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반기문 UN총장 '침묵은 금(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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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03 02:27

WP 등 서구 언론'조용한 리더십'비판
일부선 "민간인 보호위해 앞장" 반박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조용한 리더십'이 국제 사회에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

5년 임기의 절반을 갓 넘긴 반 총장에 대해 최근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독재자들과 몸을 낮추고 대화하는 반 총장의 스타일이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독재와 맞서야 하는 유엔 사무총장의 직책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국제분쟁에도 너무 늦게 개입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 총장의 리더십 시비는 결국 "연임(連任)에 적합한 인물이냐"는 회의(懷疑)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1면 기사로 '독재자에 대한 조용한 외교가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반 총장은 독재자들의 잔혹 행위에 대해 너무 자주 침묵하며, 유엔을 추악한 타협의 무대로 만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반 총장이 미얀마의 군부 실권자인 탄 슈웨 장군, 다르푸르 민간인 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 내전 중에 민간인 무차별 살상 비난을 받는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등을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도 못 내고, 결과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의 권위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Roth) 사무총장은 "반 총장의 이미지는 주로 독재자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인데, 얻은 게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1일 북극권인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를 방문한 반기문 사무총장이 시추한 얼음 기둥(ice core)을 살펴보고 있다. 이를 통해, 기포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산성도, 축적된 시기 등을 따 질 수 있다. 반 총장은 12월의 유엔 기후변화협약회의를 앞두고 각국에 기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AP 뉴시스

이 신문만이 아니다. "그가 재선을 원하지만, 일부에선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아해한다"(이코노미스트), "미국의 눈치만 보는, 가장 위험한 한국인"(포린폴리시), "유엔에서 안 보이는 사람"(월스트리트저널)…. 특히 지난 7월 초 논란 속에서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 독재자 탄 슈웨 장군을 만났으나, 아웅산 수치 여사를 석방하기는커녕 면담조차 못하자 비판이 거세졌다.

모나 율 유엔 주재 노르웨이 차석대사는 본국에 낸 보고서에서 "반 총장은 스리랑카미얀마 사태와 같은 국제적 위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며 "결단력 없고, 카리스마가 결여된 지도자"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반 총장측은 이런 비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반박한다. 반 총장은 화려한 수사(修辭)를 앞세운 '정치인'이 아니라, 실제로 일이 되도록 하는 '외교관' 유엔 사무총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작년 5월 미얀마 군부를 설득해 50만명에 달하는 사이클론 이재민들의 목숨을 구했고, 2007년 수단의 알 바시르 대통령을 압박해 유엔 평화유지군의 다르푸르 주둔을 이끌어냈다. 존 소어스(Sawers) 유엔 주재 영국대사는 "스리랑카 내전 당시 반 총장은 미국·중국·러시아·인도·유럽의 어떤 정부보다도 민간인 보호를 위해 적극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반 총장은 여전히 유엔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미국·중국·영국 등 강대국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와 연임 여부는 남은 절반의 임기에 얼마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