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원, 朴대통령이 "첫째, 둘째…" 번호 매기자

  • 김진명 기자
  • 입력 : 2013.03.26 03:02 | 수정 : 2013.03.26 06:47

    [취임 한달 업무스타일 분석]
    ① "첫째… 둘째… 셋째…" 번호 매겨가며 항목별 지시
    ② 세부 숫자까지 언급, 지시 요약문이 7000자 넘기도
    ③ '손톱 밑 가시' '창조 경제' 등 국정철학 반복해 강조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취임 한 달째인 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청·특허청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윤상직 산업부 장관 이하 각 부처 공무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첫째는…" 하고 지시가 시작되자 '대통령님 말씀'을 메모하려는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박 대통령 고유의 스타일로 고정되고 있는 '박근혜식 디테일 리더십'의 한 장면이었다.

    "첫째, 둘째…" 항목별 지시

    박 대통령은 이날 산업부 등에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첫째는 실물경제 현장에서 창조 경제 구현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당선인 시절에 전통시장에 찾아갔던 일을 언급했다. 또 "둘째로 우리 기업에 희망의 사다리를 많이 놓아 드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실물경제 현장이 공정과 상생의 새로운 생태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셋째로 우리 산업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첫째, 둘째, 셋째"라고 번호를 매겨가면서 항목별로 지시하는 것은 대선 공약 발표 때부터 이어져 온 박 대통령의 고정 화법이다. 지난 22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때는 '새 정부 농경의 3대 핵심 정책'에 대해 "첫째, 둘째" 하면서 설명했다. 21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때는 우리 복지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3가지 항목으로 나눠 말했다. 지난 16일 열린 장·차관 워크숍 때는 '새 정부 운영의 네 가지 원칙'을 얘기했었다.

    담당자에게 숫자까지 언급

    지난 22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때 박 대통령은 이 분야에 어떻게 창조 경제를 접목할 것인가를 토론하면서 농촌진흥청 연구관에게 "작년에 우리가 외국 종자에 176억원 정도의 로열티를 지급한 반면에 우리가 받은 로열티는 2억원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부처 산하기관 연구원에게 직접 세부 숫자까지 언급한 것이다.

    이런 세밀한 지시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던 중 '원자력의 안전관리 체제'에 대해 지시하며 "영광 원전 3호기 결함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정비·재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또 상반기 중에 월성 원전 1호기 지속 운전 여부도 결정해야 하는데, 또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 마련도 해가야 하고…"라고 현안을 다 언급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10여 가지 사안에 대해 지시한 내용을 요약한 것만 200자 원고자 35장, 7000자가 넘었다.

    '국정 철학 공유'는 의무사항

    박 대통령은 25일 중소기업청 업무보고에서 "현장에 맞지 않는 규제들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현장 맞춤형 지원 방안을 적극 발굴하라"고 지시하면서 또 한 번 "'손톱 밑 가시'를 뽑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때부터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가리켜 사용한 '손톱 밑 가시'란 표현을 다시 쓴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국정 철학은 계속 되풀이해 언급하는 것도 박 대통령 스타일 중 하나다. 경제 부흥, 문화 융성,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창조 경제, 융합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