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014.5.20일자 A3면 >


[朴대통령 담화 지켜본 각계 전문가의 평가와 조언]

"신설될 국가안전처에 현장 전문가 우선 등용을… 바른말 할 강골 몇명 있어야"
"공론화 과정 부족은 아쉬워… 초당적 합의로 관료저항 넘어야"


박근혜 대통령의 19일 대국민 담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피아'에 대한 개혁 조치들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제도 개선 못지않게 이를 운용할 사람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제도보다 사람"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인(賢人)을 구하는 게 지도자의 최고의 일"이라며 "정부 조직 개편도 중요하지만 최고의 전문성과 도덕성, 선공후사하는 인재를 찾는 게 대통령의 급선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도 "조직을 바꾸는 것보다 대대적인 인사 쇄신을 통해 사람을 많이 바꿔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하는 강골이 최소한 몇 명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는 "총리실의 권한이 커지는데 새 총리는 지금처럼 대독(代讀) 총리가 되면 안 된다"며 "권한도 주고 책임도 묻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장을 지낸 안광찬 단국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은 "국가안전처만 해도 행정 전문가가 아니라 위기관리 경험과 이력이 있는 현장 전문가를 우선 등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대형TV 앞에 여행객들과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19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대형TV 앞에 여행객들과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윤동진 객원기자
  
◇"공론화 과정 부족…역효과 유의해야"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담화가 해양경찰청 해체,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기능 대폭 축소 등 공직 사회 개혁을 위해 대통령으로서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사전 여론 수렴 작업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료 사회의 저항 같은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방안이 제시됐다는 점"이라며 "관료들의 저항을 뚫고 공직 혁신을 완수하려면 좀 더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채기 동국대 교수는 "공직 개방이 번번이 실패했던 구조적 이유부터 제거해야 한다"며 "예컨대 공직 개방에는 성공하더라도 민간 전문가가 너무 자주 들락거리면 공직 나름대로 쌓아야 할 노하우 축적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한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수백년의 형을 선고하는 방향으로 형법을 개정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국내 형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시행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함께 나왔다.

◇대통령의 '진정성' 평가는 엇갈려

김대중 정부 시절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대통령 사과는 처음부터 진정성이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이정우 교수는 "진작 그렇게 (직접적 사과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고 후 한 달이 지났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했다.

사회단체의 반응도 갈렸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대통령의 진정성이 보이는 사과였고 '국가 개조'라는 말을 써도 될 만큼 혁신적인 내용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세월호 실종자 수색 관련 내용이나 청와대 등의 초동 대처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민관 유착 처벌과 공직자 개혁,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특별법 제정과 특검 도입 등은 긍정적이지만 재난 구조 업무의 국가안전처 일원화는 즉흥적으로 정해진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청와대·내각 등의 인적 쇄신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박 대통령 눈물의 진정성, 해경 해체 방침의 적절성 등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누리꾼 'rxn5****'는 "사과의 진정성과 향후 개혁 의지가 진심으로 느껴진다"고 했고, 'wint****'는 "해경 해체에 공감한다.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는 전혀 다른 정신과 풍토의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개혁을 주문했다. 반면 "국민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연출'이라는 느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진 못했다"는 등의 비판적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안준호, 김진명 기자>