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4월 13일자
http://www.chosun.com/editorials/news/200604/200604130599.html

[사설]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

일본 정부가 공무원 연금 지급액을 10%까지 깎기로 했다. 일반 직장인보다 연금을 20% 더 받고 있는 공무원의 特惠특혜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기다 국가공무원 숫자를 5% 이상 줄이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공무원 人件費인건비 규모도 앞으로 10년간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공무원을 줄이고, 공무원 임금과 연금은 깎고, 공무원에 대한 특혜도 줄이거나 없애면서 ‘작은 정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선진국들이 가는 길을 일본도 뒤쫓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거꾸로 간다. 지난 3년 공무원이 2만6000명 늘었고, 전체 공무원 인건비는 3조6000억원이 늘었다. 공무원이 薄俸박봉에 시달린다는 것도 옛날 이야기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공무원 봉급표로는 공무원들이 실제로 얼마나 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기본급은 적게 해놓고 이런저런 수당이 40여 가지나 붙는다. 이 방법을 통해 지난 2000년 직원 100명 이상 기업의 88% 수준이던 공무원 給與급여가 작년엔 93%로 높아졌다.


공무원은 대부분 정년이 보장되고 퇴직하면 마지막 3년간 임금 평균의 최대 76%를 평생 연금으로 받는다. 31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고 서기관(4급)으로 퇴직할 경우 매달 220여만원의 연금이 나온다. 은행에 7억원 가까운 돈을 맡겨야 이런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요즘 민간기업에서 정년이 보장되고 이 정도 퇴직금을 받고 나가는 팔자 좋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공무원들 혜택은 이것만이 아니다. 민간기업처럼 야근·특근을 밥 먹듯 해야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공휴일·휴가를 다 찾아먹을 수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공무원이 최고라는 말이 나올 만한 것이다. 공무원이 最高최고인 나라의 국민은 最低최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엊그제도 “공무원이 뭐가 많으냐, 일만 잘하면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고 대놓고 이야기했다. 대통령에게 선진국 例예를 들어 이야기하기도 지쳤다. 해 봤자 또 선진국 타령이냐고 타박하고 나올 게 뻔하다. 그래도 공무원들이 실제로 얼마를 받고 있고 어떤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하는 통계자료는 정확하게 내놓아야 한다. 그게 공무원 먹여 살리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 아닌가.


입력 : 2006.04.13 23:31 16' / 수정 : 2006.04.13 23:39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