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상조 위원장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무지

조선일보
  • 이병태 KAIST 경영학 교수
  • 입력 2019.03.18 03:11

    재벌 경제력 집중 비판 위해 한 해 부가가치 합계한 GDP와 수십년 축적 기업자산 부당 비교
    反기업 선동가들 믿음과 달리 대기업 자산 클수록 국민 잘살아… 사실에 기반한 신념인지 자문하길

    이병태 KAIST 경영학 교수
    이병태 KAIST 경영학 교수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최근 세르비아 국제경쟁정책워크숍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재벌들을 비판했다. 그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강조하기 위해 30대 재벌 집단의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GDP)보다 크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GDP는 한 해 동안 부가가치 생산의 합이고, 자산은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누적되는 것으로 GDP 대비 자산 비중은 경제력 집중의 척도가 아니다. 이게 경제의 걸림돌이라면 이 비중이 2001년 49%에서 2012년 105%로 증가하는 사이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배로 증가하고 최근엔 3만달러를 넘어선 성장은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주장대로라면 유럽 선진국들은 경제력 집중으로 저성장과 경제 불평등에 신음하는 후진국이 되어 있어야 한다. 2012년 기준 포천 2000 리스트에 속한 자국 대기업의 GDP 대비 자산 비중을 보면 한국이 244%인 반면 스위스는 727%이다.

    반기업 선동가들의 믿음과는 달리 GDP 대비 대기업의 매출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소득이 높다(2018년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 좌승희, 이태규 박사는 기업의 자산 규모(국민 1인당)와 1인당 국민소득이 아주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산총액의 증가와 집중도가 소득 양극화와 역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기업이 비중이 클 때 분배 구조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상위 10대 재벌의 자산이 GDP 80%에 달함에도 이들에 의한 직접 고용이 3.5%로 낮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GDP 대비 자산 규모의 비율은 고용의 비중과 관련 있는 척도가 아니다. 김 위원장의 기준에 의하면 룩셈부르크 GDP의 2배가 넘은 적이 있는 자국 철강 회사 아셀로미탈은 전체 국가 고용의 거의 200%를 담당해야 한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 된다.

    대기업의 경제 기여를 직접 고용으로 판단하는 것 또한 경제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드러낸다. 애플의 직접 고용 인원은 8만명에 불과한 반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32만명, 국내에서 10만명을 넘게 고용하고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애플의 3분의 1에 불과하니 삼성은 과도한 고용을 하고 있는 것인가?

    김 위원장은 또 재벌들이 소수 지분으로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사익 추구 행위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의 많은 기업도 소수의 대주주가 우리나라에서는 불허하는 차등 의결권을 갖고 절대 권력을 휘두른다. 최근 기업에서 일어난 가장 큰 부정은 정부 통제하의 대우조선에서 있었다. 일부의 일탈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재벌 오너들이 기업과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을 한다면 이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 주가가 주인 없는 기업에 비해 낮아야 한다. 하지만 실증 데이터는 반대다. 세계은행의 기업 하기 좋은 나라 평가에서도 소액 주주 이익 보호 수준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90개국 중 23위에 올라있다. 38위의 덴마크와 프랑스, 50위의 미국, 60위의 일본, 72위의 독일보다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적 이념에 의한 선동일 뿐이다.

    OECD 보고서는 노동 규제와 고용의 경직성이 기업의 창업을 방해하고 비정규직 고용률을 높인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에 비해 중견 기업이 덜하지 않다. 이는 기업가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정부 실패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정부의 실패를 기업과 시장의 실패로 뒤집어씌우는 선동을 너무 오래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정책 실패를 시장에 전가하기 위해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임대료를 규제하며, 서울시는 아예 스스로 나서 관제 페이의 불공정 경쟁을 서슴지 않는다. 자유시장경제를 존중하는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시장 교란 행위이다. 경쟁을 존중하는 경제학자라고 자신을 내세운 김 위원장에게 정부와 재벌 기업 중 어디가 더 반공정 행위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혁 대상은 정부다. 정권이 기업을 개혁하겠다는 오만한 나라는 선진국 중에 없다. 한 국의 대기업 가운데는 지금 글로벌 경쟁에서 휘청거리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시점에, 김상조 위원장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무지한 선동을 외국에 나가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정부의 경제 마루타 실험의 결과로 우리 경제가 지금 어떻게 침몰하고 있는지 실물 경제의 데이터를 보면서, 자신의 신념이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자문해 보시기 바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7/20190317018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