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 韓 물질주의, 美 3배·日 2배… 돈 집착·北 위협이 행복 빼앗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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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01 03:00

대한민국,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질까

[돈 때문에 괴로운 한국인 ]
"자녀들 가난 걱정" 30%, 저출산도 "돈 때문" 52%

[전쟁날까 불안한 한국인]
"核·테러 두렵다" 63%… 9·11 직후보다 많아

1960년대에 비해 1인당 GDP가 250배쯤 불어난 오늘날, 전 세계가 '한강의 기적'을 배우겠다고 몰려오고 있는데도 정작 한국인은 '돈 때문에 괴롭다'고 한숨을 쉰다.

조선일보가 한국갤럽·글로벌마켓인사이트와 세계 10개국의 행복 조건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두 가지'는 첫째 재물에 대한 집착, 둘째 안보의 위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한국인은 세대와 상관없이 분단과 대립이라는 특수한 안보 상황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서도 부자는 아니꼽다는 식의, 물질에 대한 이중 잣대도 한국인을 '불만의 늪'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北도발로 불안감 극대화

한국인은 10개 나라 국민 중 전쟁과 테러에 대한 두려움에 가장 크게 시달렸다. '핵무기 공격, 테러 발생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인 63.4%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2001년 미국 뉴욕의 9·11 테러 발생 직후 한국갤럽이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48.8%)보다도 큰 수치다. 허 이사는 "2010년 북한천안함연평도 공격, 북한 후계자 김정은 등장에 의한 불확실성 증가 등을 겪으면서 한국인의 불안감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무기·테러 공격에 대한 두려움은 중년층(40~50대·평균 56%)보다는 젊은층(20~30대·평균 64%)에서 높게 나타났다.

그래픽= 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한국인의 불안감(63.4%)은 10개 나라 평균(49.8%)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끊임없는 테러 시도에 시달리며 2개의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53.7%)보다도 높은 수치다. 한국인 중 '전쟁과 테러의 위험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답은 3.1%에 불과했다. 미국은 이 답이 13.0%였다.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조사된 콜로라도주(州) 볼더(Boulder)시 시청 직원 새러 헌틀리씨는 "미국 국민은 테러와 전쟁이 경찰과 군(軍)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충분히 준비하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크게 불안해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조너선 하이트(Haidt) 교수('행복의 가설' 저자)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쟁이 나라 밖에서 일어나면 국민들을 단결시켜주는 효과가 있지만, 영토가 직접 공격당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엔 인간의 공포를 극대화해 행복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강대국들이 개입한 내전을 겪었고, 중국에도 침략을 당했던 베트남 국민 중 40%, 스웨덴·러시아에 차례로 점령당했던 핀란드 국민은 4분의 1만 주변국의 위협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한국인 중 4.2%가 '전쟁·테러 등 안보와 관련한 문제로 죽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역시 10개 나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돈에 대한 끝없는 집착

1인당 GDP 2만달러, 세계 경제규모 13위인 한국인은 재물에 대한 끝없는 집착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과 행복이 무관하다'고 답한 한국인은 7.2%에 불과했다. '돈의 잣대'로 보면 한국인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평가되는 인도네시아 국민 중 44.2%, 베트남 국민 중 20.8%가 '행복은 돈과 상관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세계에서 제일 심각한 수준인, 한국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도 '돈'이었다. 한국인 중 절반 이상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육아에 대한) 금전적 부담'을 꼽았다. '행복한 나라' 국민들 중 가장 많이 나온 답은 '아이를 왜 안 낳는지 모르겠다'(25.5%)였다. 미래 세대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금전적 문제'를 가장 많이(29.8%) 꼽은 나라도 한국이었다. 20·30대 젊은이 중 '자녀들이 가난해져 먹고살 것이 없을까 걱정이다'라고 답한 비율은 40·50대(24%)보다 훨씬 높은 36%에 달해 취업난에 시달리는 '88만원 세대'의 고민을 드러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한국인의 물질에 대한 집착이 미국인의 3배, 일본인의 2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한국인은 빠른 경제성장을 일구기 위해 친구 및 가족과 멀어졌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와 심리적 만족에서 오는 행복을 희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