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무원들이 정부의 인력배치 방식에 대해 비판을 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서울지법에 있는 한 판사가 법관 인사평가의 기준에 관해 비판한 것이 그 하나이고, 인사에 한정되지 않으나 해양수산부의 기획관리실장이 "군사문화의 잔재인 선례 답습"을 비판하고, 인사.예산.조직에서 행정 각 부에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다른 하나다.

*** 도마 오른 고시 성적順 임용

정부가 인적 자원의 활용방식에서 모순을 답습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충정으로 저간에 관찰한 바를 의논삼아 문제제기를 해볼까 한다.

판사의 논지는 성적위주의 서열제도에서 비롯된 "경력법관제도가 법관들에게 심한 모멸감과 좌절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법관으로 임명되는 초기에 소수점 두 자리까지 계산한 성적이 '경판'과 '향판'을 정하고 행정.민사-그것도 고액과 소액으로 구분, 형사의 순으로 인사가 이뤄지면서 이것이 평생을 가고 그것이 마치 계급이 돼 업무와 관계없는 산행에서도 서열대로 오른다고 힐난한다.

현대 조직에서 계급이 없어지고 있는 경향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 사법부란 사실에 놀랄 뿐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행정부 공무원이 되는 절차도 사법부와 한가지다.

인사배치의 기준은 오로지 성적이다. 행시 2차 시험성적 1백점, 중앙과 지방의 교육훈련성적 1백점, 그리고 2점 이내의 군필 가산점 등 성적이 기준이 되는 것이다.

행시만이 아니라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보건의사가 되는 경우에 1차 근무지역 배치기준도 똑같다.

군사훈련 성적 30%, 직무교육훈련 성적 30%,본인 희망지 30%, 그리고 직무수행 태도 10%이다.

여기서 본인 희망지나 직무수행 태도는 별 의미가 없다. 앞의 성적으로 희망지가 결정되기 때문이고, 직무수행 태도는 이틀간의 직무교육에서 결석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차선책이지만 성적 말고는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다는데 고민은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관료편의주의가 낳은 책임회피의 소산일 뿐이다.

판.검사가 되는 사람 중에는 민법과 형법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

행정고시 합격자 중에 대학에서 언어학.종교학, 또는 미학을 전공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문화관광부에 가서 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공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산업자원부에 가서 일하면 안성맞춤이다.

한편 군대의 훈련과정에서도 문제는 있다. 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일반의는 나이가 한참 위인 전문의보다 훈련성적이 나을 수밖에 없어 우선권을 갖는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시험성적 순으로 좋다는 일자리를 자신이 선택하는 지금의 제도로는 '살아있는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성적만을 기준으로 공무원의 부처배치 우선권이 갖는 모순을 지적하고 좀더 세련된 방법을 강구할 것을 제의했다.

일본처럼 성적은 성적이고 자신이 "이 부처에서 무슨 일을 왜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이를 근거로 임용권자가 판단토록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 전문성.능력 등 고려했으면

공중보건의도 지역별.병원별 수요에다 전문성 선호를 분명히 밝혀 성적 이상의 선발방식이 강구돼야 한다. 성적만으로는 본질을 놓친다.

각자의 전문성이나 능력은 사장된 채 인력의 수급이 이뤄지는 것은 소중한 국가인력을 효용면에서 극대화하지 못하고 과소 활용하는 것이어서 낭비가 심하다.

늦었지만 정부는 인적자원을 배치함에 있어 더 이상 관료적 편의와 획일주의에 안주하지 말고 전문화를 지향하는 인사정책의 방향에 맞게 부처별로 새 기준을 찾아 인력 배치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金光雄(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