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피아 자리에 政피아] [上] "퇴로가 없어" 우울한 官街

  • 김정훈 기자
  • 입력 : 2015.01.31 03:03

    퇴직 후 재취업 제한에 "中企 가기도 쉽지 않다"

    요즘 기획재정부에선 떠난 지 15년 된 A씨에 대한 부러움을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A씨는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했고 1급으로 공무원을 마쳤다. 연봉 많이 받던 시절 국책은행장을 했고, 재직할 때 국제기구를 5년 이상 거쳤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연금(年金)도 따로 나온다. 요즘도 제2 금융권 회사 대표로 현직에 있다. 기재부의 한 국장은 "세월이 바뀌었다"며 "요즘은 고위공무원단으로 들어가는 것이 '집안의 명예'가 아니라 '집안의 멍에'라는 말들을 한다"고 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 응징 바람이 불면서 관가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 관피아 탓에 유관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기 힘들뿐더러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되면서 사(私)기업체에 취직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관피아 논란을 겪으면서 '반쯤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떻게 하면 조용히 정년(停年)까지 갈까 고민하는 동료나 후배들이 많다"고 했다.

    유관 기관이 아닌 민간 회사로의 재취업도 간단치 않다. 지난 22일 열린 올해 첫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에서 공정위 출신의 B 국장은 연매출 1400억원 정도의 중소기업에 감사로 가려다 취업 제한 판정을 받았다. 해당 업체가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아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B 국장은 한때 공정위의 공시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이긴 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제재를 받을 때는 다른 업무를 하고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나가면 중소기업 취업도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관피아를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공무원 사회의 퇴로를 꽁꽁 묶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5급 이하 공무원 50%를 민간에서 뽑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인데, 4급 이상 공무원의 퇴직을 어렵게 하면 일 잘하는 사람이 공직에 들어오겠냐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민간인을 공직사회에 넣어 메기 효과를 누리자는 것이 정부 목표인데, 송사리밖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몇 년 전 퇴직해 민간에 자리를 잡은 공무원들은 반사 이익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2009~2011년 보험사, 은행 등 금융회사 감사로 자리를 잡은 이들은 올해 3연임을 노리고 있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한 회사의 감사로 10년 가까이 머무는 구조로 만드는 게 과연 옳은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