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대신 손바닥으로 결제, 인터넷 단일통화 '비트코인'… 인간처럼 생각하는 컴퓨터…

  • 뉴욕=김신영 특파원
  • 입력 : 2011.11.16 03:07 | 수정 : 2011.11.16 10:26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2011년 세계를 바꿀 아이디어 10' 선정

    신용카드와 휴대폰 대신 사람마다 다른 손바닥 핏줄 모양으로 물건을 계산한다. 땅속에선 유전자를 조작한 박테리아가 광물을 캐내며 '초미니 광부' 노릇을 한다. 미국의 과학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16일 공개한 12월호에서 '2011년 세계를 바꿀 10개 아이디어'를 선정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1845년 창간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월간지로 2008년부터 영국의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가 소유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꿀 10개의 아이디어를 선정한 이 잡지의 편집팀은 "'컴퓨터를 배우기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컴퓨터'라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가 아이폰과 매킨토시 컴퓨터를 탄생시켰듯이 세계를 바꿀 만한 기술적 혁명은 종종 작은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했다.

    ◇돈이 진화한다

    미국 마이애미 피넬러스카운티의 학생들은 점심값을 손바닥으로 낸다. 가로·세로 약 2.5㎝의 작은 인식기에 대고 손을 흔들기만 하면 센서가 손에 있는 핏줄의 모양을 3차원으로 파악해 결제를 끝낸다. 일본의 후지쓰 팜시큐어(PalmSecure)사가 개발한 손바닥 지갑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간의 손에 있는 핏줄이 지문보다 훨씬 정확한 개인 인식 수단이라는 발상에서 나왔다.

    사이버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인터넷 세계 단일 통화 '비트코인'도 올해의 아이디어로 뽑혔다. 비트코인은 피자 하나를 주문하려 해도 신용카드 번호·주소·비밀번호 등 복잡한 정보를 요구하는 지금의 사이버 결제 과정이 너무 불편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비트(bit·2진수로 된 컴퓨터 데이터의 기본 단위)'로 구성된 비트코인은 P2P(개인 간 데이터 공유) 사이트를 통해 현금처럼 주고받을 수 있고 다른 통화처럼 환율도 존재한다.

    ◇인간을 모방하는 컴퓨터

    스스로 연구 과제를 선택하고, 피곤하면 잠시 쉬어야겠다고 결정하며,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인간이 아닌 미래의 컴퓨터 얘기다. '빨리 계산하는 기계'에 불과했던 컴퓨터가 인간의 뇌와 점점 닮아가고 있다. IBM의 '인지 컴퓨팅 연구실'에선 지난 8월 256개의 인공 신경세포로 만든 컴퓨터칩 '시냅스(SyNAPSE)'의 초기 모델을 공개했다. 이 연구소에선 컴퓨터 공학자와 정신과 의사가 함께 일한다.

    인공지능 권위자인 다르멘드라 모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의 목표는 인간 뇌의 절반 정도와 맞먹는 100억 개의 인공 신경세포를 지닌 컴퓨터칩을 제작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컴퓨터는 스스로 언어를 배우고 연구 계획을 세우며 주변 환경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SyNAPSE와 함께 특정 업무를 수행할 때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알아서 잠시 쉬게 하는 '자각하는 컴퓨터(self-aware computer)'도 미래를 바꿀 아이디어로 선정했다. 통계에 근거했다는 사주(四柱)처럼 인터넷에 이미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데이터 수정구슬'도 획기적 아이디어로 뽑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 도우미

    항생제의 오랜 사용으로 인류는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이른바 '수퍼 박테리아'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항생제를 대체할 '박테리아 박멸 나노 입자'가 수퍼 박테리아에 대항할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싱가포르의 생체공학·나노연구소와 IBM이 공동 개발 중인 항생제 대체용 나노 입자는 박테리아에 달라붙은 다음 날카로운 조직으로 구멍을 내서 풍선을 터뜨리듯 박테리아를 죽인다.

    광석에서 광물을 추출해내는 '미생물 광부'도 인류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을 기술로 뽑혔다. '렙토스피릴룸' 같은 미생물은 암석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유용 광물을 분리해내고 광산 폐기물을 '청소'하기도 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밖에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스마트폰 케이스 등 24시간 건강 감시용 '스마트폰 헬스 모니터', 옥수수·밀 등 한해살이인 주요 농작물을 물과 비료를 덜 쓰는 여러해살이로 바꿔주는 유전자 조작 기술, 석유 같은 액체 형태로 만든 전기차용 전지 등을 세상을 바꿀 올해의 아이디어로 뽑았다.
     
     

    공상과학 같은 극비연구소 '구글 X'

  • 뉴욕=김신영 특파원
  • 입력 : 2011.11.16 02:21

    우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 거리 달리는 무인 자동차… 미래 생활 변신시킬 아이디어 100개 실험 중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마운틴뷰 구글 본사 부근의 한 실험 단지. 각종 센서를 얹고 컴퓨터를 장착한 무인 자동차가 도로를 달린다. 건물 안의 냉장고는 떨어진 먹거리를 파악해 인터넷 수퍼마켓에 알아서 주문을 넣는다. 저녁 식사에서 먹은 음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동으로 등록된다.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확장해온 구글이 최첨단 기술을 실험하기 위한 실험 단지를 극비리에 운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다수의 구글 관계자에 따르면 구글의 이 새로운 실험은 '구글 X'로 불린다. 위치가 공개되지 않은 실험용 단지에선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100개의 아이디어를 실험 중이다. 구글 직원 중 상당수는 이 실험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도 모를 정도로 구글이 보안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실험 중인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개념 단계로 현실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지만, 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제품 중 적어도 1개가 올해 안에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구글 실험단지에서 각종 센서를 지붕에 얹고 컴퓨터를 장착한 무인자동차가 시험 운행되고 있다. /구글 제공
    구글 X는 구글 창업자 중 한 명인 세르게이 브린이 깊이 관여해 있으며, 인공지능 및 로봇 권위자인 세바스천 스룬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가 진두지휘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동작 인식 게임인 '키네틱'을 개발한 데이비드 청 리도 최근 구글 X로 자리를 옮겼다. 브린은 최근 "나는 요즘 미래에 결정적인 비즈니스가 될, (인터넷과) 약간 동떨어진 연구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X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브린의 '약간 동떨어진 연구'가 구글 X를 지칭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구글의 질 헤이즐베이커 대변인은 구글 X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하면서 "모험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구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의 핵심 사업에 비하면 투자 금액은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구글 X에서 실험 중인 아이디어 중 하나는 '우주 엘리베이터'다. 지구 밖으로 연결된 일종의 나노 튜브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고, 궁극적으로는 우주선을 타지 않고도 인간이 우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구글 맵을 위한 지도 제작에 투입될 로봇 측량사,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컴퓨터, 원격 조종으로 물을 줄 수 있는 정원 등 구글 X에서 진행되는 실험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NYT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용 앱 개발에 집중하는 다른 정보통신 회사와 달리 구글은 세상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연구·개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