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美 인사청문회서 낙마한 후보 230년간 12명… 한국은 5년 정권에 10명꼴

조선일보
  • 박돈규 기자
  • 입력 2019.03.30 03:00

    美청문회 어떻게 다른가

    인사청문회 낙마율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후보는 1789년 이래 230년 동안 12명에 불과하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012년 펴낸 '인사청문회제도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에 나오는 이 수치는 우리의 인사 검증 방식이 얼마나 엉망인지 방증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10명, 박근혜 정부에서 9명이 낙마했다. 미국과 견주면 낙마는 흔해 빠진 일이다.

    미국 인사청문회는 우리와는 품격이 다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미국 인사청문회 제도는 '신상 검증'과 '정책 검증'이 분리돼 있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승인하면 국세청과 연방수사국(FBI) 등이 청문회에 앞서 3~4개월간 신상을 검증한다. 최근 7년간 거주지를 찾아가 이웃들에게 평판을 물어볼 정도다. 대통령은 이 신상 검증을 통과한 사람만 후보자로 공식 지명한다. 따라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는 정책 질의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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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법제연구원 김지훈 박사는 "미국 인사청문회는 철저하게 검증한 후보자만 자료와 함께 의회에 넘기지만 한국에선 인사 검증이 허술하고 청문 기간이 너무 짧으며 국회와 자료 공유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제도를 모방하기는 했지만 언제 공수(攻守)가 바뀔지 몰라 정치적 타협을 한 결과 느슨하고 허술하다"며 "점수를 매긴다면 60~70점 수준"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인사청문회 시한을 법률로 한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가 20일 이내에 모든 절차를 마치도록 되어 있다. 회부된 날로부터 15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하며, 청문회 기간은 3일 이내다.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국무장관 후보자라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로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한다. 반면 한국 인사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특혜 채용 의혹 등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다 시간을 다 보낸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처럼 불성실한 답변과 자료 미제출로 인사청문회가 파행하는 일도 미국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러고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인사청문회를 왜 하나"라면서 "장관 인사도 국무총리나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처럼 국회 동의 없이는 임명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민 경희대 교수는 "미국과 달리 인사청문회를 얕잡아 보고 무력화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문제"라며 "후보자의 전문 영역에서 부도덕하다면 완벽한 결격 사유"라고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을 '통과의례'라고 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북한 편향 의혹,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야 할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와 편법 증여 의혹 등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장관 후보자는 두세 달 전에 미리 공표해 검증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말한다. 도덕성 문제는 예비심사 단계에서 걸러내 본심사에서는 거론하지 않는 게 효율적이다. 개인정보 자료 요청도 비공개로 위원들만 보자고 합의하면 가능하다. 부실한 자료 제출이나 위증은 법적 책임을 지게 하고 임명 취소 규정을 두면 후보자도 성실하게 청문회에 임할 것이라는 얘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9/20190329018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