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움직이는 40代 新권력] [4] "관료보다 국회가 일해야 책임 있는 정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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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18 00:41

마쓰모토 衆議院운영위원장./마이니치신문

마쓰모토 衆議院운영위원장
관료는 자체 평가하지만 정치가는 국민이 심판
여·야간 견제 수단은 몸싸움 아닌 토론

대담=박철희 서울대 교수

일본 민주당이 추구하는 개혁의 종착점은 국회다. 국민이 뽑은 정치가가 연구와 토론을 통해 최상의 정책을 만드는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탈(脫)관료' '정치 주도'와 같은 구호는 모두 국회 개혁이란 한 길로 통한다.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의원은 중의원 의원운영위원장으로서 국회 개혁의 중심에 서 있다. 1959년생으로 올해 50세이지만, 민주당 정권의 핵심부에 들어간 소장파 정책 그룹의 대표적 인물이다. 본지는 박철희(朴喆熙)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함께 그를 만났다.

―폭력까지 발생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일본 국회는 모범적인데도 왜 더 개혁이 필요한가?

"일본 국회에선 물리적 폭력이 일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일정투쟁(日程鬪爭·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회기를 넘기려는 행동)'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도 법안 심의 기간은 36일이었는데, 23일 동안 심의에 못 들어갔다. 회기를 없애고 1년 내내 국회를 여는 개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중무휴로 국회를 여는 것인가? 야당의 무기(일정투쟁)를 무력화하는 것인데.

"그렇다. 유불리(有不利)를 떠나 국회가 본질적으로 무엇을 하는 곳인가 생각해야 한다. 일정 문제로 정치가들이 시간을 끌기보다, 어떤 정책이 어떤 장단점이 있고 어떤 결과를 나타낼 것인가를 토론하는데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국민에게 의미 있는 국회는 이런 국회다."

―국회를 '정치 주도'로 운영하는 것도 개혁의 큰 방향이다. 어떤 의미인가?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한 장관(의원내각제에서 장관은 국회의원)이 본회의 질문에서 '그건 중요한 문제니까 내가 아니라 해당 관청에서 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가(국회의원)는 사실 국회에서 도망쳤다. 참고인에 불과한 관료에게 책임을 미뤘다. 정치가를 도망갈 수 없는 장소에 세워놓는 것이다. 장관인 정치가가 좋은 답변을 하려면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

―정치 주도란 결국 국회의원에게 합당한 책임을 지라는 뜻인가?

"불성실하게 답변하는 정치가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관료는 관청의 평가만 받을 뿐이다. 지금까지는 성실하지 않아도 꼬리만 잡히지 않으면 훌륭한 답변, 유능한 관료로 평가받았다. 이번 사업재조정(예산 심의를 공개적으로 한 것) 과정에서 국민은 관료들의 답변을 듣고 '야, 저렇게 설명하면서 내 세금을 쓴단 말인가'하고 느꼈다. 이제 정치가가 말하고 선거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민주당 정권은 정책을 최종 결정하던 사무차관회의를 폐지하고 국회의원이 정부에 들어가 담당하는 장관·부대신·정무관 등 정무 3역에 정책결정권을 맡겼다. 답변을 책임지게 해, 정책도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관료의 권력을 국회가 가져오는 것인가?

"자민당 시절 농림장관이 농정개혁안을 만들라고 관청에 지시하니까, 사무차관이 '자민당 선생(일본에선 국회의원을 선생이라고 부른다)들과 상담해 보니 개혁안을 만들면 안 될 것 같다'고 대답한 일도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정치가가 할 일을 안 하니까, 관료가 가져서는 안 되는 '독립적'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그 권력이 낙하산을 양산하고,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정부의 신뢰를 잃게 했다."

―추구하는 국회 모습은?

"정부와 여당이 하나가 돼 국회에서 야당과 활발히 토론하는 본질적 모습이다. 대통령제와 달리, 의원내각제는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활발한 토론이야말로 견제와 균형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다."

―한·일 포럼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데, 한·일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만큼 많은 역사적 관계를 맺고 있다. 내 조상도 관계를 맺었다(외고조부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초대 조선 통감). 한국은 전후(戰後)에도 일본이 겪은 것보다 몇 배 더 큰 고통을 겪었다. 시야를 넓히면 일본과 한국은 중국·러시아·미국 등 3강(强)에 둘러싸여 있다. 두 나라가 손을 잡을수록 플러스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기반이 있다."

―'3강'은 재미있는 표현이다. 한국에선 일본을 포함해 '4강에 둘러싸여 있다'고 하는데.

"안보·군사력 측면에서 '넘버 원'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람은 극히 적을 것이다. 우리는 크기와 세기 면에서 미·중·러시아와 경쟁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세대가 아니다. 사실 지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지 않은가?(웃음)"

☞ 마쓰모토 위원장은

민주당 중의원 4선. 정권교체 후 의원내각제에서 요직인 중의원 의원운영위원장을 맡았다. 도쿄대 법대를 나와 일본 경제계의 엘리트 집합소였던 닛폰고교(日本興業)은행에서 14년간 근무했다. 아버지 마쓰모토 주로(十郞) 전 방위청 장관이 자민당 의원이었는데도, 민주당으로 출마했다. 따라서 아버지의 지지 기반을 '세습'한 의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