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서실장은 '대통령 시간' 공정·효율 관리할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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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07 23:37 / 수정 : 2010.07.08 00:11

이명박 대통령은 7일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폐지하고 대신 사회통합수석을 신설하는 청와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疏通) 강화에 초점을 맞춘 사회통합수석을 새로 만든 것은 임기 후반기 청와대가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 이미 시작한 사업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높여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기존 사회정책수석을 사회복지수석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 산하에 서민정책비서관을 새로 두기로 한 것은 향상되는 각종 지표(指標)와 달리 정작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인 듯하다.

대통령은 새 청와대 조직에 맞춰 대통령 실장과 청와대 수석을 임명하고 이어 개각 작업을 본격화하게 된다. 국무총리 또는 장관 자리와 달리 청와대 실장과 수석에 대해서는 국회 청문회(聽聞會)도, 국회 동의 절차도 없다. 미국도 정부 부처 차관보급 이상이면 모두 의회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면서도 백악관 인사에 관해서만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을 마음껏 고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제1 업무는 '대통령 시간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관리'다. 대통령의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국가의 중대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균형 있게 듣게 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누구를 만나 어떤 보고를 받고, 무엇을 누구와 상의하는가 하는 것은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의 우선(優先) 순위를 정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대통령의 시간을 허비하거나, 대통령의 시간 배분에서 균형이 무너지도록 하는 것은 정권은 물론 나라 전체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는 일이다.

대통령이 국가 재정(財政) 문제에서 재정 확대를 주장하는 재정부 장관 의견을 들었다면, 비서실장은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대통령이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한국은행 총재 견해를 듣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대통령의 판단이 대통령의 귀를 먼저 독점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확신이 아무리 강했다 하더라도 만일 대통령의 귀가 4대강 사업의 신속추진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사업의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열리도록 했더라면 종교·시민 단체의 반대가 지금처럼 나라를 둘로 가르듯 심해지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세종시 수정안의 거론 시기나 거론 방법, 정부 주요 인사(人事)의 방향, 교육개혁의 속도 등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배려가 있었더라면 상황은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인사는 자신의 참모를 중심으로 골라 쓰지만, 내각 인선은 당내 파벌·인종·지역·성별·종교 등을 골고루 안배(按配)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래야 집권 세력이 단합할 수 있고 정부 역시 국가와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정부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부는 이런 내각 인선의 기본적 성격을 무시한 탓에 출범 초기부터 편중 시비로 곤욕을 치렀었다.

대통령은 장관들이 자신이 함께 일할 국장·과장은 자신이 고를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인사권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듣도록 돼 있는 게 모든 조직의 기본 생리다. 국장·과장 인사까지 청와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선 장관이 제대로 부처를 이끌기를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장관들은 자신의 인사에 대해서는 직(職)을 걸고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