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4월 10일자
http://deep.joins.com/deep_article.asp?aid=2708471

공사·공단 67개 '정부'에 포함
기획예산처 '2005 공공기관 혁신안'서
중앙일보 취재팀 자문단이 정부 범위 추가하자 '딴소리'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공기업은 정부 재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기획예산처가 정부 산하 94개 공사.공단 중 67개는 공기업이 아닌 정부기관으로 재분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67개 기관은 본지가 정부재정에 포함시킨 산하기관들과 거의 중복된다. 기획예산처도 본지 자문단 주장대로 '무늬만 공기업일지라도 정부 시책을 추진하는 기관'은 산하기관으로 본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방안'(2005년 11월 30일)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농업기반공사.도로교통안전공단 등 53개는 정부 시책을 집행하는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분류하고, 자산공사.신용보증기금 등 14개 기관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으로 묶었다. 예산처는 또 이들 67개 기관은 준정부기관관리법으로 묶어 정부 통제 아래 둬야 한다는 지배구조 혁신안을 냈다. 이 같은 예산처 분류를 따를 경우 적어도 67개 준정부기관은 일반 정부 재정통계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예산처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현행 공기업들은 '정부 재정지원 등으로 도산 위험 없어 이윤추구 동기 제약' '시장경쟁 결여, 궁극적 주주인 국민 이익보다 주무 부처.기관의 이익 우선할 소지' 등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는 공기업 혁신 방안으로 기획예산처 장관이 위원장이 되는 공기업운영위원회가 기관장을 임면하고,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견제하는 등 사실상 공기업을 단일한 정부 통제 아래 두는 방안도 내놨다.

사실 우리 공기업은 국제기구의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도 못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는 '정부가 공기업을 상법에 기초해 설립해야 민간 경쟁자와의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기업의 대부분은 기관마다 설립 근거법에 의해 운영된다. 서울대병원은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 마사회는 '한국마사회법', 도로공사는 '한국도로공사법' 등에 의해 설립되고 근거 법률은 개별 기관의 운영 등 영업에 관한 사항까지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자문단은 "현행 우리나라 공기업들은 대부분 국제기준과 달리 특별법에 의해 설립됐다"며 "공기업 채무에 대해 국가가 보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자문단은 "정부의 암묵적 채무보증이 있는 기관이 영업활동에서 수입을 많이 올렸다 해서, 이 기관을 시장성 있는 공기업으로 하자는 것은 일반 정부 분야를 줄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 자문단='정부를 연구하는 사람들'(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종주 원광대 행정학과 교수, 강성남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신희영 경주대 행정학과 교수, 임동욱 충주대 행정학과 교수, 문지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06.04.10 04:55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