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상상력이 혁신-경쟁력의 원천

창조적 천재들은 일반인들이 했다면 바보짓이라고 비웃음을 살 만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자주 한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는 어이없는 광대 짓을 하며 작곡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인도 도인들의 기행에 열광하는 괴짜로 유명하다.

과학 분야의 천재도 마찬가지다. 천재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먼은 발사 직후 폭발해 버린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위원회에서 혼자 낄낄대며 양파링 과자를 물컵에 집어넣었다 꺼냈다 하는 장난을 해 비난받았다. 하지만 그는 부적절한 장난을 친 게 아니었다. 실제 챌린저호는 양파링처럼 생긴 오(O)링이 찬 기온으로 얼어 터지는 바람에 연료가 누출되어 폭발했다.

왜 창조적 인물들은 툭하면 이런 바보스럽고 장난기 어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사회과학 분야를 통틀어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제임스 마치 교수는 ‘창조경영’이란 말이 출현하기 훨씬 전인 1970년대 초 ‘바보스러움의 기술(technology of foolishness)’이라는 짧은 논문을 통해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의사결정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 유형은 주어진 목적을 어떻게 추구하고 달성할 것인가와 관련된 ‘목적추구(goal-pursuing)’형 의사결정이다. 이는 우리가 매우 익숙한 유형으로 치밀하고 냉철한 예측, 분석, 계획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마치 교수는 ‘목적추구’보다 훨씬 중요하고 근본적인 의사결정 유형이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어떤 목적을 추구할 것인가를 다루는 ‘목적발견(goal-finding)’이 그것이다. 목적발견 의사결정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 사업 등을 만들 때 필요하다.

마치 교수는 목적추구 의사결정이 ‘이성의 영역(realm of reason)’이라면, 목적발견 의사결정은 꿈과 상상력 같은 ‘장난과 유희의 영역(realm of play)’이라고 강조한다. 과거 존재하지 않던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심각하고 딱딱한 표정으로 책상 앞에 앉아 계산이나 분석만 해서는 안 된다. 처음 보는 신기한 장난감을 가지는 노는 어린아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자유분방하게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해야 한다. 20세기 대량생산 시대에는 꿈과 상상력, 장난스러움이 그야말로 바보 같은 행동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혁신적 미래 사업이나 상품을 창조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21세기에는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꿈과 상상력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바로 ‘바보스러움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 애플, 구글, 3M,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같은 창조적 기업들은 ‘상상력’을 경영의 핵심 화두로 삼고 있다. GE는 아예 ‘상상력을 통한 한계돌파(imagination breakthrough)’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21세기 창조경영 시대에 꿈과 상상력, 장난스러움은 가치 창출과 경쟁력 강화에 반드시 필요한 ‘의미 있는 바보스러움(sensible foolishness)’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903070021&top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