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지도자 모두 아시아서 나왔지만…

[중앙일보] 입력 2013.02.26 00:42 / 수정 2013.02.26 01:34

“박근혜, 자신의 정치경험 뚜렷
전근대적인 권력승계와 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하면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1963~79)에 이어 한국 첫 부녀 정상(頂上)이 됐다. 자와할랄 네루-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 줄피카르 부토-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 등 이전 사례를 보면, 모두 아시아에서 배출됐다는 특징이 있다.

 아시아의 압축적인 근대화 역사가 이러한 권력 대물림의 배경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박사명 한국동남아연구소 이사장 겸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 독립 투쟁 과정에서 조명된 건국 영웅이 권력을 잡고, 이들의 2세가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집권한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아크멧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의 딸 메가와티가 2001년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부패와 실정으로 탄핵되자 집권한 게 대표적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왕정에 이은 군부 독재 등으로 민주선거 경험이 적다. 이러다 보니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익숙한 이름, 알려진 가문에 리더십을 맡기게 된다. 박 교수는 “딸이냐 아들이냐가 아니라 권력자의 2세라서 뽑아주는 미숙한 민주의식이 배경”이라면서 “이들 2세들의 정치·경제 안정화가 실패하면서 아시아 여성 지도자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을 ‘아시아의 부녀 지도자’ 테두리로 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메가와티 대통령이나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의 맏딸)은 부통령으로 재임하다 집권 대통령이 실정으로 중도 사퇴하면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이에 비해 박 대통령은 유권자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됐다. 대통령학을 연구해온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은 15년간 국회의원으로 재직했고 정당 대표로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는 등 자신만의 정치 경험이 뚜렷하다”며 “여느 아시아 부녀 대통령의 전근대성과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시대를 뛰어넘어 자신의 시대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만은 비슷하다. 함 교수는 “박정희 정부 때는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행정 리더십이 중요했지만, 1987년 이후 민주화 체제인 지금은 여야 간 정치를 잘 푸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면서도 법무·외무 등 주요 부처에 여성 수장을 앉히지 않은 첫 인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