국은 모두 뒤처졌지만 26위를 달성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헤리티지재단’과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조사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EFI)’ 순위도 그런대로 따라잡을 만하다. 영국이 11위, 일본이 19위, 독일이 23위, 한국이 31위였다.

일단 위안은 되지만 순위를 더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경제중심주의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분야 순위에 대한 관심이 우선적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다원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이며 비(非)경제 분야도 국력의 구성요소다. 정치·사회·문화·교육·환경 분야의 국가 순위에도 관심을 높여야 할 때다. 새로운 스포츠 분야에서 메달을 따는 것처럼 경제 말고 다른 분야에서도 순위를 높여야 한다. 경제 문제가 시급하지만 경제는 다른 영역과 맞물려 있다. 비(非)경제 영역은 경제를 끌어올리는 수단이다.

무엇보다 정치가 중요하다. 정치 관련 국가 순위 측정 수단으로는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민주주의지수(DI)가 있다. 이 지수는 선거 과정, 다원주의 정도, 시민의 자유, 정부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등을 변수로 삼는다. 2008년의 경우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상대인 독일(13위), 일본(17위), 영국(21위), 프랑스(24위)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28위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한 민주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167위로 꼴찌다. 남북한의 차이는 경제체제 이전에 정치체제에서 결정적이다.

물론 우리가 창피한 수준인 경우도 있다. 7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性) 평등지수 관리방안’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은 남녀평등지수(GDI)가 25위로 비교적 괜찮았지만, 여성권한척도(GEM)가 61위, 성(性) 격차지수(GGI)는 115위였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 CPI는 정치권을 포함한 공공부문에 부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인식되는 정도다. 한국 지난해 39위였다. 독일(14위), 일본(공동 17위), 영국(공동 17위), 프랑스(24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분발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 ‘모이를 쪼아 먹는 순서(pecking order)’가 바뀌고 있다. 그러나 경쟁과 랭킹에 강한 대한민국이기에 국제사회 질서가 바뀌어도 대한민국은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모든 순위를 뒤흔드는 국가가 될 수 있다.

김환영 중앙SUNDAY 지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