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호화청사 '막무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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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11 00:52

재정자립도 20% 안돼도… 인구 1만7000명뿐이어도…
과잉면적 신청사 짓는데 年예산의 최고 50% 투입
일부는 검은 커넥션 의혹… 행안부, 뒤늦게 제재 착수

2005년 이후 청사를 새로 지었거나 현재 짓고 있는 27개 지방자치단체 중 22곳이 재정자립도가 5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7곳은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이었다. 재정자립도란 전체 재원에 대한 자주재원(지방세와 세외수입)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지방정부의 재정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어느 정도나 자체 조달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자체 1년 예산과 비교해 청사 건축 비용을 가장 많이 쓴 곳은 서울 용산구였다. 별도 재원을 마련해 건설했다지만 1년 예산 2317억원의 51.2%에 해당하는 1187억원을 들여 지난 3월 신청사를 완공했으며, 비난 여론이 높자 지난달 8일 준공식이나 개청식 없이 슬그머니 입주해 사용하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서울시 용산구 청사, 경기도 성남시 청사, 경기도 용인시 청사, 강원도 강릉시 청사.
2006년 신청사를 완공한 인천 옹진군은 인구가 1만7000여명밖에 안 되는데도 연면적 1만4984㎡의 넓은 청사를 지었다. 청사 연면적을 주민 수로 나눈 '주민 1인당 청사 면적'으로 따져보면, 인천 옹진군 청사는 전남도청사(2005년 완공)보다 22배, 서울시 신청사(공사 중)보다 99배 넓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자체 신청사 현황을 조사했으며, 과잉 청사에 대한 규제책을 곧 내놓을 계획이다.

◆분수(分數)에 맞지 않는 초호화 청사

재정자립도가 형편없는 지자체에서도 청사 건물 새로 짓기는 계속됐다.

전남 신안군전북 임실군은 재정자립도가 작년 기준 9%와 9.1%였지만 각 163억원과 230억원을 들여 신청사를 공사 중이다. 신안군과 임실군 인구는 4만5000명과 3만1000명에 불과해 1인당 청사 면적도 전남도청과 비교했을 때 각각 6배와 10배 정도 넓다.

각각 2007년과 2009년에 신청사를 완공한 부산 남구청과 동구청도 재정자립도는 20% 안팎에 머물렀지만 1년 구청 예산(2009년 기준)의 4분의 1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청사를 지었고, 서울 금천·마포구(모두 2008년 완공)도 역시 1년 예산의 4분의 1 정도를 청사를 신축하는 데 썼다.

현재 공사 중인 충남도 신청사는 한국기술연구원에서 실시한 에너지효율 평가에서 공공기관 최초로 에너지 효율 1등급 예비인증을 받으며 우수사례로 꼽혔지만, 1000만명이 넘게 사는 서울시 신청사보다 더 넓은 연면적에 더 많은 공사비를 투입할 예정이라 빛이 바랬다. 서울시는 1000만명이 넘는 인구에도 연면적 9만788㎡의 청사를 짓고 있는 반면, 충남도는 200만명이 조금 넘는 인구지만 서울시보다 1.5배 정도 많은 예산(2326억원)을 들여 연면적 10만3273㎡의 청사를 공사 중이다.

◆'검은 커넥션'이 호화청사로 이어졌나

'아방궁' 시장실로 악명을 얻으며 호화청사 논란을 일으킨 성남시에서는 신청사(2009년 완공) 조경공사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대엽 성남시장의 조카 아들인 이모(36)씨가 대표를 맡고 있던 조경업체 D사에서 17억5800만원 규모의 조경공사를 따내, 공무원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턴키 방식으로 신청사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측이 내부 규정에 따라 업체를 선정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22일 감사원은 지역 토착비리 조사를 벌여,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가 2005~2008년 관내에서 102억원 규모의 건축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자로부터 3억원 상당의 별장을 대가성 뇌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진군은 현재 공사비 570억원을 들여 군청사를 새로 짓고 있는 곳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단체장과 건설업체들 사이의 '검은 커넥션' 우려도 감사원 조사 결과 등을 통해 나오고 있다. 과도한 규모의 신청사 건설이 건설업체나 단체장 친·인척 업자 등과의 유착관계가 불러온 폐단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신청사를 짓고 있는 지자체들에 이런 커넥션이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의심이 고삐는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구본근 회계공기업과장은 "신청사 공사는 지방계약법에 따라 공개경쟁 입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공사에 비해서는 투명성이 보장됐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무분별한 지자체 청사 신축을 부추기는 원인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별 청사 표준면적안 제시하겠다"

지자체 청사의 '에너지 효율 높이기'에 집중하느라, 규모에 걸맞지 않게 덩치 큰 청사 문제 해결에는 다소 굼떴던 정부도 이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별 주민 수와 공무원 정원에 맞는 '지자체별 청사 표준면적안'을 이달 안에 만들어 입법예고 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오는 8월 2일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지자체별 청사 표준면적안은 지자체가 필요한 만큼의 청사 면적만 공무원이 사용하고, 나머지 과잉 면적은 은행 등 일반 기업이나 음식점 등으로 활용토록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시·도 체육회나 각종 관변단체들을 남는 청사 공간에 입주시켜 청사를 알뜰하게 활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관변단체들은 배제토록 할 계획이라고 행안부는 말했다.

행안부 정헌율 지방재정세제국장은 "청사 과잉 면적을 민간 기업 등에 주라는 방침을 어기는 지자체에는 강력한 행정·재정적 페널티(불이익)를 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