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사쇄신안 산파역 김광웅 중앙인사위원장-
지난 1월 19일 발표된 정부 인사쇄신안의 산파역을 맡은 김광웅 중 앙인사위원장은 인사왜곡의 주역으로 각 부처 장관을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장관이 ‘호흡이 맞는 사람을 앉힌다’며 지연·학연에 따 라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는 올해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공무원 조직 내부의 지역, 학연 등 연고주의 인사를 근절하기 위해 3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특정지 역 비율을 30∼40%로 제한하고 공기업 사장 공채와 개방형 임용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4급 이하 중하위직 공무원들에게는 인사편중 해 소는 물론 실적별 성과급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안도 포함돼 있다.

이번 중앙인사위원회의 인사쇄신안은 백년대계를 근본으로 하지 못 한 전시적 고육지책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타협안’이라는 지적까 지 받고 있다. 그래도 ‘철밥통’으로 공인된 공무원들의 인사문제를 공론화하는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 평가도 받고 있다.

설 연후 직후인 1월 26일, 효자동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이번 인사쇄신안의 배경과 후속대책을 들어보았다.

▶이번 인사쇄신안 중 실제로 지역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고 출 신을 30% 이상 넘지 않게 한다는 것은 능력 본위의 인사에 위배되는 부분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역 배분 때문에 오히려 인사의 기본정신 이 훼손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들립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 실적을 내게 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게 하는 것 이 모든 인사의 원칙입니다. 이번 쇄신안은 인사편중에 대한 비난이 있으니까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내놓 은 것입니다. 능력 위주로 인사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어느 특 정 지역이나 특정 학교에 치우쳤다면 나쁜 것이 될 수가 없습니다. 직업 공무원 인사는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 다. 정무직처럼 지역안배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문제는 장관이 ‘호흡이 맞는 사람을 앉힌다’며 지연·학연에 따라 인사를 하는 것인데, 이를 시정하기 위해 이번 인사쇄신안을 ‘권고’한 것입니다. 중앙인사위원회 차원에서는 권고지만 대통령은 보다 강력하게 ‘명 령’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인사쇄신안은 말 그대로 ‘안’이기 때문에 일회성 아이디어 차원 에서 머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강 제할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책실행을 위해서는 제도와 법, 그리고 운영의 3박자가 다 잘 맞 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제도로 만들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 실입니다. 직업공무원은 능력과 실적 위주로 인사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조정과 통제가 필요하다는 데서 이런 안이 나온 겁 니다. 누구보다 장관이 욕심을 버리고 ‘운영의 묘’를 살리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인사담당관 제도를 만들 생각입니다. 3급 이상 고위 직의 승진은 인사위원회 소관이지만 보직은 전적으로 장관 일임 사 항입니다. 이런 인사는 장관에서 바로 총무과장 라인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선 총무과에서 인사를 담당하면 인사 자체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 다. 인적자원 관리가 재산관리보다 중요한데도, 각 부처마다 예산담당 관은 있는데 인사담당관은 없지 않습니까. 인사담당관을 통해 인사가 이뤄지면 특정 학교와 지역에 치우쳐도 할 말이 없지 않겠습니까. 문 제는 ‘부처 안의 투명성’입니다.

이번 발표는 그런 측면에서 과도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봐야 합니 다. 무엇보다 공무원 인사문제에 대해 이런 공개적 논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공무원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 미가 깊은 것이 사실입니다.”

▶요직 독점을 막기 위해 과장급 이상이 선호하는 200개 이상의 주 요 자리를 우선 선정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진행 중입니까.

“공직은 사실 다 중요합니다. 각기 하는 일이 다른데 어느 자리는 중요하고 어느 자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 니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 영향력과 서열 두 가지 측면에서 요직이 구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부처별로 확인 중이며, 210개의 요직에 대한 선별작업을 마쳤습니다. 이 자리를 중심으로 그 간 이뤄진 인사를 분석 중이며, 이 결과를 2월 중순에 발표할 것입니 다. 이때 운영개선방안으로 인사담당관 설치 문제도 공론화하겠습니 다.”

▶자리를 선정했으면 실질적으로 요직의 지역편중 현상에 대한 기초 조사도 마쳤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부처마다 모 집단이 달라서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3급 이 상 고위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동부는 호남 출신이 30%를 차 지하고 있고, 건설교통부는 영남 출신이 50%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이렇지만 이 속에 인위적인 힘이 개입했다고 보지는 않습니 다. 지역적인 특색이 있는 것이고, 또 모든 부처가 그런 것도 아니었 습니다.”

