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4월 14일자
http://deep.joins.com/deep_article.asp?aid=2710565

"발령 후 3 ~ 4년 되면 규제 재미있어 한다"
보고서에 나온 공무원들

"5분 대기조, 기동타격대 식으로 운영되는 분위기에선 생각하며 일할 여유가 없다."

"고시 출신이라 해도 (우리 부서에) 3년 만 있으면 '돌'이 되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정책 사안에 대해 담당자가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창의력을 발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본지 취재팀이 입수한 정부 조직 진단보고서에 나온 일선 공무원의 목소리다. 외부 용역 진단팀이 이들과 인터뷰한 내용이 익명으로 담겨 있다. 정부나 공무원 모두 정부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현실이 따라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재경부 직원들은 그 이유로 '시한부 보고서 문화'를 꼽았다.

"일주일에 한 개씩의 보고서를 만들어 내는 상황에서 질적 수준을 고려하기는 어렵다. 대통령 지시에 대해 무조건 보고서 형태로 보고한다. 보고서의 질이 낮은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발표된 ○○○○종합대책의 경우도 담당 사무관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른 부처에서도 공직 사회의 내부 사정을 짐작하게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 된다'(규제) 위주 행정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런데 발령 후 3~4년 만 지나면 점차 규제하는 일을 재미있어 한다."(건교부 실.국장 인터뷰 중)

"특정 교육정책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마다 교육부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낸다. 그러한 정책은 대개 5~10일이면 양산되어 나온다."(교육부)

"'일 버리기 운동' 자체가 더 큰 일이 될 정도로 회의와 보고에 치중하는 업무가 많다. 고기를 잡는 사람보다 어떤 종류의 고기를 몇 마리 낚았는지 세어 보고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격이다."(행자부)

"사람이 모자란다고 말할 수도 없다. 업무가 없어 매일 새로운 업무를 하고 있다."(과학기술부)

"자료를 모으는 수준에 그치는 '호치키스 부대'다."(국무조정실)

업무 효율을 높일 방안을 제시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았다.

"상관이 구두 보고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내용도 문서 형식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문서 작성에 2~3시간 소요되는데 이런 과정을 줄이면 업무량도 감소할 것이다."(재경부)

◆ 취재=강민석.김은하.강승민 기자, 박정은(서울대 영문과 4년) 인턴기자

◆ 사진=변선구 기자< deep@joongang.co.kr>
2006.04.14 04:5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