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들 포진… 다시 고개드는 '위원회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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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0.05 02:38

4大위원회 등 청와대 조직부처 넘나들며 국정 독주
공무원들 "과천은 출장소" "포퓰리즘 등 부작용 우려"

정부 과천청사의 경제부처 공무원들 사이에 요즘 "과천청사는 청와대 출장소"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과장급 A공무원은 "우리 부처 장관보다 (청와대 위원회나 경제수석실에) 더 많이 불려다닌다"고 했다. 과거에는 정부부처와 청와대가 주요 정책을 조율할 때 장관과 위원장·수석 비서관 등이 만나 논의를 했는데, 최근엔 위원회나 수석 비서관이 직접 경제부처 간부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국장급 공무원 B씨는 "그쪽(청와대 조직)에서 아이디어를 내면 공무원들이 머리를 싸매고 대책을 만들어 바치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정권 실세로 통하는 인사들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원장으로 포진하면서 정부부처들이 핵심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조직이 주요 국정을 독주, 일부 경제·교육·사회 관련 부처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하부 실무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공무원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와대는 중소기업 대출 만기를 일괄 연장하고 정부 신용보증을 대폭 확대하는 등 신속하고 과감한 경제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에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 '보금자리주택 보급 확대' 같은 '친서민'을 앞세운 정책들을 연달아 내놓아 그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캠프 출신들이 청와대 요직에서 정치논리가 반영된 정책을 밀어붙여 국정운영이 단기 성과주의나 포퓰리즘(대중 인기주의)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KT본사 건물이 '정부 청사'? 현 정부의 교육·경제 등 주요 정책을 주도하는 대 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함께 입주해 있는 서울 광화 문 KT본사 건물. 이들 위원회는 민영화된 KT본사에 임차료를 내고 사무실을 쓰고 있 지만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자주 드나들면서‘힘센 정부 청사’처럼 여겨지고 있다./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갈수록 힘쓰는 청와대 조직

현재 청와대에선 미래기획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경제수석실 등이 주요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녹색산업 등 미래성장 전략을 설정하고 부동산 대책에 적극 나서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수조원대의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선심성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연간 10조원 안팎의 재원이 필요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했으나 경제수석실에서 기획하고 밀어붙였다.

경제부처에선 나중에 학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어 국가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초 경제수석실이 강행했던 16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연장 및 신용보증 확대 정책도 앞으로 한국경제를 위협할 불안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 초 일괄 연장됐던 중소기업 대출과 신용보증 만기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무더기로 돌아올 경우, 그동안 덮였던 부실이 드러나 한국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금융권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제수석실이 국토해양부를 독려해 발표한 보금자리주택 확대정책도 투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는 '선심 정책'으로 꼽힌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지난 8월 '사회적 기업'을 늘리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민간 대기업들이 이윤창출보다 취약계층 지원 등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만드는 회사로, 당시 프로젝트 발표는 노동부가 했지만 실은 미래기획위원회의 '작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 같은 봉사활동은 민간이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너무 앞장서면 기업들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금지 등 사교육비 절감대책을 발표했다가 교육과학기술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최근 대통령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친서민' 정책들은 대개 청와대가 앞장서 결정한 것들이다.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는 "위원회 등 청와대 조직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방향이 정책에 반영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주요 정책을 일방적으로 정부부처에 전달하는 것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대해진 청와대

이처럼 청와대가 대형 정책들을 주도하다 보니 청와대 조직과 예산이 비대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산하 미래기획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국가브랜드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등 이른바 4대 위원회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민간인 직원이 180여명으로 늘었다. 4대 위원회가 쓰는 예산도 193억원(올해)에 달한다.

이들 4대 위원회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도 있다. 정부조직법에는 행정기관 소관사무 일부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위원회는 법률에 근거하게 돼 있다. 하지만 경쟁력강화위와 브랜드위, 미래위 모두 시행령인 대통령령에서 설립 근거를 두고 있다. 감사원도 지난해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청와대 조직) 수장들이 장관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무리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