▶인사편중 문제가 어느 공조직 못지 않게 심각한 검찰·경찰·군을 비롯해 국정원 등은 이번 쇄신안에 해당되지 않는 무풍지대인데, 별 도의 쇄신안이 마련되고 있는 겁니까.

“중앙인사위는 이런 특정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는 관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공무원 조직이 제대로 서면 이런 특정직도 같 은 인사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영향을 반드시 받을 겁니 다.”

▶이번 쇄신안 중 공기업 사장의 낙하산 인사를 막는 것이 공기업 개혁의 사실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장 추천위원 회나 사장 후보평가위원회 등은 이미 설치돼 있는데 제대로 작동하 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습니까.

“지금까지 어떤 정권이든 정부가 공기업 사장을 논공행상 스타일로 임명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 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을 통해서도 확인했지만 선진화됐다는 미국에 서조차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위너 테익스 올(Winner takes all)’이라는 ‘스포일 시스템(Spoil system)’에 의해 운영됩니다. 특 히 미국의 대사들은 전문적 외교 능력과는 별개로 임명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것을 현실로 인정하되, 저는 ‘이긴 자가 갖더라도 능 력 위주의 인사를 하라’는 입장입니다. 전리품으로 생각해 나눠주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한 발 더 나아가 현재 민주당은 한 나라당에도 문호를 개방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사장추천위원회가 허수아비 역할밖에 하지 못한 것은 제도의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여 개 정부 산하 연구기관장들이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 이후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능력 위주 로 발탁하면 잘하는 공기업 모델까지 나올 겁니다.”

▶이번 인사쇄신안은 장기적인 공무원 육성책이 담겨 있지 않아 더 구호성 정책으로 보입니다. 인사도 인사지만 최근 인재들이 공무원 고시를 회피하는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세상은 점차 전문화, 다양화돼가고 있는데, 공무원 선정방법은 수십 년 전 고답적 기준에 의해 실시되고 있으니 공무원 조직이 낙후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고시제도를 세태의 흐름에 맞게 바꿔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다양한 능력을 가진 젊은이들을 선정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정부에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꾼 것은 바로 세계적인 추 세인 인적 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 서 공무원 고시제도도 2003년부터 바뀔 것입니다. 1차 시험은 수능시 험 스타일로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은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특히 영어시험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토익, 토플, 텝스 점수로 대치할 것입니다. 2차 시험은 기존의 형태대로 공무원으 로서 전문적 지식을 갖췄는지 테스트하는 시험이 될 것이고, 3차 면 접은 1, 2차 시험 성적은 물론 출신 지역, 대학 등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공무원으로서의 자세를 알아보는 실질적인 무자료 면접이 이뤄 질 것입니다. 건전한 시민의식과 표현 능력을 갖춘 공무원을 선출하 기 위한 복합적인 테스트가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행시만이 공무원 이 되는 관문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특채를 계속해 정부의 문호를 개 방하는 대학처럼 공무원도 수시모집이 가능한 역동적인 집단이 될 것입니다.”

▶인사위원회에서 그간 고위직 공무원의 20%를 개방형으로 모집했지 만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명예퇴직한 사람들이 재 기용되는 창구가 됐다는 비판도 들립니다.

“일부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 또 한 과도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장관들이 자신이 제대로 일을 하 기 위해서라도 능력 있는 사람을 옆에 두려고 할 것입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인사위원장이 되신 지 이제 1년 8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그간 공무 원 인사문제와 관련해 청탁을 받으신 적은 없습니까.

“전화를 안 받은 것은 아니지만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았습 니다. 능력대로 결정했는데도 가끔은 장관들이 부탁한 사람이 된 적 이 있었는데, ‘고맙다, 체면이 섰다’는 말을 하더군요. 장관들이 인 사와 관련해 그만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 습니다. 공무원을 설득하기가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입니다. 하루아침에 업적을 내놓을 생각은 아니지만, 중앙인사위원 회가 대한민국의 공무원 사회가 반듯하게 새 출발하는 데 기틀을 잡 았다는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인터뷰/임희경 차장 limhk@kyunghyang.com〉

http://newsmaker.khan.co.kr/politics_northkorea/n409a05.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