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시험 '문제 투성이'

조선일보
  • 김선엽 기자
  • 입력 2019.03.19 03:00

    7·8급 필기 4문제 출제 오류… 복수정답·정답없음·번복 처리
    "전문가 아닌 공무원들이 문제은행서 고르는 시스템 탓"

    지난 2월 서울시 7급 공무원 필기시험에 출제된 A형 12번(B형 14번) 문제.
    지난 2월 서울시 7급 공무원 필기시험에 출제된 A형 12번(B형 14번) 문제. 서울시는 '남다르다'가 정답이라고 발표했으나 '맛나다'도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복수 정답을 인정했다. /서울시
    취업준비생 박모(28)씨는 지난달 23일 서울시 7급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을 쳤다. 박씨는 이날 원서 접수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답 가안(假案)을 확인한 뒤 좌절했다. 맞혔다고 확신했던 문제에서 틀렸기 때문이다. 이날 노량진 학원가에서도 "문제가 애매하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논란이 된 문제는 7급 국어 A형 12번(B형 14번)이었다. 어휘의 형성 체계가 다른 단어를 고르는 문제였다. '손쉽다' '맛나다' '시름없다' '남다르다'가 보기였다. 서울시는 가안 답안에서 4개 단어 중 4번 '남다르다'만 부사어와 서술어가 결합한 합성어고, 나머지 3개는 주어와 서술어가 결합한 합성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박씨 등 수험생들 상당수가 '맛나다'가 합성어가 아니라 파생어라며 2번을 골랐다. 실제로 '맛나다'가 파생어인지 합성어인지는 학설이 대립 중이다. 결국 시는 지난 11일 발표한 최종 정답안에서 복수 정답을 인정했다. 박씨는 "요즘처럼 공무원 시험에 청년이 몰리는 때에 논란이 될 문제를 제대로 거르지 않고 출제하다니 시가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 시험 문제 출제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29개 과목 중 2과목 4문제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의 높임법에 관해 물었던 국어 7급 A형 5번(B형 9번) 문제는 아예 최종 답안에서 답이 바뀌었다.

    그사이 수험생들은 냉·온탕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한 수험생은 인터넷 공시생 카페에 "국어 20문항 출제하는데 이 중 10%에 문제가 있으면 직무 태만 아니냐"라고 적었다. 국어뿐 아니라 8급 생물 과목 한 문제(A형 6번, B형 3번)에서도 정답이 바뀌었고, 한 문제(A형 3번, B형 7번)는 지문 설명에 오류가 있어 정답이 없는 것으로 최종 처리됐다.

    서울시 필기시험은 전문가들이 출제해 놓은 문제은행에서 선별해 출제한다. 출제위원들이 2주간 합숙하면서 문제를 추린다. 그러나 서울시는 문제 선별 작업에 교수 등 전문가가 아닌 시 공무원만 참가하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해당 과목에서 상위권 점수를 받았던 공무원들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투입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출제위원 합숙 기간에 시험 과목 수에 맞는 전문가들을 모두 수용할 시설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반면 인사혁신처가 주관하는 국가고시는 교수 등 전문가가 공무원과 함께 합숙해 출제한다. 지난해 8월 인사혁신처가 주관한 7급 공무원 시험에선 정답 가안과 최종 답안이 일치했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 시험 문제 오류는 시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직결된다"며 "문제를 정확하게 내는 데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9/20190319001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