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인사검증, 미국의 경우는

  • 임동욱·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충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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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7.16 21:52 / 수정 : 2009.07.16 23:34

임동욱·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충주대 교수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의 재산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밝혔다. 다음달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내각을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사검증 시스템이라면 앞으로 고위공직자 인사에서도 이번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고위공직자 임명에 앞서 의회가 여는 인사청문회를 '후보자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전체 정부를 무덤으로 끌고 가는 일을 막기 위해, 미국은 남달리 철저한 사전 검증 절차를 발전시켜 왔다. 백악관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는 스스로 개인정보진술서(personal data statement)를 작성한다. 수백개 항목에 걸쳐 본인의 과거 행적, 가족 문제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이며 실제 임명될 경우 여론의 비판을 받거나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적도록 돼 있다.

이와 함께 개인재산보고서(personal financial report)에는 재산 목록과 함께 외부에서 받은 선물과 지원에 대해서도 써 넣어야 한다. 이들을 토대로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이 2~8주에 걸쳐 후보자와 주변을 직접 탐문하는 방법으로 혹독한 검증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서류나 전화로 확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시골 마을까지 찾아가서 확실하게 챙기는 식이다. 여러 해 전에 이혼한 전 배우자를 인터뷰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를 돌보는 유모를 잠시 불법 고용한 사실까지 까발려질 정도다. 이렇게 철저한 검증을 하는데도 언론의 탐사보도나 예상 못한 폭로를 통해 불법이나 부정이 드러나 낙마하는 후보자가 나온다.

우리나라도 겉보기엔 괜찮은 인사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을 중심으로 민정수석실, 국가정보원이 가세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현재의 인사검증 시스템은 국회로 대표되는 국민의 동의를 얻을 만한 인재를 골라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인사검증의 원칙과 잣대가 춤을 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더 이상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 후보자가 자리를 거절하는 것은 어렵다. 자신의 흠을 본인만 모르는 경우도 많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더 어렵다. 후보자를 추천하는 실력자의 입김도 막아야 한다. 고위 공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강제로 걸러낼 수 있는 확실한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법률적·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 공직을 맡으면 결국 국민만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4800만명이 분명히 알고 있다. 정부가 하루빨리 행동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