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4.5.14  17:22:45 / 최종수정 2014.5.14  17:27:11
(매일경제  2014.5.15일자  A35면)

대통령 주변에는 청와대 참모만 있고 내각은 거기 눈치코치나 보고 있다면 지나친 말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권력구조상 어쩔 수 없다. 미국처럼 장관도 세크리터리(secretary)로 대통령 참모가 되면 좀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 대통령은 참모의 중층 구조 속에 갇혀 있다. 차제에 국무총리로 하여금 내각을 책임지고 통할할 수 있도록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을까.

배가 순항할 때는 항해사, 기관사, 갑판원들이 맡은 임무만 잘하면 탈이 없다. 그러나 배가 풍랑을 만나 좌초하는 순간 하선 명령을 내려야 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1990년대 초 리더가 꼭 필요한가 논쟁할 때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다. 21세기에는 리더가 없어도 된다는 주장을 많이 한다. 더욱이 이제는 무대 위와 무대 아래 구분이 없어졌다는 말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27명의 단원이 지휘자 없이 세계적 연주를 해낸다. 이들은 연습 때 곡 해석에 관해 부단히 토론하고 연주 때 눈짓, 몸짓 등으로 소통한다. 작은 규모의 집단이라 리더 없이도 가능하다고 하겠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정부가 무탈하게 관리된 것을 보면 최고 정상 지도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가는 늘 논쟁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국가위기 땐 대통령 혼자의 리더십으로는 아무래도 모자란다. 누군가가 짐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관료제는 어쩔 수 없이 계층과 계급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모든 사안은 대통령 정점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 하루 24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때로 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최근 참담하기 그지없는 비운으로 정부가 위기에 몰렸다. 모두가 정부 책임만은 아니지만 이 나라는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늘 말하고 있고, 국민도 정부에 기대어 수많은 것을 요구하는 습관이 들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관료제 악습도 고치고 개각을 해서 정부며 사회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한 마당에 내각을 일신할 시기다. 새 총리는 국회에 가서 야당 의원에게 혼나는 총리가 아니라 의원들과 토론하고 언쟁도 불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서민들과 마주 앉아 머리를 맞대고 손 붙잡고 울먹일 수 있는 인물이면 국민 마음을 살 수 있다. 나아가 내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앞에서는 답 잘하고 각자 부서에 가선 말 바꾸는 장관들을 엄하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초미의 관심사인 관료 개혁을 일본처럼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 바람직하다.

조선조 인사원칙은 입현무방(立賢無方)이다. 현자를 고르되 지방을 염두에 두지 말라고 했다. 탕평인사와 걸맞은 생각이다. 그런 가운데 많은 인사들이 나는 그 자리를 맡아 잘 해낼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너나 나나 할 수 있다는 이진지인(易進之人)으로 인물을 고르지 말아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21세기 창조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다섯 차원에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융합형 인물이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념, 시간, 공간, 기술, 인지 차원을 말한다. 넓고 깊은 안목으로 사안의 여러 차원을 동시에 살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완벽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면 총리를 실험 삼아 임명하는 것은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윈스턴 처칠이나 마틴 루서 킹처럼 국민의 심금을 울리며 정직하고 당당하게 반대파와 맞설 수 있는 여야당 구분 없는 인물을 고르면 어떨까. 사회통합도 겨냥할 수 있는 일석이조다.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ㆍ전 중앙인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