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8월 19일자 문화일보 3면에 실린 인터뷰 기사입니다.


김광웅 초대 중앙인사위장 "기존질서 부정이 불안감초래"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정부논리를 체화하지 못하고 과거 저항세력으로서의 논리에 얽매여 있다”면서 “결국 개개인의 능력을 떠나 정부가 전체적으로 국민적 신뢰를 주지 못하는 건 인사가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19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종 단호한 어조로 단순한 인사정책에 대한 비판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정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 수정을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민주화운동, 부산 출신, 대선 기여라는 3가지 기준에 얽매인 현행 인재풀의 경계를 깨야 한다. 과거에 비해 인사 시스템이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대로라면 결국 폐쇄적이고 자가당착적인 논리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능력은 어떤지 모르나 전체적으로 정부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책수립-집행 과정 삐걱

―왜 그런 문제가 생긴다고 보나.

“기존 권위나 질서를 무시하고 해체하겠다는 입장인 듯하나 무조건 기존의 권위와 질서가 잘못이라는 건 편견이라고 본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 늘 좋은 것 만은 아닐 수 있다. 익숙해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현 정권이 내건 구호는 모두 좋지만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과 부정에 대해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재벌정책 등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대통령, 장관, 부처마다 입장이 달라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건 결국 능력없는 인사들이 기용됐다는 것 아니겠나.”

―결국 인사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인가.

“해방 후 권위주의가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심화됐으며 이로 인한 억압적 구조를 털어내겠다는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권 핵심 인사들이 그런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세력에서 이제는 정부를 이끄는 주체세력이 됐음에도 여전히 저항 논리에 젖어 정부 논리를 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게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정부는 일정한 규칙과 통제가 필요한데도 그걸 부정함으로써 자가당착적·부정적 이미지를 고착시키고 있어 국민적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고 그건 결국 인선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지지층 급속 이탈 심각!

―개혁 코드에 치우친 인사를 비판하는 건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우리나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일정한 통제와 규제를 가하는 유럽국가에서 나타나는 ‘합목적적 국가’ 유형에 속한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대한민국이 어떤 성격의 국가인지 등에 아직 천착하지 못한 듯하다. 기존 질서를 타파하겠다는 식의 개혁은 혁명적 상황이 아니면 이뤄지기 힘들다. 노사모와 네티즌 일부의 바람으로 당선돼 국민 5명중 1명에 불과했던 지지층에서 그나마 절반 이상이 이탈하고 있다는 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참모진 교체가 필요하다는 건가.

“노 대통령의 청와대에 그런 정도의 참모진이 구성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차라리 민주당 신주류 의원들을 대거 기용했더라면 오히려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을 몇명 바꾸는 정도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국정운영, 인사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해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과의 심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져 있다. 사회가 앞서가고 있는데 그 흐름에 맞추려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사회를 맞추려고 하는 건 자신들이 추구하는 해체주의에도 맞지 않는 자가당착이다.”

각계 의견수렴 言路터야!

―어떻게 해야 하나.

“기존 질서와 단절한다면서 정부내에 비공식 기구를 만들어 개혁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겐 ‘왜 따라오지 않느냐’는 식으로 강요한다. 이건 이론적 무장도 안돼 있고 사회의 전체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 기본적 흐름과 논리조차 없으니 답답하다. 근본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몇몇 사람 교체하는 건 의미가 없다. 발탁된 인사들 개개인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유능하고 경험있는 사람으로 바꾸라고 하지도 않겠다. 다만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언로가 열려 있어야 한다.”


조용우 기자/ywc@munhwa.co.kr

2003/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