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파동… 공직자 검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국, 7년전 이웃 평판까지 조사… 한국, 그 절반도 안해

  • 곽창렬 기자
  • 입력 : 2013.01.31 03:00

    [검증 더 철저히해야]
    인수위·백악관·FBI·국세청이 사전 검증
    "공직 나설 사람은 일찍부터 자기관리해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청문회가 신상 털기 수준"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와 야권 인사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것 같다"며 "인사청문회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보면 지금 우리의 공직 기준이나 검증 수준은 오히려 너무 낮은 편"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정권 초기 조각(組閣) 때 FBI(연방수사국) 등 여러 공(公)기관의 검증 관문을 통과해야 장관 자리에 오를 수 있다. 1차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차원에서 신상 조사를 하고, 심층 면접, 재산·과거 경력 등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밖에 백악관 인사처, 대통령 자문위원회 사무처,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같은 검증 작업을 벌인다. 이와는 별도로 FBI와 국세청(IRS) 등 정부 기관들도 후보자에 대한 기록을 조사한다. 그런 사전 검증을 통과한 뒤에 주요 공직 후보로 지명되면 마지막 단계로 의회가 인사청문회를 한다.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은 "미국은 인사청문회 전에 공직 지명자들이 사전에 답해야 할 질문서 문항만 200개가 넘고, 허위사실을 기재하면 5년 동안 공직에 나설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이 같은 검증은 야당이 할 게 아니라 새누리당이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난 1991년 클래런스 토머스 미국 연방 대법관 지명자는 4일간 청문회에 참고인 90여명이 등장했다. 중학교 담임교사부터 과거에 살던 동네 이웃까지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나왔다. 미국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평판을 확인하기 위해 과거 7년 동안 거주지별로 알고 지낸 이웃의 인적 사항을 1명씩 내야 한다. 옮긴 주소마다 이웃집 사람을 적어 내야 하고, 미 연방수사국 특별조사 및 신원조사팀은 이 사람들을 직접 만나 "후보자가 평소 어떤 생활을 했느냐"를 조사·보고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이웃의 평판 조사까지 실시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거치다 보니 부시 행정부와 클린턴 행정부는 정부 출범 후 인사를 완료하는 데 약 8개월이 걸렸다.

    또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1789년 이후 대법관·대법원장 지명 160여 차례 가운데 36차례(22.5%) 정도가 인준이 거부됐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미국과 달리 우리는 사전 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신상 검증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공직 후보자가 역량만 되면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공직자가 되려 하는 사람들은 일찍부터 자기 관리를 해야 하고 임명권자는 그런 사람들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국립대의 한 교수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