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흩어진 친박 실세… 상도동(김영삼 정부)·동교동(김대중 정부)·386(노무현 정부) 같은 '파워그룹' 없는 상태

  • 최재혁 기자
  • 입력 : 2013.02.26 03:03

    [박근혜 국정 스타일] [1] 2인자 없는 정권

    2인자 부재… 역대 정부와 달라 - 청와대·내각, 관료·전문가 등
    실무진 중심으로 채워… 당, 현안 이끌 '구심점' 없어
    "한쪽에 힘 실리는 것 싫어해" - 70년대 퍼스트레이디로 권력 암투 가까이서 지켜봐…
    평소 "좌장 좋아하면 안 돼… 권력은 칼이 돼 돌아온다"
    아버지를 모델로 삼아 - 국정 전반 직접 챙길 듯

    25일 출범한 박근혜 정권의 특징 중 하나는 '파워 그룹의 부재(不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년간의 정치 이력 속에서 '2인자를 중심으로 한 세력화'를 용인하지 않았고 이 기조는 새 정부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당·정·청에 파워 그룹 안 보여

    국정 운영의 세 축은 당(黨)과 청와대 그리고 내각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작년 총선 때 박 대통령이 공천한 사람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황우여 당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심재철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거의 친박(親朴) 일색이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대처에서도 나타났듯 현안에 전략적으로 대처하면서 주도할 핵심 그룹이 없다는 게 당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 김무성 전 의원, 이주영·최경환 의원 등 친박 중진들이 포진해 있지만 '박근혜의 공백' 속에서 어느 누구도 '구심점'으로 부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선 이후 이들은 '새 정부의 향후 5년'을 모여 고민하기보다는 일제히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내각을 관료·전문가 출신 위주로 채웠다.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은 박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할 때 '실무적'으로 보좌하는 기능을 했다. 박 대통령의 한 참모는 "이들은 주로 전문성으로 발탁된 '테크노크라트'로 그 속성상 하나의 세력으로 부상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또한 다른 분야를 넘보는 월권(越權)을 박 대통령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정권에선 대개 '실세(實勢)'가 존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그의 차남인 김현철씨 그룹과 상도동계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동교동계가 있었다. 또한 노무현 정부에선 '386그룹'과 문재인 전 의원이 주축인 부산 그룹이, 이명박 정부에선 이상득·최시중씨 중심의 원로 그룹과 이재오·정두언 의원과 같은 공신(功臣) 그룹이 있었다. 사후(事後) 평가를 떠나 이들은 대통령의 확고한 지원 세력이었다. 배분받은 권한과 권력을 다투다 갈등을 빚기도 했다.

    ◇파워 그룹이 없는 이유는

    이런 현상은 박 대통령 특유의 권력관(權力觀)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박 대통령 측근들은 "박 대통령은 1970년대 퍼스트레이디로 권력의 암투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며 "그는 힘이 어느 한 쪽으로 실려 세력이 형성되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빈 초청 만찬장에 붉은색 한복 차림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갚아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몇년 전 사석에서 "좌장(座長), 좋아하면 안 된다. 결국 권력은 칼이 돼서 돌아온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이 '2인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인 셈이다. 그 말을 직접 들었다는 인사는 이번 인사에서 요직에 발탁돼 있다.

    이런 방식의 권력 운용은 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경선에서 패배하고 친이계와의 갈등 속에서 '친박 그룹'을 유지해 나가는 과정, 재작년 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출범으로 정치 무대의 전면에 나선 이후에 두드러졌다.

    대선 때 친박들은 "우리는 박 후보를 중심에 놓고 하나씩 연결되는 방사형 권력 구조"라고 말하기도 했다. 1대1 대면 접촉을 선호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에 누군가 그의 의중을 직접 확인할 때까지 측근 간에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조금 다른 각도의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했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삼아 앞으로 5년 동안 국정 전반을 직접 챙기고자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야심이 있는 사람은 정부와 청와대에는 적합하지 않고 정치권에서 스스로 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다수 친박은 "박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