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허니문 효과' 없는 박근혜

  •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 입력 : 2013.01.30 22:03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후 갤럽 조사에서 국정 운영 지지율이 각각 86%, 71%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전에 당선인으로서 직무 수행을 평가한 조사에서 지지율이 각각 78%, 64%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갤럽의 1월 셋째 주 조사에서 당선인으로서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55%, 넷째 주 조사에선 56%였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박 당선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전임자들과 비교하면 초반 평가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대선 득표율이 36.6%로 가장 낮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취임 직후 지지율은 57%였다. 지금 분위기라면 박 당선인은 지지율이 과반 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첫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권 초반에 지지율이 고공(高空) 행진하는 '허니문 효과'를 전임자들과 달리 박 당선인은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이자 최다 득표 당선이란 기록을 세운 박 당선인이 상대적으로 인색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갤럽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박 당선인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 1월 셋째 주엔 '국민 소통 미흡'을 1위로 꼽았고, 넷째 주엔 '인사(人事) 잘못'이 1위였다. '소통과 인사' 문제가 박 당선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박 당선인을 찍지 않았던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그를 여전히 신뢰하지 않는 것도 영향이 크다. 갤럽 조사에서 민주통합당 지지층의 박 당선인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밖에 안 됐다. 2002년 대선 이후 야당이던 한나라당 지지층의 70%가 "노무현 당선인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언제든지 비판할 준비가 되어 있는 반대자들'로 인해 박 당선인이 처한 정치적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내 길만 가겠다"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높은 만족도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높은 지지율이 대통령의 각종 정책 추진에서 국민 동의를 얻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선(善)순환이 원활한 국정 운영의 지름길이다. 반면 인기가 바닥인 대통령은 스스로가 국정 운영의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당선인으로서는 출발선에서 국민의 기대가 낮은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기대가 낮으면 실망도 작기 때문이다. 미국 갤럽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통령 12명 중에서 취임 직후 지지율 최저 기록은 로널드 레이건의 51%였다. 하지만 레이건은 8년 임기를 마칠 때 지지율이 63%로 퇴임 직전 지지율 순위에선 빌 클린턴(65%)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국민을 설득하고 국론을 모으는 데 탁월했던 레이건은 '위대한 소통자(The Great Communicator)'로서 지금도 많은 미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국민과 소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정치가 가야 할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