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어뢰 가능성] [NEWS & VIEW] 청와대의 메모 한장… 軍과의 '어뢰 시각差' 드러나

  • 트위터로 보내기
  • MSN 메신저 보내기
  • 뉴스알림신청
  • 뉴스레터
  • 뉴스젯
  • RSS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 기사목록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입력 : 2010.04.06 02:59

"장관님! VIP께서 답변이 어뢰쪽으로 기운다고…"
청와대의 정치적 판단 "北개입설 직접 증거없어… 어뢰 가능성에 신중해야"
軍의 군사적 판단 "각종 정황 역추적하면 어뢰 가능성만 남아"
청와대 "대통령 지시 아니다, 국방 비서관의 입장일 뿐"

온라인 매체 '노컷뉴스'는 5일 김태영 국방장관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서 메모 한 장을 읽고 있는 사진을 클로즈업해서 보도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천안함 사건 현안질의에 대한 답변을 위해 출석,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과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여러 가능성에 대해 문답을 주고받던 중 김 의원이 '기뢰와 어뢰 가능성만 남는데 어느 쪽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지만 어뢰 가능성이 아마 조금은 더 실제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즉시 온라인 뉴스들은 '어뢰 가능성이 더 실제적'이라는 제목으로 김 장관 답변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문제의 메모는 청와대가 국회에 나와 있던 국방부 관계자에게 김 장관 답변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고, 이 관계자가 이를 요약해 다음 답변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 있던 김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답변 때는 어뢰 외에 여러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라'는 메시지였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서 손글씨로 쓴 메모 한 장을 읽고 있다. 이 메모는 당시 국회 천안함 사건 현안질의에 답변하던 김 장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침몰 원인이 어뢰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하라는‘VIP(이명박 대통령)’의 의견이 담겨 있었다. / 노컷뉴스 제공

사진이 보도되자 청와대는 "대통령이 지시한 게 아니라 국방비서관이 TV로 답변을 보다 우려스러운 면이 있어 입장을 전달했다. 국방부에서 청와대 뜻이니 대통령 뜻이 아니겠는가 오버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천안함 사건 직후부터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엔 '어뢰 가능성'을 놓고 미묘한 긴장이 지속돼 왔다. 청와대는 '침몰 원인에 대해 내부폭발과 외부폭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한다'는 공식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론 '외부폭발인 경우엔 기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사건 이틀 후인 3월 28일 안보관계장관 회의에 올린 보고서에서부터 '어뢰 또는 기뢰 가능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3월 30일 이 대통령이 백령도에서 구조작업 중인 독도함을 방문했을 때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는 자리에선 청와대와 국방부 간의 인식 차이가 처음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사고 원인에 대해 "(천안함 내) 탄약고는 폭발 안 한 것인가"라며 내부폭발 가능성을 먼저 물었고, 김 총장은 "탄약폭발은 안 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폭발 안 했다는 뜻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김 총장은 "그렇다"고 답했고, 배석했던 군 관계자는 부연설명을 하며 "내부폭발은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거들었다.

이 대통령은 "절대 예단하지 말라"면서 "기뢰가 터졌더라도 흔적은 남는가"라고 물었다. '내부폭발 또는 기뢰'라는, 청와대가 우선 상정하고 있는 가능성들을 점검한 것이다. 김 총장은 "인양해 봐야 알 수 있다"면서 묻지도 않은 "어뢰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청와대와 군은 사고 원인을 추정하는 데 있어 접근법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입장은 '북이 개입했다는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북의 개입으로 곧장 연결될 수밖에 없는 어뢰 가능성엔 신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면 군 입장은 '정황들로부터 원인을 역추적하면 다른 가능성들은 차례차례 배제되고 어뢰만 남는다'는 것이다.

군은 사건 초기엔 "예단하지 말라"는 지침에 따라 발언을 삼갔다. 그러나 내부에선 "군의 몫인 군사적 판단조차 재가를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총장과 김 장관의 '어뢰 발언'이 차례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이 "어뢰 가능성이 더 실제적"이라고 말했을 때, 군에선 "청와대가 못마땅해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이날 공개된 청와대 메모는 이런 예측이 맞았음을 얘기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