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대외정책부터 '일본(日本)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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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03 04:33

"정치인·관료·기업인들이 그동안 나랏돈 나눠먹어"
국가전략국 등 신설재무·외무성은 뒷전으로

일본의 새 집권 민주당이 국가의 통치구조 전반을 대수술 하는 내정 개혁에 나섰다. 성공하면 그야말로 신(新)일본의 탄생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저항과 반발이 만만치 않아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철(鐵)의 3각 동맹'을 깨라

가장 주목되는 것은 30명가량으로 구성되는 '국가 헤드쿼터(사령부)'인 '국가전략국'의 신설(新設)이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과 민간 전문가를 10명씩 참여시켜 핵심 역할을 하게 하고, 관료 10명에게 지원 역할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국가전략국의 역할은 크게 예산과 대외정책 두 가지다. 민주당이 가장 무게를 두는 분야다.

예산의 편성과 지출에 관한 기본 방향이 이곳에서 결정된다. 과거 이 역할을 했던 재무성은 이곳에서 결정된 지침에 따라 실무적 역할만 맡는다.

민주당은 그동안 자민당 정권에서 정치인과 관료, 기업가가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을 나눠 먹었다고 본다. 세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도로를 건설하고 국방예산을 집행했으며 각 단체에 보조금을 집행해왔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철의 3각 동맹'이라고 부른다. 민주당은 그 핵심 고리가 관료라고 본다. 이 3각 동맹을 깨면 예산의 10%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 시각이다.

관료의 벽을 허물기 위해 17개 부처에도 각각 국회의원 4명씩으로 이뤄진 '부처 헤드쿼터'가 들어선다. 대신(장관)과 부대신, 정무관, 대신보좌관이라는 직위를 갖는 이 4명의 의원이 각 부처의 예산 편성과 지출의 큰 틀을 결정한다. 관료들은 이들 4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정치인을 개별 접촉할 수도 없게 된다.

민주당은 더 나아가 예산이 집행되는 현장을 실사(實査)할 조직도 신설한다. 이름은 '행정쇄신위원회'로 평범하지만, 나랏돈이 쓰이는 현장을 일일이 조사해 낭비 요소를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의원 외에 기업인, 재정 전문가들도 참여시킬 방침이다. 이 실사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이미 진행 중이더라도 중지시키겠다는 것이다. 예산 낭비 '0'이 목표다.

민주당은 4년 후에는 현재 일반·특별회계를 포함한 1년 예산(2009년 207조엔)의 10%가량을 절감해 총선 때 공약한 어린이 수당 지급(월 2만6000엔) 등의 재원(財源)으로 쓸 수 있다고 본다.

국가전략국은 예산문제 외에 대외정책의 기본 방향도 결정한다. 외무성이나 방위성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얘기다. 민주당 새 정권이 탈미(脫美)와 동아시아 중시(重視)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앞으로 이 조직이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관료 반발이 관건

걸림돌은 관료들이 반발해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다. 국회의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아무리 들여다봐도 예산구조를 가장 잘 아는 집단은 관료들이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관료들은 "낭비 요소가 많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국토교통성 차관), "외교의 세계는 정치인이 주도하는 것이 당연하다"(외무성 차관)고 말하는 등 일단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점령군처럼 하면 관료는 움직이지 않는다"(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등 우려의 소리도 벌써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정권이 약세를 보이는 시점에 기존 관료들이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

또 어린이 수당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방위예산을 웃도는 규모일 정도로 민주당 공약 중에는 '비현실적' 측면이 있는 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조기에 살아나지 않고 통치구조 수술의 효과도 지지부진할 경우 '못 살겠다. 갈아보자'며 선거혁명을 이룬 일본 유권자들이 얼마나 참아줄지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