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재정 갉아먹는 지자체 헛돈 잔치 [중앙일보]

2010.05.11 00:30 입력

요즘 지방마다 축제가 한창이다. 원래 6월에 열리던 꽃 축제들까지 5월로 앞당기고 있다. 꽃을 먼저 피우느라 밤새 전등불을 켜놓고 강제 개화(開花)시키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6·2 선거에서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한 표라도 더 모으려는 욕심 때문이다. 꽃 축제에 꽃은 없고 지방선거 홍보물만 판치고 있다. 지난해 이런 937개 지방축제에 세금 2300억원이 들어갔다.

지방 예산 중 유독 가파르게 늘어나는 항목이 ‘민간단체 지원금’이다. 선거 때 표(票)로 돌아오리란 계산에 펑펑 선심을 쓰고 있다. 2008년의 민간단체 지원 비용은 지자체 예산의 5%가 넘었고, 부산의 한 자치구는 예산의 11.7%를 차지했다. 지방 공무원도 브레이크 없이 팽창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강원도 평창군은 2004년 이후 인구는 3.54% 줄었지만 공무원은 7.37% 늘어났다. 이런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86곳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 곳곳에 호화청사에다 세금을 퍼붓는 공사로 난장판이다. 어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태백시는 10년간 방치돼 흉물로 전락한 용연 관광지에 새로 길을 닦고 다리를 냈다. 강원도 고성의 140억원짜리 DMZ 박물관의 다목적센터는 지난해 25만원을 받고 단 한 차례만 대관됐을 뿐이다. 호화청사 후유증에 시달리는 부산시 남구는 구청 공무원 인건비를 대기 위해 2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우리나라 지방재정자립도는 평균 53%다. 지방 예산의 절반가량을 중앙정부가 대준다. 지방 교부세와 국고 보조금으로 59조원을 지원하고 부가가치세의 5%(1조8660억원)를 지방소비세로 돌렸지만 늘 돈이 모자란다. 그 결과 지자체들의 빚(지방채 잔액)은 지난해 25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지자체들이 세운 387개 지방 공기업의 누적부채도 50조원에 육박한다. 지방권력의 헛돈 잔치가 국가 재정을 갉아먹는 것이다. 이런 예산낭비의 암(癌)은 빠르게 전국으로 전이되고 있다. 외부의 규제나 내부의 견제가 없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에게 돌아간다.

그리스의 재정 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것이 독일의 튼튼한 재정이다. 그 비결의 하나가 ‘독일납세자연맹’이다. 회원 40여만 명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이 단체의 사무실에는 빨간색의 재정 적자 시계가 돌아간다. 자신들이 내는 세금을 지키기 위해 해마다 평균 300억 유로(약 40조원)의 예산 낭비 사례를 적발한다. 요즘 이 단체의 예산낭비보고서, 이른바 흑서(黑書)에 독일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 단체가 끈질기게 요구해 온, 세금 낭비 공무원을 사법처리하는 시대가 눈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우리도 더 이상 지방권력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할 수 없다. 사전 경보제를 강화해 지방재정의 악화를 미리 차단하고, 악질적인 지자체는 과감하게 파산시켜야 한다. 독일처럼 세금을 낭비한 단체장과 공무원은 강력히 처벌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내는 세금은 남이 지켜주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